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송지현 작가의 '우리가 여름에 먹는 것'에서 보는 일상에서 희망 찾기
민병식
송지현(1987 - )작가는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펑크록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로 등단해 소설집 '이를테면 에필로그',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등이 있고 2022년 허균문학상을 수상한바 있다.
송지현 작가
주인공인 현재의 '나'는 음악 밴드를 하다가 망하고 임시거처인 허름한 고시원에 살고 있다. 이모에게서 전화가 와 한 달 뒤 유럽 여행을 갈 예정이라고 '나'에게 자신의 뜨개방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나'는 생각해 본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고 고등학교동창인 b와 만나 맥주를 마신다. b는 하던 일을 멈추고 회사 면접을 보았다고 한다.
"안주마저도 선택되고 있는데 나만 비껴가고 있는 느낌, 말하자면 나는 한치랄까. 튀김류나 찌개류는 가성비와 대중적 입맛 부분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선택되기 쉽지만 한치라는 것은 나처럼 돈 아까운 줄 모르는 애나 시켜 먹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고 보면 참 한치 같은 인생이네,“
-본문 중에서
주인공 '나'는 사회에서 쉽사리 선택되고 있지 못하는 자신을 생각하며 술집에서 잘 선택되지 않는 가성비가 좋지 않은 안주 ‘한치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곧, 고시원 생활을 정리하고 이모의 일을 미리 배울 겸 고향으로 내려간다. 이모는 도착하자마자 시장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소개를 시켜준다. 자신이 키웠으니 자신의 딸이라고 하면서 음악을 하고 있으며 앨범도 냈다고 연신 자랑을 해댄다. ‘나’는 이모를 쫓아다니면서 꾸벅꾸벅 인사를 하고 유투브에는 잘 안나오고 멜론 사이트에 노래가 나온다며 사람 들의 사인 요청에 뻘쭘해하면서 사인을 해준다. 생선가게, 신발가게 등에에 주인공의 사인이 붙어있게 된다.
이모와 하루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나'는 외출을 하여 청년몰이라는 곳을 가서 1층에 있는 늘봄가죽공방과 향초를 만드는 가게인 102살롱, 핫도그 가게를 구경하다 오리지널 핫도그 하나를 사 먹는 데 맛도 평범한데다가 날이 더워 영 별로라고 느낀다. 핫도그를 먹으며 첫 키스를 했던 공원을 지나는데, 첫 키스의 순간은 생생히 기억나면서도 상대를 기억하지 못한다.
다음 날 이모와 뜨개방으로 출근한 '나'는 사슬뜨기를 배우지만 쉽지 않다. 그러던 중 핫도그 가게 주인이 뜨개방 앞에 전시된 수세미를 사러 온다. 그리고 얼떨결에 가게 안으로 들어와 실을 사고 수세미를 뜨는 방법도 배운다. 그 뒤로도 그는 이모의 가게에 며칠을 들렸고, '나'와 핫도그 가게 주인의 사이는 가까워진다.
사진 네이버.
서울에서 와 b의 취업을 축하하고, 다른 친구 한 명의 생일과 결혼, 임신을 축하하는 자리가 생긴다. 자리를 파하고 b와 방향이 같은 '나'는 함께 지하철을 탄다. 그리고 b는 내리기 전에 '나'에게 몸을 숙이고, "너 정말 첫 키스 한 사람이 누군지 기억 안 나?"라고 묻는다. '나'는 설마 b였나 한다. 고향에서 친해진 사람이 있다는 말에 b가 약간 질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것도 '나'가 b의 첫 키스 상대였기 때문인가 보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렇게 깊은 의미가 아니었기 때문에 지나가는 기억으로만 남겨진 듯싶다.
이모의 출국일이 다가왔고, 이모는 직접 뜬 초록색 스웨터, 초록색 니트 가방을 건넨다.초록색 니트 가방을 본 '나'는 이모에게 묻는다.
“이것도 뜬 거야?”
“너 어릴 때 입던 스웨터, 그걸로 뜬 거야.‘
“ 그걸로 어떻게 떠?”
“어떻게 뜨긴. 실 풀어서 새로 떴지.”
“그게 돼?”
“뜨개질은 다 돼. 풀면 새로 만들 수 있어.”
-본문 중에서
주인공은 여름에 무엇을 먹었을까. 처음에는 한치를 먹다가, 핫도그를 먹고 이모가 해준 고등어 김치찜과 콩나물 무침, 칠게 볶음을 먹는다. 그 후에 핫도그 가게 주인 청년과 소머리 국밥을 먹는다. 밴드를 하다 망하고 세상에서 잘 선택되어지지 않았던, 가성비 없는 한치 같았던 주인공은 이모의 뜨개방을 잠시 맡는 것을 계기로 다시 용기를 찾고 희망을 갖는다. 주인공이 먹은 것은 음식 뿐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통해 다시 일어날 희망을 먹은 것이다. 작품은 말한다. 스스로가 실패했다고 생각될 때 실망의 세계에 갇혀 우울해 하지말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시 일어서는 것은 어렵게 생각할 것이 아니며 이모가 가르쳐 준 것처럼 뜨개질을 다시 풀고 새로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경제불황으로 모두가 어렵다. 청년도 어렵고 자영업자도 어렵다. 먹고 살기가 빠듯하니 내가 하고픈 것에 모두 매달릴수도 없다. 호구지책이 먼저다. 그렇다고 실망에 빠져 주저 앉아 있을 수많은 없다. 작품은 말한다. 한 번 실패했다고 끝이 아니니 너무 기죽지 말고 천천히 다시 일어서라고 기회는 또다시 올 거라고, 강물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일지만 곧 잔잔히 흐를꺼라고 괜찮아질꺼라고 부드러이 토닥거리며 위로한다.
사진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