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 자료
1. 세종임금과 한글학회 정신을 살리고 빛내 주십시오!
우리 겨레는 고유한 말이 있고 그 말을 표기하는 글자, 세계에서 으뜸가는 한글을 쓰고 있습니다. 세종임금은 1443년에 친히 한글을 창제하였고 1446년에 반포하였으나 우리 겨레는 한자에 매달려 500여 년 동안 천대하다가 지금은 온 세계에 한글과 한국어 열풍, 그로 인한 한류 열풍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이 드높아지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말글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1908년에 주시경 선생이 나서서 한글학회(첫 이름은 ‘국어연구학회’)를 창립하여 116년 동안 끊임없이 이어오고 있습니다. 세종임금의 한글 창제와 한글학회의 창립은 일제로부터 우리 겨레의 정체성을 지키는 가장 큰 구실을 하였습니다. 한글학회는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고 각종 교과서를 만들어 교육을 통해 나라와 겨레의 얼을 살리고 지키는 데 힘썼습니다. 그 힘은 우리 문화가 꽃피고 오늘날 ‘한류’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을 세계 속에 우뚝 솟게 하였습니다.
서울시가 앞장서서 국어기본법을 지키고 우리말과 한글을 빛내는 데 힘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서울 거리에는 온갖 외국어와 로마자는 물론 알 수 없는 언어와 문자들로 도배하고 있으니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서울시가 나서서 우리 말글 환경을 깨끗이 하고 서울시 정책과 공문서를 비롯한 온갖 홍보물, 광고문에 우리 말글 사랑을 실천하는 광역자치단체의 모범이 된다면 다른 지자체에서도 따라 할 것이고 그 모습은 대한민국 곳곳에 퍼지리라 생각합니다.
2. ‘한글 마루지 사업’의 뜻을 이어가 주십시오!
(‘한글 글자마당’과 ‘조선어학회 한말글 수호 기념탑’ 존치)
서울시가 2012년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는 ‘한글 마루지(랜드마크) 사업’은 한글의 가치를 드높이고 되새기고자 계획한 일입니다. 다시 말해서 광화문 일대를 한글 거리로 조성하고자 한 뜻입니다. 그 하나로 세종로공원에 ‘한글 글자마당’을 만들었는데 그것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한글 1만 1,172개의 글자를 주춧돌에 새겨 한글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한글문화가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뜻이었습니다. 또 2014년에는 서울시가 한글학회와 한글단체의 뜻을 받아들여 세종로공원 안에 일제강점기에 일제에 맞서 싸워 우리의 얼과 말글을 지킨 조선어학회 선열들의 높은 뜻을 받들기 위해 ‘조선어학회 한말글 수호 기념탑’을 건립하였습니다. 이 기념탑은 세종로공원 안쪽에 자리하고 있어서 일반 시민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위치가 아니어서 아쉬움이 있지만 존재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조형물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서울시 설계 공모사업(세종로공원 및 상징 조형물 조성 설계 공모)의 하나로 이 기념탑 앞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 공모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어떤 경우이든 기념탑의 시야를 방해하는 건물이 들어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서울시의 설계 공모 사업에 기념 조형물을 가리거나 설치의 뜻을 저버리는 내용이 있다면 사업 계획을 변경하기 바라며, 이를 강행한다면 서울시의 ‘세종로공원 및 상징 조형물 조성 설계 공모 사업’은 크나큰 벽에 부닥칠 것임을 인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부득이하게 기념탑 자리에 시설물 설치가 꼭 필요한 경우라면 한글학회와 미리 충분히 논의하여 ‘조선어학회 한말글 수호 기념탑’을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장 쪽으로 옮겨 조선어학회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되새기고 새로운 상징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함을 인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 차원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상징 조형물입니다. 한글이 태어난 곳인 경복궁 정문의 문패 격인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달아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이치입니다. 더군다나 광화문광장에는 세종대왕 동상과 함께 지하에는 ‘세종 이야기’라는 전시 공간을 만들어 한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세종임금이 나신 곳에는 표지석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는데 세종임금이 나신 곳도 앞으로 역사 고증을 통해 지역을 특정하고 그 자리에 기념관을 건립하여 세종임금의 높은 뜻을 받드는 일에 서울시에서 적극 나서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모든 조형물과 기려야 곳을 재정비하고 잘 관리하는 것은 한글 마루지 사업의 본뜻을 살리는 일일 것입니다.
3. ‘광화문광장’ 명칭을 ‘세종광장’으로 바꾸어 주십시오!
서울시에서 광화문을 국가 상징 거리로 조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압니다. 경복궁 앞 광화문광장을 국가 상징 공간으로 조성하고 자유와 평화를 담겠다는 계획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바랍니다. 이 광장은 대한민국을 나타내 보이는 상징성이 큰 공간이며, 우리 국민도 많이 찾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국가 상징 거리 조성 사업은 앞서 말씀 드린 ‘한글 마루지 사업’을 이어가는 측면이 있다고 보아 광화문 일대를 한글 문화 거리로 잘 조성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시설이나 설치물들은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만 상징 조형물을 설치하기에 앞서 꼭 필요한 것은 그 중요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볼 때 ‘광화문광장’을 ‘세종광장’으로 바꾸기를 제안합니다. 그러면 대한민국 상징 거리에 걸맞은 조형물이나 기념 공간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리라 생각합니다.
현재의 잠정적 명칭인 ‘광화문광장’은 이 공간을 대표하기에는 명칭의 의미나 상징성이 너무 작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경제 선진국으로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경이로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한류 즉 드라마, 영화, 음악, 한식, 한복, 한글 등이 선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문화 강국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이 공간의 명칭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것이어야 하며 내외국인 누구나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을 간단하고 명료한 명칭으로 정해야 합니다.
이러한 여러 조건에 맞는 명칭이 바로 ‘세종광장’이라고 판단됩니다. 세종은 자주, 애민 정신으로 한글을 창제한 외에도 국방, 천문, 과학, 예술 등 다방면에서 국가 발전의 초석을 놓은 군주로서 우리 국민 모두가 본받아야 할 인물이며, 세계적으로도 한글의 창제자로 이름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명칭에 반대하는 시민이나 국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 공간을 ‘세종광장’으로 이름지으면 짧은 시간에 대한민국 국가 상징 공간으로서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끝으로, 서울시장님과 면담에는 한글학회 김주원 회장과 김한빛나리 사무국장,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 조선어학회 선열유족회 정진현 회장 등 4명이 함께할 것입니다. 이번 면담은 오세훈 시장님과 서울시를 위해 매우 생산적인 자리가 될 것이며, 아울러 우리 말글 발전을 위해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2024. 10. 25
한글학회 회장 김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