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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2)
바로 그때였다.
“시끄러워! 조용히 안 해!”
느닷없는 고함소리에 일순 대치하고 있던 오행마인과 표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향했다.
버럭 소리를 지른 사람은 바로 마대위였다.
어느새 정신을 차렸는지 뒷덜미를 문지르며 힘겹게 일어난 마대위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씨팔, 머리 아파 죽겠는데 떠들기는…….”
용성표국주 전위상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마대위에게 물었다.
“마 소협. 몸은 좀 어떻소이까?”
“으…, 괜찮을 리가 있겠소. 어지러워 죽겠수다.”
마대위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홍소미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젠장, 무슨 여자가 그렇게 힘이 센 거요! 하마터면 죽을 뻔 했잖소!”
“마 공자가 힘껏 치라고 하셔서…….”
깜짝 놀란 홍소미는 어물거리며 대답했다.
“쩝,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대위는 할말이 없는 듯 머리를 두어 번 긁적였다.
“자, 빨리 출발하자구. 강시들이 다시 오면 귀찮아지니까.”
그리고는 오행마인을 쳐다보며 짜증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봐, 알록달록이들!”
“풋!”
순간 주위에 있던 표사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큭큭거렸지만 마대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강시들에게 그렇게 혼나고도 아직 정신 못 차렸어? 어쭙잖은 마공 따위를 믿고 까부나 본데,
주화입마에 빠지기 전에 산 속 깊숙이 처박혀 도나 닦으라고!”
“그, 그게 무슨 소리냐! 주화입마라니?”
깜짝 놀란 듯 오행마인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실 오행마인은 자신들의 마공이 깊어짐에 따라 점차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마대위가 갑자기 그 사실을 짚어내자 적잖이 당황한 것이다.
그들 중 강인한 인상의 황의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우리의 오행진기는 천하제일의 무공이다!”
그 말에 마대위는 코웃음을 치며 비아냥거렸다.
“흥, 천하제일의 무공? 지랄하고들 있네. 그거야 제대로 익혔을 때 이야기지.”
마대위가 같잖다는 듯 말하자 오행마인은 살기어린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강인한 인상의 황의인이 이를 으드득 갈며 말했다.
“20년이 넘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익힌 무공을 네놈 따위가 어떻게 이해한단 말이냐!”
마대위는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며 이죽거렸다.
“흐흐…, 이 어르신네는 보지 않아도 훤히 아신단 말씀이야.
보나마나 무공의 도입부와 축기 부분은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고 내력의 운기와 발기 부분부터 시작했을 테지.”
그 말에 오행마인 모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헉! 네놈이 그걸 어떻게……?”
마대위는 자신의 말이 먹혀 들어가는 듯하자 득의에 찬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흐흐, 원래 무공의 전체적인 흐름과 그 무공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도입부에 나와 있지.
그리고 그 무공을 익히기 위한 마음자세가 어떠해야 한다는 가르침도 분명히 있었을 테지만, 코웃음을 치며 그냥 넘어갔지?”
“그, 그래서……?”
그러자 마대위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직도 몰라? 좋아, 이 어르신께서 특별히 설명해 주도록 하지.
분명히 오행진기라는 무공을 만든 사람은 네놈들 마졸 따위나 만들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거야.
오행진기를 익힘으로써 보다 훌륭한 사람이 되게 하려고 그 무공을 만들었을 테지.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의미는 제쳐두고 사람을 죽이기 위해 그 무공을 익혔으니 부작용이 없을 리가 있나!”
“그, 그럴 리가 없어. 지금까지 멀쩡하던 무공이 어째서……?”
오행마인은 고개를 흔들며 애써 부정했다. 그러나 멀쩡하다는 말과 달리 그들의 목소리는 점차 기어들어갔다.
마대위는 불쌍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오행마인에게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본인들이 더 잘 알 테니 그만 꺼져.”
심한 충격을 받은 듯 오행마인은 심각한 표정으로 신음성을 흘렸다.
“음…….”
마대위는 잠시 오행마인을 바라보다가 등을 돌렸다.
“자, 그만 가자구.”
건들거리며 걸어가는 마대위의 등 뒤로 능운엽과 홍소미의 감탄어린 눈빛이 머물렀다.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군. 하는 걸 보면 영락없는 파락호인데…….”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멀어지는 마대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능운엽이 중얼거리자,
홍소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가끔은 무학의 일대종사만이 할 수 있을 법한 말을 쏟아내니 말이에요.”
능운엽과 홍소미는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마대위를 뒤쫓았고,
용성표국 사람들도 일제히 그 뒤를 따랐다.
강인한 인상의 황의인은 멀어지는 마대위의 뒷모습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던 황의인의 눈이 일순 이채를 발하더니, 뒤로 홱 돌아 네 명의 황의인과 무언가를 상의했다.
잠시 후, 그들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대위가 사라진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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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도대체 산 속을 얼마나 더 헤매야 하는 거야!”
풀밭에 퍼질러 앉아 육포를 질겅거리던 마대위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하루 종일 제대로 된 음식이라고는 구경도 못하고 건량만 씹어대고 있으니 먹성이 좋은 마대위로서는 화가 날만도 했다.
하지만 두사빈을 쫓는 추적자들을 피하느라 산 속 깊이 숨어들었으니 당연히 객잔 같은 것이 보일 리 없었다.
인상을 팍팍 구기고 있는 마대위 곁으로 홍소미가 다가왔다.
“저…, 마 공자.”
“왜요?”
마대위가 불퉁거려서인지 홍소미는 자기가 먼저 불러놓고도 오히려 머뭇거렸다.
“그러니까…, 마 공자의…….”
그러자 마대위가 답답하다는 듯 재촉했다.
“그러니까 뭐요? 좀 속 시원하게 말해보슈.”
그제야 홍소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혹시 마 공자의 사문을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순간 능운엽과 표국 사람들은 물론 멀찍이 앉아 쉬고 있던 오행마인까지 일제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마대위를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마대위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아, 사문? 그런 거 없는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허파에서 바람 빠지는 것처럼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마 공자가 익힌 기공의 이름은 뭐죠? 그리고 사부님은 어떤 분이세요?”
마대위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홍소미를 바라보았다.
원래 사문이나 무공 내력은 스스로 밝히기 전까지는 묻지 않는 것이 강호의 관례인데,
그녀가 의외로 집요하게 물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홍소미가 왠지 밉지 않은 마대위였다.
“그건, 그러니까…, 다섯 명의 노인네에게 무공을 배웠지. 하지만 기공은 사부가…,
헌데 꿈속에서 배운 것도 전수 받았다고 할 수 있나?”
“꾸, 꿈속에서 전수 받아요?”
그 말에 홍소미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꿈속에서 전수 받았다니 가당키나 한 말인가.
호기심을 갖고 두 사람을 주시하던 표사들은 말도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다.
사람들이 자기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자 마대위는 정색을 하고 소리쳤다.
“아, 정말이라니까!”
그때 어느새 다가왔는지 능운엽이 옆에서 물었다.
“헌데 그 다섯 명의 노인네라는 사람들은 누군가?”
“허, 자네까지 이러긴가! 좋네.”
잠시 눈동자를 굴리던 마대위는 곧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산길을 가고 있었는데 절벽 중간에 귀한 약초가 있는 것을 발견했지.
한 밑천 잡으려는 욕심에 그걸 캐러 내려가다가 그만 떨어졌지 뭔가.
이제 죽었구나 싶어서 눈을 질끈 감았는데 갑자기 몸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거야.
깜짝 놀라 눈을 떠 보니 머리를 산발한 채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노인 다섯 명이 날 내려다 보고 있더군. 그 노인들은…….”
그 순간 홍소미가 나서며 그의 말을 받았다.
“바로 전대의 기인들이었는데 배신을 당해 절벽의 동굴에 갇혔겠죠.
그 사람들이 마 공자에게 복수를 부탁하며 무공을 전수해 주었다, 이 말씀이시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대위는 허벅지를 철썩 치며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지! 바로 그렇게 된…, 가만, 그런데 홍 소저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그러자 곁에 있던 능운엽이 실소를 흘리며 덧붙였다.
“후후, 꿈속에서 나타나 기공을 전수해 주었다는 자네의 사부는 바로 신선이었겠군.”
마대위는 놀랍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능운엽을 바라보았다.
“히야, 아예 돗자리를 깔고 산통을 잡게.
그분이 바로 신선이요, 부처님 같은 분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 맞혔으니 말일세.”
이때 관심을 접을 줄 알았던 홍소미가 의외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다 치죠, 뭐. 어쨌든 마 공자의 그 박학다식함은 그들로부터 연유한 것이겠군요.”
그녀의 말에 마대위는 꿀을 훔쳐 먹다 들킨 아이처럼 당황하며 대충 얼버무렸다.
“응? 아, 그거? 뭐, 꼭 그렇다고만 볼 수는…….”
그 모습에 홍소미는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호호, 어쨌든 마 공자의 그 뛰어난 기억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어요.
하지만 그들이 한 말은 이른바 기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에요.”
잠시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던 마대위가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하지?”
홍소미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주저앉아 있는 두사빈을 바라보았다.
“우선, 좀 쉬어야겠어요. 우리야 괜찮지만 이 아이에게는 너무 강행군이에요.”
그때 우 표두와 이야기를 하고 있던 용성표국주 전위상이 마대위 옆으로 다가왔다.
“표사들이 많이 지친 것 같소. 여러분은 어떻소?”
“그렇지 않아도 좀 쉬어야겠다고 말하는 중이었어요.”
홍소미의 대답에 용성표국주 전위상은 머리를 끄덕였다.
“홍 소저의 말이 맞소이다. 헌데, 마땅히 쉴만한 곳이 없구려.
놈들이 추적하고 있을지 모르는 마당에 마을을 찾아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때 마대위가 오행마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헌데…….”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마대위에게 향했다.
“저놈들은 뭣 때문에 기를 쓰고 쫓아오지. 그냥 가서 확 패 버릴까?”
“호호, 또 지쳐서 쓰러지시려고요?”
홍소미가 짓궂게 물어보자 마대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뭐,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저 자들만 잡아놓으면 용성표국 사람들이 마음 놓고 떠날 수도 있잖아.”
마대위의 말에 용성표국주 전위상은 당황한 듯 입을 열었다.
“아, 아니외다. 어차피 우리들도 이쪽으로 가는 길이니 계속 동행을 하지요.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것이 강호의 도의가 아니겠소.”
사실 용성표국주 전위상으로서는 강시들의 목적이 마대위 일행임을 알고 난 후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표물을 노리고 쫓아오는 오행마인이 두려워 계속 동행을 했던 것인데,
마대위가 그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말하자 무척 반가웠다.
하지만 자신들의 목숨을 구해준 것을 생각하니 그러한 내색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홍소미가 입을 열었다.
“국주님, 이렇게 하시죠. 저희가 며칠간 오행마인을 붙잡아 놓을 테니
그 사이 국주님께서는 표사들을 이끌고 떠나도록 하세요. 저희들의 적은 강시들뿐만이 아니거든요.”
용성표국주 전위상은 그제야 마지못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내가 저들을 잡아두지.”
마대위가 오행마인을 노려보며 입을 열자 곁에 있던 능운엽도 앞으로 나섰다.
“나도 도와주겠네.”
마대위 혼자 나선다고 했을 때는 다소 미덥지 못했지만, 능운엽까지 도와주겠다고 하니
용성표국주 전위상은 기쁜 마음에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정말 고맙소이다. 여러분 덕분에 본 표국은 큰 재난을 면하게 되었소.
언제라도 용성표국을 찾아 주신다면 무슨 일이든 기꺼이 돕겠소이다.”
용성표국주 전위상은 말을 마치자마자 신속하게 표행을 정리한 후 그 자리를 황급히 떠났다.
첫댓글 ㅈㄷㄳ
즐감하고 깁니다.
즐감요~
ㅎㅎㅎ
즐감~!
감사합니당
감사히 봅니다....
잘읽었습니다
잘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보았습니다
ㅈㄷㄱ~~~~~~~~~````````````````````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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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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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즐독하고 갑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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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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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 하구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