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을 보는데 아랫도리가 묵직하고 소변 끝에 몸서리가 처질 정도로 아프다. 소변 본지 5분도 안되었는데 또 소변이 마렵다. 심지어 소변 색깔이 탁하면서 약간 불그스름하다.
여성들이 흔히 겪는 급성 방광염 증세다. 일반적으로 오줌소태라고 부르기도 한다. 원인은 소변보는 구멍인 요도 주변의 질 근처 혹은 항문 근처에 있던 균들이 수시로 요도를 통해 방광으로 들어갔다가 방광 점막의 방어막을 뚫고 방광벽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원인균은 거의 대부분이 본인 몸에 있던 대장균들이다. 주변에서 한두 번 방광염을 앓았던 사람들을 볼 수 있듯이 비교적 흔한 질환이며, 폐경이 지난 여성들이 더 잘 걸리는 경향이 있다. 소변 볼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쳐질 정도로 불쾌한 방광염의 예방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필자가 경험한 요로 감염에 잘 걸리는 여성분들은 평소 부지런하고 꼼꼼해서 완벽하게 일처리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거나 더러운 꼴을 못 보는 깔끔한 성격의 분들이 많다. 이런 분들은 방광염에 걸리면 병원에 와서도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고 원인을 꼭 알고 싶어 한다. 따라서 방광염 예방을 위해서는 거꾸로 하면 된다.
첫 번째 예방 방법은 모든 감염 질환이 그렇듯이 감기 예방과 비슷하다. 너무 피곤할 때까지 몸을 무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요도 길이가 짧기 때문에 수시로 균들이 방광 안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방광안의 균들이 모두 감염을 일으키지는 않으며 대부분 소변 볼 때 다시 배출된다. 하지만 몸이 힘들고 정신적으로 피곤하면 방광 점막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그 틈을 이용해 세균들이 점막 안으로 쏘옥 들어와 고통스런 증세를 야기한다. 너무 더워서 땀을 많이 흘리는 한여름이나 명절 전후에 방광염 환자들이 가장 많은 이유도 몸과 맘이 힘들기 때문이다. 만약 방광염에 걸렸다면 걸리기 전과 같이 무리할 경우 또 다시 걸릴 수 있음을 기억해야한다.
두 번째 예방 방법은 요도 주변에 사는 유익한 세균들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평상 시 여성의 생식기 주변에는 약간 시큼한 냄새가 나는 분비물들이 묻어있다. 원래 여성 생식기는 약간 산성이면서 시큼한 냄새를 띄는 것이 건강한 상태이며, 이 때 유익한 세균들이 자리를 잡는다. 마치 장내 유익한 세균들이 자리 잡으면 좋은 변을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런데 깔끔한 성격으로 비누나 알카리성 세정제로 깨끗하게 씻는 습관이 문제이다. 이 경우 요도 주변에서 살지만 몸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유익한 세균들이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 병적인 균들이 자라게 되면서 오히려 더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하지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적당히 깔끔하라는 지시는 다소 애매한 면도 있다. 세상일이 어디 맘대로 되느냐는 반문들이 많다. 특히 6개월 이내에 3번 이상의 요로감염이 오는 반복성 요로감염 환자들의 경우는 이 방법도 잘 통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 예전에는 아예 항생제를 환자에게 많이 처방해 주고 증상 있으면 알아서 복용하라고 했었다. 물론 항생제 내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요로감염 예방에 확실히 효험이 있다는 크렌베리 쥬스를 권유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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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로감염 예방에 좋은 크렌베리 주스.
크렌베리 쥬스는 여러 과학적인 연구에서 하루 50-300CC 사이의 용량을 매일 꾸준히 섭취할 경우 유의하게 요로감염을 예방해 주는 것이 입증되었다. 크렌베리 쥬스의 예방 기전은 대부분의 요로감염을 일으키는 대장균의 섬모운동을 차단해서 대장균이 방광 점막에 착상하는 것을 억제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예방 효과는 몇 년 전 내과 의사들에게는 성경과도 같은 잡지인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도 소개되었다. 특정 음식이 특정 질환에 효과적이라는 논문이 권위 있는 잡지에 실리는 경우는 실제로 많지 않다.
반복적인 요로감염에 걸리고 방광염에서 진행되어 신장까지 염증을 일으켜 입원을 자주 하던 환자 몇 분에게 크렌베리 쥬스를 소개했다. 요로감염의 기억은 고통스럽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들은 크렌베리 쥬스를 구입해 열심히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 논문에는 요로감염의 위험을 30-50% 낮추어 준다고 되어있는데, 개인적으로 크렌베리 쥬스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면서 몇 년간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환자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 증상이 재발하지 않았다. 이 분들의 경우 소변 검사에서는 균들이 검출되지만 균이 점막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기 때문에 증상은 없었다. 물론 항생제 치료도 필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