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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나무에 매달려 있습니다. 세관장 자캐오입니다. 당시 세리들은 사람들한테 과한 세금을 징수해서 부를 축적했기에 온갖 모욕과 사회적 따돌림을 받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자캐오는 그런 세리들 중에서도 으뜸인 ‘세관장’이었으니, 그가 받았을 사회적 대우가 어떠했는지는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도 사랑받고 싶고, 다시 시작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주님을 뵙고 싶었을 것입니다. 사람이 나무에 매달려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야 한다면 나무에 오르는 것보단 군중 속을 파고들어 가는 것이 훨씬 더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키가 작은 사람이었습니다. 멀리서는 어깨에 가리고, 가까이에서는 밀쳐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께서 지나가실 길가에 있던 돌무화과나무에 오르게 됩니다. 사람이 나무에 매달려 있습니다. 군중은 그를 비웃었습니다. 잘 차려입은 옷차림으로 나무에 매달린 자캐오의 옹색한 모습이 그의 부정했던 부유함과 작고 나약한 모습을 한데 묶어 매달아 놓은 듯 초라하기 짝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남자가 누군가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나무 위에 매달린 채 모든 이의 비난을 받으실 분. 그렇게 높이 들어 올려지실 분. 바로 그리스도를 닮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예수님은 단 한 사람 자캐오를 선택하십니다. 주님을 만나기 위한 나의 노력. 그것이 비록 최고의 방법은 아닐지 몰라도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면 결코 이를 포기해선 안 됩니다. 주변을 의식해서 긋지 못했던 성호경이, 어색해서 미뤄왔던 가족과의 기도시간이, 귀찮아서 피해 왔던 작은 봉사의 노력이 우리를 바로 주님 닮은 모습으로, 주님과 하나 되도록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주님을 닮은 사람들, 그들이 바로 그리스도인입니다.
양동혁 신부(대전교구 월평동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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