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22 18:08 | 수정 : 2013.12.23 10:53
신당이 출현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높은 지지율의 역설?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32%까지 나오면서 민주당 뿐 아니라 새누리당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아직 구체적 모습을 갖추지도 않은 신당의 지지율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35%)과 불과 3%포인트 차이로 턱밑까지 따라왔다. 오차범위(±2.8%포인트) 이내다. 제1야당인 민주당(10%)에 비해서는 세 배가 넘는 수치다. 기존 여야 정당에겐 위협적이다.
실제 ‘안철수 신당’이 등장했을 때도 이 같은 위력적 지지율이 정말 그대로 갈까. 이 질문에 대해 누구도 확답은 못한다. 하지만 몇가지 이유로 현재로선 그 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갸웃대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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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무소속 의원(오른쪽)이 12월 17일 대전 중앙시장상인회 사무실에서 열린 첫 지역 순회 설명회에서 신당 창당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안 의원 옆은 김효석 전 민주당 의원.
안철수 신당, 갤럽 조사에서 새누리당까지 위협한국갤럽이 지난 16~19일 전국 성인 12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35%, 안철수 신당 32%, 민주당 10% 순이었다. 질문 내용은 ‘만약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만든다면 귀하께서는 어느 정당을 지지하시겠습니까’였다. 직전 같은 조사인 11월 넷째주 조사때 26%였던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3주만에 6%포인트 올랐다.
이번 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을 제외할 경우에는 새누리당 41%, 민주당 22%, 통합진보당 2%, 정의당 1%, 지지정당 없음 33%였다. ‘안철수 신당’을 넣었을 때 새누리당은 41%→35%로 6%포인트가, 민주당은 22%→10%로 12%포인트가 하락했다. ‘지지정당 없음’이라고 답한 이른바 무당파층은 33%에서 22%로 11%포인트가 줄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안철수 신당이 새누리당 지지층 일부와 민주당 지지층의 절반 가량, 그리고 무당파의 상당수를 흡수하는 것”이라는 게 갤럽의 설명이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RDD(임의번호걸기)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8%p다. 응답률은 15%였다.
갤럽의 이 조사결과를 놓고 본다면 ‘안철수 신당’은 현재의 여야 정치구도에 상당히 위협적이다. 실제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이처럼 높게 나타나는 근거도 있다. 우선 여야 정치권의 정쟁이 해소되지 못하고 심화하면서 기성 정당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이 강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정치 실망층이 ‘안철수 신당’ 지지로 이어지는 ‘반사 효과’를 보는 셈이다. 또 박근혜정부에 실망한 중도성향 유권자와 무당파층이 민주당으로 가지는 못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20대와 30대가 ‘안철수 신당’에 높은 지지를 보이고 있는 영향도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20대와 30대는 ‘안철수 신당’에 각각 42%, 44%의 지지를 보였다. 새누리당(20대 17%, 30대 18%)과 민주당(20대 13%, 30대 14%) 지지율에 비하면 두세배에 달한다.
“가상 지지율은 가장 이상적인 신당 전제 응답”하지만 ‘안철수 신당’의 이 같은 지지율이 실제 신당이 출범했을때도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찍힌다. 지금의 ‘가상 지지율’이 ‘실제 지지율’로 간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몇가지 이유가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렇게 분석했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 대선 당시 대선 후보로 거론됐을때와 실제 출마선언을 하고 본격 무대에 뛰어들었을 때의 지지율 차이를 비교해보면 시사점을 금방 알 수 있다. 안 의원이 대선후보로 거론된 2011년 12월쯤에는 30%초반대를 기록하며 당시 박근혜 후보까지 앞선 1위였다. 그러나 대선 출마 선언 후 2012년 10월쯤에는 다자구도에서 25%안팎으로 2,3위권이었다. 신당에 대한 지지율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면 된다. 지금은 신당에 대한 지지율에 기대감이 많이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역설적으로 아직 신당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지지율이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도 비슷한 해석을 했다. 그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가상 지지율을 조사할 경우 유권자들은 신당이 가장 이상적으로 만들어졌을때를 전제하고 응답하게 된다. 때문에 안철수 개인에 대한 대중들의 호감은 그대로 반영되는 반면 실제 창당 과정에서의 여러 변수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가상 지지율 조사에서는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 의원의 대중적 인기가 반영된 지지가 신당에 대한 지지로 온전히 옮겨질지는 의문이라는 얘기다.
‘안철수 신당’이 무당파층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실제 지지율과 가상 지지율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해석이다. 윤희웅 센터장은 “무당파층은 말하자면 정치 무관심층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 관여도가 낮은 무당파는 일반적으로 투표 참여도도 낮다. 때문에 무당파층의 지지가 높다는 것은 실질적 지지 행위로까지 이끌어 내기 쉽지 않은 소극적 지지층이 많다는 뜻이다”고 했다.
결국 ‘안철수 신당’의 현재 고공지지율에는 일정 부분 ‘허수’가 있다고 봐야 한다. 실제 창당 과정에서 좋은 인물을 영입해 내세우고 구체적인 비전과 성과를 보여줘야 신당 지지율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안철수 신당 측 관계자는 “지지율이라는 것은 높을 때도, 낮을 때도 있고 반사이익의 측면도 있을 수 있다”며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실을 다지는게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