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 자리)
즐거워 보이는 아빠와
어딘가 탐탁치 않아 보이는 엄마
"거 요새 아들이
참~ 똑똑지예
처음엔 식을 안 올린다캐서
좀 섭섭하드만
따지고 보면 요새 같은 불경기에
참~~ 현명한 생각 아입니까?"
"네, 뭐,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하지요."
"남해에서 S대 올 정도면
어렸을 때부터 정말 똑똑했겠어요?"
"아입니다. 뭐. 남들 하고 똑같지예."
"대화 해 보면 어른 공경할 줄도 알고요."
"남들 하고 똑같지예."
"요즘 애들 같지 않게
얼~마나 순~~하고,
싹싹하고."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드디어 사돈을 바라본다.
"아입니다."
"똑같지예. 남들 하고."
"아, 예..."
"똑같십니다."
"요즘 애들 만치로
적당히 철도 없고,
적당히 지 밖에 모르고,
딱~ 요즘 압니다.
다를 것 없습니다."
"아핳... 예..."
"아, 그 그 저 사부인도 한 잔 받으시소."
눈치 보는 딸
"이렇게 인사하고, 알리고,
몇 가지 단계만 거치면 끝난다는 게
참... 생각 보다 쉽네요, 결혼."
"저는 이렇게 쉬울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꽤 괜찮은 조합이니까요, 우리."
"대출이지만
제가 집이 있는 것도,
지호씨가 명문대를 나왔지만
실업자인 것도
양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겁니다.
사회적으로는
교육자 집안의 체면을 지키고 싶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떠받들기는 싫은
며느리를 원하니까요.
제 양친의 위선적 욕구를
본의 아니게 충족시켜주셨습니다."
"아~~
제가 명문대를 나와서
실업자가 된 게
이렇게 시너지를 가져올 줄은 몰랐네요.
다행이에요."
문 밖까지 들리는 고성
'취했나, 니?'
"그라입시다.
제가 좀 취했십니다.
제가 좀 취해서 할 말을 좀 하겠습니다.
저희도 이래 얼렁뚱땅 딸래미 보낼 생각 없습니다.
저희도 남들처럼 할 거 다 하고!
식도 올려야겠습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혼식은 올려야죠."
"엄마, 와 그라는데 진짜.
엄마도 전번에 명현언니 결혼식 갔을 때
시끄럽고 돈만 쓰는 일이라고
그랬다아이가."
"만만하게 보는 것 같아서 그렇지.
만만하게!"
"니 순하다, 싹싹하다 그게 칭찬인 줄 아나?
그게 다
시부모 말 잘 듣고,
찍 소리 하지 마라
그 뜻이다. 아나?
결혼식 안 하는 것도
혼전에 같이 산다꼬
무시하는 거 아이면 뭔데?"
"뭘 그리 또 꼬아서 생각을 하노."
"사실이니까 그렇지, 사실이니까.
그래, 내 말 나온 김에 한 번 물어보자.
니 결혼은 와 할라 하는데?
일은?
글은?"
"안 쓴다. 이제. 접었다."
"그카면 취집한 거네.
내가 니 취집이나 하라꼬
서울대 보낸 줄 아나?
니 이럴라고
느그 아부지한테
그래 구박받으면서 글쓴기가?
(들고있던 휴지를 던지며)
고작 이래 될라꼬?"
"그라믄 뭐!
내가 뭐 유명 작가라도 될 줄 알았나?
딸래미 뭐 유명 작가라도 되면
덕이라도 볼라꼬 기대했었나?"
"내 니 덕 좀 볼라했다. 왜?
본전 생각나서 아까바 죽긋다.
내가 내준 네 입학금,
느 아부지 몰래 보내준 서울 생활비,
니 리딩 갈 때 입고 갔던 그 백화점 원피스
다 내놓고 가라.
취집을 할라믄
제대로 하든가,
남들 받는 빽 하나 못 받으면서."
"뭘 가진 게 있어야 받지
가진 게 있어야.
뭐가 있는데? 우리집.
딸래미 방 하나도 못 구해주면서.
뭐를 받을라 하노!
양심이 좀 있어라!"
뭐, 글?
그런 것도 집에 돈이 있어야 쓰는 기다.
돈 없으면
고마 잠이나 자야지.
꿈을 우째 꾸노."
밖으로 나가는 딸을 보는 엄마
결혼식 날
"신부님 화장실 가셨는데요."
"아, 그래요?"
어색하게 마주친 두 사람
다른 곳을 쳐다보는 딸
"내한테 뭐 볼일 있나?"
딸의 모습을 쳐다보는 엄마
"엄따."
"엄마, 니 소원대로
결혼식도 하니까
고마 인제 엄한 소리 좀 하지마라.
그 사람(신랑)한테 또 이상한 소리 하면
그 때는 내
진짜 화낸다."
빤히 쳐다보는 엄마
"어?"
"니도
딱! 니같은 딸 낳아서
함 키워봐라."
"참, 저 검정색 가방,
세희 님(신랑) 가방 맞죠?
아까 어머님이 물어보시더라고요.
가방에 뭐 넣어두고 가시던데요."
다급하게 뒤져보는 딸
"저... 지호씨..."
'저 지호 엄맙니다.
아직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네요.
몇 번 못 봐서...
상견례 때는 미안했습니다.
큰 딸이라는 게 그렇대예...
어떨 땐 남편같고, 어떨 때는 또 친구같고...
아빠한텐 기 죽고, 동생한텐 치이고...
못난 엄마 만나가꼬, 맘 고생 많았습니다.
우리 딸
그래도 다행히 내 안 닮고 똑똑해서,
엄마처럼은 안 살겠구나.
다행이다 싶었는데...
요새 세상에는 우찌됐든 부모를 잘 만나야지...
혼자 똑똑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나봐예.
세희씨...
내 부탁 딱 두 개만 해도 되겠습니까?
지호가 나중에 글 쓰고 싶다하면,
글 쓰게 해주면 안 되겠습니까?
살림은 내가 가서 뭐든 도와줄께예.
그러니까 나중에라도 다시 글 쓸 수 있게
지 꿈 포기 안 하고
엄마처럼 안 살그로
그리 해주소...
그리고...
우리 지호 한 번 울면 잘 못 멈춥니더.
그러니까
혼자서 울지 않게 해주소.
울려도
꼭 같이 옆에 있어주소.'
https://youtu.be/R6I6DGMY8d0
[이번 생은 처음이라]
집 주인(남주)과 세입자(여주)의
자연스러워 보이는 공동거주를 위해
계약 결혼을 하는 상황인데
엄마의 촉에는
우리 딸이 사랑받는 결혼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나 봄
서울대도
아빠는 어디 여자가
서울까지 가냐고
집 근처 지방 교대 가라고 했지만
엄마가 몰래 입학금 챙겨줘서
서울대 갔었음
정소민, 김선영 배우 둘 다 연기 존잘이라
눈물 줄줄 쏟아져
ㅠㅠㅠㅠ
첫댓글 아놔 글만 봤는데도 슬퍼 시발.. 어머니ㅠㅠ
아 진짜....... 엄마 입장에선 그럴수잇지 계약결혼인거 모르면.. 엄마한테 알릴수는 없엇나..???
화장실에서 울어 나.....
이거 재밌나 왜 계약결혼하는지 자세히 궁금하다,,
재밌어! 남주가 하우스 푸어라 대출금을 빨리 갚기 위해 방 한 칸을 세를 줬는데 거기 살게 된 게 여주야.
여자는 저렴한 월셋집이 필요했고 남자는 대출금 + 결혼 시 아버지가 주는 돈 때문에 결혼.
가부장적인 아빠, 항상 남동생에게 양보해야하는 장녀의 삶이 주는 고구마가 좀 답답하긴 해
@우리 동네 빨래방 오 고마워,,, 휴가때 시간나면 봐야겠다ㅋㅋ
아끼 눈물나 ㅍ
쉬발 ㅠ 결국 시집살이 존나 시켰잖아
글만읽어도눈물남
헉 나 지금 우는중.. ㅜㅜㅜ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