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 윤정하
그제 산악회 송년회에 참가했다가 한여성을 발견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녀였다
11년전 나는 산악회 회장으로서 40여명을 인솔하여 포천 지장산에 등산간 적이 있다
지장산은 한탄강너머 휴전선에 인접한 산으로 맑은날에는 북녁땅까지 조망이 되고
여름철 계곡산행에 좋지만 일반인들에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산이다.
개인적으로는 부모님산소가 지장산 맞은편에 있어 성묘후 지장산 막국수먹으러 자주 갔던 곳이다
그런데 산행도중 비가 내리고 짙은 안개가 끼어 한치앞도 안보여 회원들은 소그룹을 형성하여
산행을 하였는데 하산해보니 여성회원 한명이 없었다. 기다려도 안오기에 일단 119에 신고하고
다른 대원들은 예정대로 한탄강 래프팅을 보낸후 나는 산행대장 1명과 함께 그녀를 찾으러 올라갔다
한참을 올라가도 그녀는 보이지 않고 그녀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지만 아무대답이 없었다
그때 멀리 자그마한 여성 한명이 눈에 띠었다. 다가보니 그녀였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마 그자리에 서서 소리없이 울기시작했고
나는 가만히 그녀의 어깨를 껴안아 주었다.
운무에 가로막혀 아무도 없는 산중에 홀로 남겨졌던 그녀는 무섭고 서러웠는지
어깨는 설움으로 들썩였고 나는 그녀가 진정될때까지 말없이 기다렸다
조금 진정되자 그녀를 업고 산을 내려오니 구급차를 타고온 소방대원 여러명과
경찰차 한대가 와있기에 소방대원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보내드렸고 래프팅하러 간
일행들에게 연락해보니 래프팅을 마치고 뒤풀이장소에 와있다고 하였다.
마침 방향이 같은 경찰차를 타고 뒤풀이 장소에 도착하였다. 먼저온 회원들은 우리에게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지만 그후 그녀는 충격이 컸던지 산에 안왔는데 내가 최근
산에 안오는 사이 다시 산에 나왔던 것 같다.
그저께 송년회행사중 모범회원들 시상을 나에게 맡겼는데 그녀도 모범상을 받게되어
시상대에서 시상하게 되었다. 하지만 예전일에 대해서는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고
그녀도 나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송년회가 끝난후 실종사고 당일 래프팅하러 가지 않고 산에서 나를 기다려준 후배와
안나푸르나에 같이 갔던 후배 그리고 나 셋이서 오랜만에 그시절얘기로 통음을 하고 헤어졌다
첫댓글 지장산~
처음 들어봤지만
실종신고까지 했으니
얼마나 애가 탔을까요.
그녀가 무사했고
무탈한 하루가 기적이었을듯 합니다.
그산님은 산우들과의 추억이
무궁무진할 것 같아요.
제라님 반갑습니다. 포천 지장산은 한탄강 건너에 있고
정상조망과 지장폭포가 유명한 곳입니다. 저는 50대 10년간은 산에 정말
자주 갔고 생과사의 갈림길에 처한적도 여러번 있고 잊지 못할 산우들도 많습니다.
지금은 주말에 산에 거의 못가고 아내하고 맛집이나 살방살방 다닙니다
지장산이 포천에 있죠..
포천에서 도합 16년을 살았는데 지장산은 커녕 왕방산도 못 가본 땅강아지가 접니다ㅋㅋ
하긴 왕방산도 쉬운 산은 아니라 하더이다.
그산님이 한 여인의 생명을 구하셨군요.
역시! 우리 그산님 참다운 산악인이십니다.
저는 언젠가 양주 유양동에서 쉽게 오를 수 있는 불곡산에 갔다가
정상까지 가지도 못하고 하산 중에 다리가 풀려서 주저 앉으니
남편이 구조 헬기를 불렀다가 거절 당하고ㅎㅎ
(단순히 다리 풀린 걸로 헬기가 올 리가 없죠)
한참을 쉰 뒤에 간신히 내려온 흑역사가 있었어요.
아무튼 저는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평지만 걷다가 갈려고요. ^^
달항아리님 반갑습니다. 지장산은 38교지나 한탄강넘어 관인가는 길에 있습니다
포천읍내와는 많이 떨어져있어 특별한일 없으면 가보실 일은 없었을 겁니다
저는 부모님 묘소가 지장산 맞은 편에 있어 저는 지금도 그앞을 많이 지나 다닙니다.
구조헬기 까지 불렀으면 당시엔 남편분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겠네요
지장저수지입구 지장막국수는 맛집으로 소문나서 유명인사 사진도 많이 붙어 있는데
남편분하고 한번 다녀오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왕망산도 큰산인걸 우리부대 뒤편 ㅎ
@지 존 왕방산은 산을 많이 다닌 나도 모르겠네요
조회해보니 포천시내에 있네요
@그산 6군단 사령부 뒷산이 왕망산 ㅎ포천 시내 초입
@지 존 그렇군요 나는 5군단예하 8사단인데
군단은 구경도 못해봤어요 ㅎㅎ
만날 사람은
언제고 만나고 만다
같이 한잔하고
옛이야기도 좀하고
그래야 하는거 아닌가요
우째든
예전 산에 다닐때는
이런저런 사연이
많았지요
매방산님 반갑습니다. 그분은 그때 충격이 매우 컸던지 그후 10년동안 산악회에
안나왔고 저도 처음엔 누군지 몰랐습니다. 그분에겐 그일이 흑역사이기에
그분이 먼저 얘기하지 않는한 그일을 상기시켜줄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이젠 산행에 다닐수 있을정도로 건강이 잘지낸걸 확인했기에 반가웠고
마음이 편했습니다
나도 그쪽으론 가보지를 않아서 도통 하다못해 한탄강도 가기싫었으니 ㅎㅎ
지존갑장님 반가워요
이북이 고향인 아버지가 지장산 맞은편에 향우회묘지를 만들어서
거기에 부모님 묘소가 있지요
@그산 아 그러셨구나
울아부지 황해도신천인데
마석 모란공원 16기 마련 ㅎ
@지 존 오 좋은곳에 모셨네요
아버지 돌아가신후 23년됐는데 향우회묘지에 모시는 사람이 없네요
우리도 이천호국원 확장하면 이전할 계획이네요 ^^
@그산 에효 것도 일인데 자꾸 일만 늘어나면
호국원 확장하면 거기가 훨 옛전우들도 있으실테구
@지 존 해마다 벌초하고 웃자란 회양목자르고 무너진 봉분과 방축도 새로쌓고
힘이 들었지요 이젠 형이나 나나 나이가 있어서 2025년초 옮기기로 결정봤어요
드뎌 설산에서 여름산으로 넘어왔군요
저는 남달리 알탕을 좋아해서 저 좋은물을 보니
눈이 번쩍 뜨이면서 탐이 납니다
산행대장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죠
제가볼땐 후미대장이 제일 수고가 많더군요
마음대로 속도 내어 산못타, 낙오자 다 챙겨
골인하면 버스 출발시간 임박해서 알탕도 제대로 못하고 하산주도 옳게 못마셔
다들 무보수인데도 참 열심히 봉사했어요
산행대장들은 주로 체격이 자그마한 사람들이 산을 잘타니까 많이 했어요
수다가 길었어요^^
몸부림님 반갑습니다
여름철 시원한 계곡에 풍덩하는 알탕 정말 좋지요
그재미로 무더운 여름 산행합니다
말씀대로 후미대장이 젤 힘들고 산을 잘타는 사람들이 맡지요
그러고보니 산행대장들은 대체로 체격이 작거나 마른사람들이 많습니다
눈산행은 이제 회원들이 질리실것 같아 자중하고 있으며 엊그제 송년회 갔다가
뜻밖에도 그때 조난했던 여성을 만나 써봤습니다 ^^
@그산 예전 평일산악회, 주로 백수노털들이 많았어요
돌아오는 길에 음주가무, 묻지마관광 비슷하죠
근데 한산악회가 역전의 용사들로 왕년에 산에서 껌 쫌 씹던 사람들이었어요
그중 나보다 한살많은 총무 여성동무
진짜 산 잘탔어요 여자 빨치산이었죠
백두대간부터 정맥 다탔어요
이야기속의 그여인은 산은 좋아하니까 다시와서 모범회원 상도 받았겠죠, 그산님 품에 안겨 울었던게 창피했나봐요 아니면 너무 좋아서 이남자에게 깊이 빠지면 안되겠다 산을 버리고 가정을 지키자해서 잠시 아웃되었다가 못잊어서 다시왔겠죠
그녀도 어제 잠못 이루는 밤이었겠어요
그나저나 그산님은 매력적인 남자인가봅니다
늘 주변에 여인이 맴도네요
나는 왠쑤오랑캐 산적들하고만 산탔는데^^
@몸부림 에구 여자들이 보기에 부담없는 남자니까 번개산행도 서로 제안하고
아뭏든 재밌게 산행했지요. 이젠 예전 동지들 남자나 여자나 다 나이들어
떠나거나 산행못하지요. 지금 산악회 가면 한참 같이 산행했던 동지들은 거의 안나와요
왕년에 감투를 썼기에 송년회는 참석합니다 ^^
이런저런 추억
역사가 많겠어요
그토록 산을 사랑하셨으니까요
정말 산에가서
사람이 너무 없어도
무서움증이 오던데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넓은품에서 그 안도
그녀도 잊지못할것 같습니다
정아님 반갑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아찔합니다
여회원 혼자 길을 잃어 사고를 당했거나 반대편으로 넘어갔거나 별생각이 다 들더군요
외딴길에 홀로 서있는 모습을 보고 참 반가웠지요. 무서움과 설움이 복받쳐 한참을 울더군요
그래도 11년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보니 말은 안해도 엄청 반가웠습니다
그여인네 정말 놀랐께네요.
우리는 후미대장을 부대장이라고
부르고 젊은산악인을 부쳐 주더라고요
아무래도 체력도 받쳐줘야 되니까요.
겨울에 여름계곡을 보니 속이 써늘하네요.
빛나라여사님 반갑습니다
우리는 후미대장을 힘이좋고 산행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했지요
엊그제 가보니 팔십명가까운 회원들로 성황을 이루는 걸 보고 흐믓했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창립 20년이고 초창기 산악회 꾸리면서 참 마음고생을 많이 했었지요
겨울엔 함박눈이 수북쌓인 산을 저벅저벅 걸어가는 묘미가 큽니다
오래 전의 아름다운 미담입니다.
11년만에 만나셨으니..
표현은 안 했어도 그 분 또한 그 때의 고마움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멋진 추억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김포인님 반갑습니다. 아마 그분도 저를 알고 그때를 잊지 못할겁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산악회를 다시 찾아 상까지 받으니 저도 흐믓했습니다
댓글 감사드리며 즐거운 겨울 보내시기 바랍니다
힘든 산길에서 고립된 산길에서
산 같은 남자를 만난 그녀 순간 설움이 북받쳤겠지요 계곡의 푸른 물빛 처럼 맑은 음색의 노래 잘 듣고 갑니다.
운선님 반갑습니다
비를 홀딱 맞으며 혼자 길을 잃어 오도가도 못하니 얼마나 당황하고 절망했는지
가늠이 안되었습니다. 흐르는 음악은 찬비의 윤정하인데 마음을 가라앉히는 차분한 음색이
좋아서 가끔 듣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