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야
나는 국제 관계라는 것을 다룬다라는 것이 대장간에서 검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검을 만들어내려면, 열기와 냉기를 골고루 사용해야 하지.
달궈서 모양을 잡을 준비를 하고, 두드려서 모양을 만들고, 식혀서 원하는 모형을 굳히는 것이지.
나름 크래프트 분야도 좋아하는 친구니 알겠지만, 검은 너무 달구면 강한 검이 되지 못하고, 너무 열기가 부족하면 모양이 잡히지 않아.
아마도 이번에 우리가 일본을 상대로 만들어야 하는 검이라는 것이 있다면, 일본이라는 경제권의 능력을 우리가 온전히 대체할 수 있는가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핵심일 것이야. 그거야말로, 단순한 생활용품 불매보다 더 화끈한 '불매'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
그 것을 위해서는 대장감에서 뜸을 들이고 두드리는 시간이 필요해, 그런 측면에서 국민정서라는 열기와 현실적 원리 및 '능력'이라는 냉기, 그리고 그 것을 적절히 통제해 내는 기술자의 '솜씨'가 중요해 질거야.
문제는 처음에 검을 만들기 위해서, 쇠를 달구어야 하는데, 그 때 종종 숯을 너무 많이 넣고, 바람을 너무 불어 넣어서 열기가 과해지기 쉽상이라는 것이지. 좋은 검을 만드려면 반드시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야. 두드릴 정도로만 달궈져야지 녹아서야 검이 될 수 없잖아.
왜 이런일이 벌어질까? 대개의 사람들은 강한 검이란 필요없는 불순물이 없어야 나온다고 생각하기 쉬워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극도로 열기를 올려 불순물을 태워내려는 것이겠지?
하지만 안전선을 넘는 열기는 검이 되야 할 재료를 녹여버릴 뿐만 아니라, 아예 대장간에 불이나게 할 수도 있을 것이야.
아마 너가 지적하는 부분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된다. 불매운동은 훌륭한 열기를 제공하고 불매운동에 참가하는 수준을 애국의 척도로 볼 수도 있겠지. 그러나 불매운동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을 적극 방해하는 수준이 아닌 이상 불매운동에 동조하지 않는다 하여 비애국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거야. 사람에 따라서 불매운동은 칭찬의 척도가 되는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불참'만으로 비난하거나, 위해를 가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안될 말이잖아? 물론 불매 운동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방해'한다면 그 것은 비난 받을 만 하다.
하물며, 상대를 죽여도 된다는 식은 정말 곤란하겠지. 애국이란, 내가 얼마나 나의 불이익과 두려움을 견뎌내면서 해법으로 나아가는지로 판단될 문제이지, 강경하니까 나는 애국자라는 식으로 판단되어서는 안될 것이야. 그런 사람은 대개 자신에 대한 만족감과 자기 주변인들의 칭찬을 위해서 강경해지는 사람일 뿐, 문제 해결을 위해 결단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그런 사람들은 대개 인터넷과 일상에서만 용감할 뿐, 정작 고통과 두려움에 몸을 던져야 할 때가 되면, 도망치던가 아니면 주변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킨다. 아니면 자기가 감당 못하는 상황에서 아무 것도 못하고 좌충우돌하겠지.
이런 부류는 나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에 예비군 복장 착용한채로 전투 준비 완료라고 글 쓰는 던 것도 싫어했다. 1차대전 직전 들뜬 사람들을 보는 느낌이었거든. 그 때도 총 들고 나가는 게 애국이라고 외쳐 댔었지. 하지만 본인들이 얼마나 훈련이 부족하고 준비가 안되었었는지 깨닫는데는 2주면 충분했을 걸? 정말 북한과 싸우고 싶었다면, SNS에 그렇게 인증 하면서 동시에 우리 군 야시경 문제 같은 것에도 관심을 두고 지적했어야 했다. 싸울 것이라면 대가를 치룰 준비와 각오가 우선되어야 하고, 일단 싸울 것이라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애국자라 할만 한 사람들은 열기, 그러니까 불매운동을 하는 사람 만이 아니라 냉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직 내에서 사투를 벌이고, 해법을 고민하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포함되며, 어떤 의미에서는 더 주목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사회가 어느정도 '솜씨'를 가지고 있는지 이번 일로 제대로 시험받게 될 것이다. 열기를 잘못다루면 발목이 잡히고 선택지가 제한될 것이고 냉기를 잘못다루면 이길 수가 없다. 정부조직, 정치영역, 민간 사회영역 모두 다 열기와 냉기를 다룰 솜씨가 있는지 긴 시험대에 오르겠지.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고 일본 문제에서 결론을 낼 각오를 해야 할 거다. 지금은 군인의 마인드가 아니라 문관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너의 말대로 파이팅 만이 아니라 해법과 대책도 같이 생각해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산업들이 성공적으로 탈일본을 해내면서 자급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그러지 못하면 그 어떤 열기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검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은 열기이지만 검을 완성하는 것은 냉기와 솜씨다.
여하간 오랜만에 글 썼길래 나도 적는다. 지나침을 경계하는 너의 의견에 공감한다. 역사 속에서 지나친 열기가 어떤 광기가 되는지는 종종 보이니까 말이야. 그 것은 언제나 경계해야 할 일이지.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논지가 명확하니 글이 잘 읽히는군요. ㅋ
깊이 공감합니다.
헐 ㅡ.ㅡ
이게 좋은 글이며, 깊이 공감할수 있는 글이였나요????????
공허한 메아리로만 들이는건 나뿐인가요? ㅜㅜ
공감이 안되면 어디가 공감이 안되는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면 왜 그런지 적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맞는 말이십니다. 광기는 경계해야 함이 부족함이 없지요.
다만 요즘들어.. 뜨겁게 타오르는 불이 대장간을 불태울수도 있다는 이유로
타오르는 숯에다가 물을 끼얹는 미친놈들이 종종 나타나서.
대표적으로 조-동 이라든지 조중-이라든가 -중동이 있지요.
그리고 몇몇 네티즌들 (다크님 아닙니다. 딴놈 있습니다.)
사람들이 짜증이 좀 많이 난 상태입니다.
그래서 광기를 경계를 하라는 말이 대장간의 숯불을 엎어버리자는 말로도 오해가 되기도 합니다.
뭐 그렇습니다.
지극히 맞는 말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