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얼마전 여당의 비대위원장이 비대위원을 소개시켰는데 그 중 한분이 설화로 자진 사퇴했습니다.
그 전말이야 차치하고 오늘은 뜨이쓰기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띄어쓰기가 참 어렵습니다.
'못된 시어머니 며느리만 설거지 시키다'와 '못된 시어머니 며느리만 설거지시키다' 어느 것이 맞을까요?
이 답을 말하기 전에 비슷한 예를 볼까요?
‘교육시키다’, ‘오염시키다’의 경우
'목적어'를 '교육되게 하다' 또는 '오염되게 하다'의 뜻으로 ‘시키다’를 붙여 씁니다.
여기서 '시키다'는 ‘접사’로서 파생어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 ‘시키다’는 그 앞에 (직접) 목적어가 와서 대상이 그 행동의 영향을 받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설거지시키다’로 붙여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설거지시키다’로 붙여 쓰면
‘그릇을 설거지시키다’처럼 ‘설거지되게 하다’의 뜻이 됩니다.
‘학생을 교육시키다’는 ‘학생이 교육되게 하다’의 뜻이고,
‘강을 오염시키다’는 ‘강이 오염되게 하다’의 뜻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보면, 위에서 '설거지시키다'라고 붙이면 '며느리가 설거지되게 하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런데 현실 맥락을 보면 며느리가 그릇이 아닌데 설거지되게 할 수는 없고,
더군다나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설거지되게 한다는 것은 좀 이상하지요.
이렇게 단순히 ‘시키다’를 접사라고만 생각해서 ‘설거지시키다’로 붙여 써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며느리가 설거지하게 하다’의 의미로 쓰려면 ‘설거지 시키다’라고 띄어 써야 합니다.
그래서 위 문제에서 ‘며느리만’이라고 하여 ‘를’인지 ‘에게’인지 불분명하지만,
‘를’이 아니라 ‘에게’가 생략되었다고 보고 ‘못된 시어머니 며느리만 설거지 시키다’
이렇게 띄어 써야 맞는 말이 될 것입니다.
위의 ‘시키다’와 ‘-시키다’를 구분하기 위해 두 가지 사례를 비교하다보니
‘되게 하다’라는 어색한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그릇을 설거지시키다’라는 말을 쓸 일은 없겠지요. 그냥 ‘설거지하다’라고 쓸 것입니다.
‘시키다’를 구분하다 보니,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생각나는 단어가 있습니다.
‘소개시키다’라는 단어인데요.
우리가 보통 ‘소개시켜 줘’라는 말은 틀렸다고 하고 ‘소개해 줘’가 바른 말이라고 하는데,
이건 좀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를 그 남자(여자)에게 소개시켜 줘’는
내가 상대에게 소개되게 해달라는 뜻이 되니 틀렸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신 목적어를 정확하게 써야 하겠지요.
‘나 좀 소개시켜 줘’를 ‘나를 소개시켜 줘’의 의미로 썼다면 맞겠지요.
그러나 ‘나에게 소개시켜 줘’ 하면 어색한 표현이 될 겁니다.
정리하면, ‘나를 소개시켜 줘’와 ‘나에게 소개해 줘’ 둘 다 맞는 말이 되겠지요.
그런데 ‘나 좀 소개시켜 줘’라고만 하면 조사가 생략되어 있으니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나에게’의 의미로 쓰는 경우가 많을 테니,
‘소개해 줘’가 맞는 경우가 많기는 하겠지요.
처음으로 돌아가보면, 애시당초 비대위원장이 소개 시킨 게 아니라 소개했더라면 좋았을 건데...
모인 이들이들에게 초대한 이를 알리려면 소개 시킬 게 아니라 그냥 소개하면 되는 겁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