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클합창단 근황 540번째 글입니다. [전시미사] 일곱번째 연습으로, 9월 들어 세번째 연
습날이지만 사실상 9월 마지막 연습이고. 당분간 휴지기를 거쳐 10월 셋째 주인 16일쯤
이나 다음 연습이 재개될 예정입니다. 전체 근황으로는 540회째인데, 일단 연습으른 한
고비를 넘기는 셈으로 이날은 하이든의 [파우켄 미사] 1차 전체 연습을 마치고 1차 책걸
이까지 한 날이기도 합니다. 연습은 일정 차원까지 진행되고 있지만 공연 일자의 변경이
오고, 참석 인원은 10명도 채 안되며, 매달의 회비 수납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안팎
으로 여러가지로 곤경과 난국에 빠진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참석 인원은 소프라노 4명에 앨토 2명, 테너는 나중에 책걸이에 한명이 온 것을 제
외하면 실제 연습에는 1명도 없었고, 베이스는 3명이 와서 실제 연습에는 테너 없이 모두
10명이 채 되지 않는 9명에 머물렀습니다. 합창단이 금방 해체될 듯한 위기감이 들 정도
의 인원이라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연습은 [파우켄 미사]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알차게
이루어졌습니다.
연습의 시작은 저번 주에 한 <쌍투스> 연습을 이어 <베네딕투스>부터 시작되었습니다. <
베네딕투스>는 전체 111마디중에서 마지막 106마디부터 6마디까지만이 합창이어서 그
리고 그 부분도 앞서 공부한 <쌍투스>의 반복이라 특별히 공부랄 것이 없었으니, 남은 연
습은 <아뉴스 데이>와 <도나 노비스 파쳄> 164마디가 되는 셈입니다. 최근에 이 곡의 M
R 자료가 제공되었는데, 나는 연습 오기 전에 이 부분에 대한 잠깐의 연습을 해 보았더랬
습니다. 하이든의 이곡은 비교적 부르기에 용이한 곡이어서 기본적인 박자 감각만 가지
고 있으면 대체로 순탄한 음정 진행을 보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사실 몇몇 소절은 거의
파트 연습도 없이 바로 불러 보기도 했지만 대체로 순탄하게 넘어 가더군요. 물론 세부적
인 검토야 아직 더 필요한 사정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까지 될 수 있는 것은 곡의 특성 때
문이기도 한 반면, 뮤클 합창단이 그동안 쌓아올린 내공의 덕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지휘자 말이 외국에서 공부하는 경우에는 이렇듯 별 파트 연습 없이 거의 초견식으로 곡
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 가며 연습을 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도 이런
식의 연습을 하는 것을 낯설게 여겨서는 안될 듯 합니다. 다음달부터 석달 가량은 반주자
가 출산 휴가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거의 아카펠라 수준의 연습을 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어찌 보면 이미 제공되어 있는 MR 자
료로 철저한 개인 연습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연습의 실제적인 실효성을 얻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 거의 반 달 가량의 공백기가 있으니 그 사이에 그런 점
에 대한 완벽한 대비가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런데 어떤 측면에서 보면 오늘의 연습이 테너 파트 없이 전체 9명으로만 이루졌다는
점에서 과연 오늘 연습한 이 인원만으로 앞으로 30명에 이르게 될 전체 인원을 카버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인가의 문제와 이렇게 꾸준히 연습에 참여하는 사람들만 회비 납부가
되고 있어 지금 합창단 경비조달이 심각한 위기가 도래했다는 사실이 또 다른 문제로 제
기되고 있습니다. 문화회관 자체의 사정으로 공연 대관 일자도 5월18로 변경되어야 할
모양인데, 사실상 내년이 되면 공연인원 확정과 함께 회비의 안정적 조달을 위한 획기적
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찌 생각하면 모두들 어수선한 심정 때문에 연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듯 한데, 얼
마 안되는 인원이나마 현재의 인워만으로도 연습은 정말 알차게 이루어집니다. <아뉴스
데이>는 정말 조금만 손보면 될 정도로 거의 완벽하게 연습이 끝났습니다. 기본적인 박자
의 흐름은 지켜지고 있었기 때문에 순탄하게 흘러가는 음정만 조금씩 손보면 될 정도라
서 이 정도라면 앞으로 조금만 노력을 가하면 충분히 불러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
니다.
그런데 앞으로 거의 반 달 가량 휴지기에 들어갈 것이고 오늘 책걸이를 할 수 있을 정도
로 연습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지휘자는 처음 <키리에>로부터 오늘 연습하기 직전까지를
연습해 보자고 합니다. 그런데 좀 특이한 것이 그렇게 함에도 전혀 당혹스럽거나 낯설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금이야 과거의 가물가물한 기억에 의존하여, 주로 스스로 구사하는
박자 감각과 지휘자의 비트, 반주부의 흐름을 쫓아서 부르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또한
그러기 때문에 부분부분은 완전히 공백 상태에 가까울 정도로 혼선을 빚기도 하지만 일
단 안정적인 상태로 개인 연습을 하다 보면 충분히 쳐 나갈 수 있겠다고 여겨질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완결성을 갖추어가며 <키리에>로부터 <쌍투스>까지 연습을 할 수 있었습
니다. 지금은 비록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할 수 있는 부분과 앞으로 더더욱 많은 보
완을 해야 할 부분으로 뚜렷이 구분되기는 하지만 상태가 절망적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정도까지는 연습을 마칠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덕분에 9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쯤에 책걸이를 할 명분이 설 정도까지 연습을 끝낼 수 있
었고, 바로 뒤풀이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명실상부하게 1차 전체 연습은 완료한
상태이고, 추석 연휴를 한주 앞둔 날이기도 하며 당분간 반 달 정도의 휴지기에 들어갈
것이기에 1차 뒤풀이를 할 명분은 충분한 셈입니다. 뒤풀이 장소에서는 테너 파트의 한명
도 참가하여 지휘자와 반주자를 포함하여 모두 12명의 조촐한 인원으로 뮤클 합창단의
전통(?)이기도 한 ‘1시간 동안만의 뒤풀이’를 완벽하게 끝낼 수 있었습니다. 적은 인원이
었지만 이렇게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음은 이 소수 정예로 하여 앞
으로 뮤클 합창단의 미래가 더욱 탄탄하리라는 예감을 갖게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고정적이고 정기적으
로 회비를 납부하는 사람이 태부족이라는 사실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 임원들을 중심으로
그 문제에 대한 대처 방안을 고민해 보아야 하고, 약 3주 후의 연습부터는 대략 석달 가량
을 아카펠라로 연습을 해야 하니 그에 대한 대비도 각자가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합
창단의 실제적 운영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 마련과 당분간의 휴지기 동안에 단원들 각자
가 여하한 방식으로 개인 연습에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려를 앞으로의 지난
한 과제로 남기며 오늘의 연습일지를 닫습니다. 이 불안정한 경계의 순간이 앞으로의 도
약을 위한 발판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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