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일백쉰다섯 번째
개근 거지
어느 부모가 자기 아이가 반 친구들로부터 ‘개근 거지’라고 놀림을 받았다며 이런 세태에 한숨 섞인 글을 올렸습니다. ‘개근 거지’란 학기 중 여행 등 교외 체험 학습을 가지 못해 학교에 빠짐없이 출석한 아이들을 비하하는 말이랍니다. 초등학교 졸업 때 개근상으로 당시 몹시 귀했던 국어사전을 상품으로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제는 개근이 놀림이 되었다니 놀랍습니다. 그래서 이 부모가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국내 명승지에라도 다녀오겠느냐고 물었더니 다른 친구들은 괌, 싱가포르, 하와이 등 외국으로 간다며 투덜거리더랍니다. 개근이 ‘성실’함의 상징이었던 시대가 지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체험 학습이 부를 과시하는 척도로 전락한 모습을 교육 현장에서 보고 있는 겁니다. 부끄럽게도 이런 한국의 실태를 집중 보도한 외신도 있다고 합니다. 재미 교포가 올린 글을 보니 미국에서도 우리네 체험 학습과 같은 제도가 있나 봅니다. 그들은 체험 학습으로 결석하게 된 학생에게 숙제를 내주는데 감상문을 제출하게 한답니다. 그들은 어디에 갔다 왔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시간을 보냈느냐’를 중시하더랍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나서도 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게 하는 글들을 전시했는데, 여름 내내 풍뎅이와 나비를 키운 이야기, 할머니에게 전통음식을 배운 이야기, 도서관 리딩프로그램을 완료해 수료장을 받은 이야기, 엄마와 5km 마라톤에 도전해 성공한 이야기들이었답니다. 비싼 돈을 들여 해외여행을 다녀온 걸 자랑하는 게 아니라 어떤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었느냐고 묻는 겁니다. 우리네와는 목적이 다릅니다. 목적이 다르면 도착지도 다르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으스대는 게 아니라 가치를 찾는 훈련을 시키는 겁니다. 참교육의 의미를 알게 하는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