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정리 하다가 느낀 싱글과 주부의 차이점
몇년 전만해도 차도녀 포스 풍기며
커리어 우먼의 아이콘과 같던 저는
어리버리한 초보주부 시절을 거쳐
어느 덧 4년 차 전업주부가 되었어요
집안일이라는게 하면 티가 안나고
안하면 엄청나게 티가 나는 신기한 일이라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일만 하다가
하루를 마무리 하기도 했던 초보 주부가
이제는 무덤덤하게 집안 일을 해내고도
여유롭게 자유 시간을 갖는다는게 새삼 신기하네요ㅋㅋ
영화배우 전지현은 최근 인터뷰에서 결혼 이후 달라진 점으로
"여자로서 한 단계 성숙한 기분이다.
덕분에 '베를린'에서도 아픔이 있는 주부의 역할을 할 때 뭔가 자신감이 있었다.
결혼 후 연기 패턴이 확실히 달라졌다. 더 거침없이 표현하게 됐다"고 했는데요
.......그러시겠지..............싶네요
그래 뭐 전지현의 개인적인 느낌이니까 그럴 수도 있는거고..
여자로서 한 단계 성숙한 기분이라는게 틀린 얘기는 아닌데
뭐랄까, 음 나는... 성숙이 아니라 숙성.. 같기도 하고ㅋㅋ
큰 변화가 있었지만 막상 진지하게 내가 뭐가 달라졌는지를 생각해본 적은 없는것 같아요
여러분은 생각해보셨나요?
주부가 되고 바뀐 내 모습.. 뭐가 있을까요?
첫번째, 남자를 보는 안목
제가 결혼 전에 남자를 볼 때는
빨래판 같은 복근에 돌벅지....도 좋긴 하지만
여튼
마냥 오빠같은 사람, 한없이 남자같은 사람을 찾았는데
이게 웬걸.. 결혼하니 귀여운 남자가 좋더라구요
마냥 오빠같던 신랑도 요즘은 어찌나 귀염을 떨던지
애기가 따로 없어요 그냥ㅋㅋㅋㅋ
저만 그런건가 했는데
이게 웬걸, 주위 언니들도
신랑이 귀염떠는게 징그러울때도 있지만 나름 봐줄만하니 좋다고 하네요
하기야 그도 그럴것이 오빠같기만하고 상남자 스타일이면
어쩐지 결혼 생활 하는 내내 소통이 잘 안될 것 같기도 하고..
새로운 모습도 보고 이래저래 활력소가 된다는 듯ㅋㅋ
(빨래판 같은 복근에 돌벅지는 여전히 좋아해요ㅋㅋㅋㅋㅋ)
두번째, 나만의 위시리스트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취미, '장바구니 담기'
싱글 시절 저의 위시리스트는 항상
옷, 구두, 가방, 화장품이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요즘은 '가전제품', '주방용품' 이라는 카테고리까지 추가 됐네요
마조앤새디의 주부 만화가 '마조'처럼
신랑이 생일 선물을 고르라는데 제일 먼저 생각한 게
헹켈나이프 5스타 6종 세트랑 프라우드 냉장고..
예전같았으면 가전제품 판매하는 판매점 가서
뭐가 좋냐고 물어보고 주위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했겠지만
이제는 저도 아이쇼핑으로 전자제품 전문가 수준이라
성능이며 기능 등등 다 직접 따져보고 프라우드 선택했어요ㅋㅋㅋㅋ
넣어도 넣어도 자꾸 쟁여놓고 싶은 주부? 엄마? 아내의 마음이라ㅋㅋㅋ
자꾸 최대용량을 찾게 되네요
싱글 시절이었으면
'생일선물로 냉장고가 가당키나 한 말인가' 싶을텐데
..........욕심나는건 어쩔 수가 없네요
세번째, '오늘 뭐 먹(이)지?'
싱글 시절에는 식사 메뉴에 그렇게 집착하지 않았어요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말고..
정 배고프면 먹고 참을만 하면 말고..
'어차피 먹으면 살쪄' 라는 생각으로
식사 메뉴에 집착하지 않았는데
이젠 혼자가 아니다보니 그럴 수가 없네요
먹는건 그렇다 치는데 '먹이는 거'니까요..
싱글 시절 아침에 눈 뜨면 '오늘 뭐 입지' 라는 생각을 했다면
지금은 아침에 눈 뜨면
'무슨 반찬 할까', '국은 뭘 끓일까', '아침은 그렇다 치고 저녁은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쓰면서 저녁 메뉴 생각하니까 갑자기 짜증이 확..........
점심은 혼자 대충 잔반으로 때웠는데 저녁이 문제네요ㅜㅜ
이럴 땐 삼일을 카레로 때우고 삼일을 곰국으로 버티던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가요
.... 진짜 저녁은 확 카레를 해버릴까..........
네번째, 드라마 취향?
드라마는 싱글 시절에도 좋아했기에
온갖 드라마들을 다운받아보고
주말에는 드라마를 몰아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ㅋㅋ
그 와중에 챙겨 보지 않던 아침드라마!
설마설마하니 제가 아침드라마를 챙겨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옛날에 생각할 때에는 어쩐지 아침드라마는 캐스팅도 별론거 같고
스토리도 막장이라 어쩌니저쩌니 했던거 같은데..
....아침드라마들이 그렇게 재밌을 줄은 몰랐네요
저녁 시간 드라마도 재밌지만
아침드라마는 정말이지 아침드라마만의 매력이 있어서
끊을래야 끊을 수가 없네요ㅋㅋㅋㅋ
하.. 내가 아침드라마를 보게 되다니ㅋㅋㅋㅋㅋㅋ
아침드라마를 보는 제 모습에서
옛날 엄마의 모습을 봐요...
돌이켜보면 싱글에서 주부가 되기까지
이것저것 변한 점이 많아요
하루하루 점점 주부가 되어간다는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언제쯤되야 프로 주부가 될 수 있을 지,
언제쯤 엄마처럼 될 수 있을 지...
역시 많이 노력해야되겠죠?
휴 초보 주부들 힘냅시다ㅜ
얼른 장 볼 사람은 장 보고
저녁 준비도 좀 해놓고 해야죠
그런의미에서 우리 반찬 메뉴 공유 좀 해요
헬프 미ㅠㅠㅋㅋ
첫댓글 전문주부 다 되셨네요...
처녀적엔 옷이나 화장품이 눈에 들어오고 아이들 키우면서는 아이들 옷이나 책...
지금은 생필품이나 세일하는곳 찾아다니기...
재미있게 쓴글 잘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