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일백예순 번째
토끼와 거북이의 어깨동무
어려서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쉬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노력해야 성공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최봉익 형이 그 토끼와 거북이가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있는, 그것도 잠자고 있던 토끼를 깨워서 나란히 걷는 판화를 보내주었습니다. 그게 공동체 사회라고 일러주는 그림이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팔꿈치 사회’라고 합니다. 1982년에 독일에서 ‘올해의 단어’로 뽑힌 이 표현은 같이 달리던 옆 사람을 팔꿈치로 치고 앞으로 달려 나가야 생존할 수 있는 치열한 경쟁사회를 지칭한 것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아니 더욱 치열해졌지요. 아프리카인들은 미개하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그들에게 배워야 할 문화가 많습니다. 아프리카 부족을 연구 중이던 어느 인류학자가 아이들을 모아 놓고, “얘들아, 저기 나무 옆에 보기 드문 아주 맛있는 과일이 가득 찬 바구니가 보이지? 너희들 중에 누구든지 가장 먼저 저 바구니까지 뛰어간 아이에게 과일을 모두 다 줄 테니, 지금부터 힘껏 뛰어가렴.” 그런데 앞다투어 달려갈 것이라는 인류학자의 예상과는 달리 그 아이들은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로의 손을 잡은 채, 함께 달리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과일 바구니에 다다르자 모두 함께 둘러앉아서 행복하게 나누어 먹더랍니다. 인류학자가 아이들에게 “누구든지 1등으로 간 사람에게 모든 과일을 다 주려고 했는데 왜 손을 잡고 같이 달렸느냐?”라고 묻자, 아이들이 “UBUNTU(우분투)!” 그러더랍니다. “다른 아이들이 다 슬픈데, 어떻게 저만 혼자 기분 좋을 수가 있는 거죠?” ‘UBUNTU’는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로서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랍니다. 어깨동무한 토끼와 거북이 판화는 그렇게 그려진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가난하지’ 그럴 사람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