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을 빚는다
하얀 반죽 밤알만큼 떼어내어 치성드리듯 두손비벼 동글동글 굴려준다. 말랑말랑한 구슬 하나가 얌전하게 손바닥에 남는다. 살그머니 엄지손가락에 힘을 주어 오목하게 홈을 낸다. 손가락 하나로 시작된 자리를 빙글빙글 돌려가며 얇지도 않게 두껍지도 않게 넓혀주니 깊고 넓게 고물자리가 만들어졌다. 넘치지 않게 부족하지 않게 행여라도 겉에 묻을세라 달래가며 고물을 넣는다. 겉에 고물 묻으면 딸아이 얼굴에 점이 생긴다던데 내 얼굴 깨밭인걸 보면 새댁시절 우리 엄마 송편빚는 솜씨가 어땠는지 알만하다. 내가 우리이쁜이 낳기 전에 그 소리 들었으면 우리이쁜이가 점순이 되는 불행을 피했을 터인데 대를 잇는 안타까움이다. 점순이딸은 내 대에서 끝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나를 닮은 우리이쁜이는 송편만들자면 뺀질뺀질 핑게대고 내뺀다. 나중에 지딸 점보고 후회해도 때는 늦으리. 대를 이를 후회다. 조심스레 고물담고 보니 그 모양이 할 말 많다고 앙 벌린 입을 닮았다. 하고 싶은말 어찌 다하고 산대니, 때로는 꾹 삼키기도 하는거지. 그 입술 조심조심 천천히 닫아간다. 미련남아 망설이는 듯한 마지막 틈새를 살그머니 눌러준 후 손자국을 매만지니 1)소박하고 단아한 송편이 하나 완성됐다.
2)엊저녁 일? 때문에 고물담은 송편이 할 말 많다고 앙 벌린 입처럼 보였나보다. 잠잠해졌겠지 했던 일인데 또 튀어나왔다. 잘 달랬던 마음이 들쑤셔지니 자제심이 온데간데 없어져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이성으로 간신히 눌렀던 본성이 드러나 심한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본성대로 지르고 난 기분은 시원했다. 후련했다. 하지만 곧 비참해진다. 이런다고 해결되는건 아무것도 없는데 나만 우습게 됐구나 참담한 기분이다. 2)그 일?에 치이고 어리석은 내 모습에 치여 기분이 고약했다. 내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인정했기에 견디어보자고 다짐했지만 매번 악순환이다. 나에게 지어진 짐이 무겁다. 한숨나게 무겁다.
3)편찮으신 엄니 없이 혼자 송편을 만들다 보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이럴 수도 있겠다. 고물을 다독다독 여며 송편빚듯이 내 마음을 고물로 써서 다독다독 여며놔야겠구나. 길길이 뛰는 마음 어거지로 구겨넣는게 아닌 다음에야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여며질 수도 있겠구나. 3)어쩜 이리도 사물이나 사람이나 이치가 맞는건지. 고물 많이 넣은 떡은 딱딱해서 맛이 없다고 한다. 사람 역시 억지스레 누른 마음은 단단한 암덩어리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양쪽 눌러 가만가만 봉한 송편이 하나하나 늘어간다. 쟁반위에 나란히 놓인 송편이 소박하고 예쁘다. 내마음도 저러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늘 생각하기를 느닷없이 산신령이 나타나 나더러 소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3)마음의 평온입니다 크게 대답하겠다고 했는데 송편을 만들면서 그 소원을 이뤘다.
문체가 참 깔끔합니다. 내용에 대하여는 말할 바가 아니겠고, 생활 속에서 자신을 추스려가는 내용과 문체가 닮아서 참 잘 어울립니다.
글을 죽 읽다보면 예쁩니다. 다만 굳이 꼬집자면 여기저기 생각해 봐야 할 곳이 있습니다. 제가 쓰는 내용이 많이 부족하지만, 물바람님께 더 나은 생각의 실마리가 되길 바랍니다.
1) 글의 짜임 : 송변을 빚으며 얻은 마음의 평안(주제)
1-2문단 : 송편을 빚어가는 과정과 상념
3문단 : 어제의 일에 대한 반성
4문단 : 송편을 빚으며 얻은 깨달음과 나의 바람
5문단 : 송편을 빚으며 마음의 평안을 얻음
대략 글의 짜임을 정리해 보았어요. 이때 3문단의 내용 구성이 잘못 되었습니다. 어제의 일 때문에 글쓴이는 아주 속상해 하며 반성하고 있는데, 위 글에는 어디에도 어제의 일에 대해 언급한 곳이 없어요. 위 글의 내용만 보아서는 글쓴이가 어제 어떤 일을 겪은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고, 그저 속상한 어떤 일이 있었나보다 하고 막연히 짐작할 수 있을 뿐입니다. 결론적으로 글의 내용이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흐트러지게 되었어요. 이런 실수는 다른 많은 좋은 점에도 불구하고 좋은 수필이 되지 못하게 합니다. 조금 돌아보면 쉽게 바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엊저녁 일, 그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부분 지적)
2) 1)의 ‘소박하고 단아한’ : 위에서 이미 소박하고 단아한 송편 만들기에 대부분의 내용을 할애했어요. 다 얘기해놓고 마지막에서 추상적인 한자말을 이용해 다시 정리해 두었군요. 사족이며 좋은 글이 되기 위해서는 과감히 삭제하거나 구체적인 어휘로 고쳐야 합니다.
3) 편찮으신 엄니 없이 혼자 송편을 만들다 보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 마음이 어지러운 데 혼자 송편을 만들다 보니 여럿이 부산하게 떠들며 만드는 것과는 달리 마음이 차분해졌다는 뜻으로 이해합니다. 그렇게 이해하는 게 틀리지 않다면 ‘편찮으신 엄니 없이’는 잘못 연결한 것입니다. 형식상 ‘편찮으신~보니’까지는 원인이고, 뒤의 내용은 결과입니다. 혼자 만들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은 것인데요, 형태상 편찮으신 엄니가 안 계셔서 마음이 가라앉는 것으로도 이해가 가능해져요. 사실은 엄니가 편찮으셔서 혼자 송편을 만들게 된 것이고, 혼자 송편을 만들다 보니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은 것이지요. 따라서 위 문장은 두 개로 나눠져야 합니다.
(보기) 혼자 송편을 빚는다. 매해 추석이면 같이 송편을 빚던 엄니가 편찮으시고, 혼자 송편을 만들다 보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4) 명확하지 못한 문장에 대한 생각
1. 어쩜 이리도 사물이나 사람이나 이치가 맞는 건지 -> 어쩜 이리도 사물에나 사람에나 이치가 똑같이 맞는 건지
2. 늘 생각하기를 느닷없이 산신령이 나타나 나더러 소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마음의 평온입니다 크게 대답하겠다고 했는데 송편을 만들면서 그 소원을 이뤘다. -> 어느 날 갑자기 산신령이 나타나 소원이 무엇이냐 내게 묻는다면 ‘마음의 평온입니다’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겠다 생각하며 살아왔다. 송편을 만들면서 오늘 그 소원을 이뤘다.(문장이 길게 늘어져서 두 개로 나눠본 것입니다)
5) 띄어쓰기 : 띄어쓰기는 일부러 정확히 하지 않은 듯싶군요. 이참에 생각을 좀 해 보시지요.
** 일부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서 오해의 여지가 있습니다. 따로 전할 길이 없어 여기 올리며ㅡ, <물처럼바람처럼>님의 건필을 생각합니다.
첫댓글 이명재님.......제 글에도 이처럼 좋은지적 해주실거죠? 갑자기 물바람님이 부럽네요 ㅎㅎㅎ...........저도 빨리 글 써서 올려야겠어요^^* 이명재님의 말씀을 토대로 다시금 구성을 해 본다면 참 좋은 수필 한편이 탄생할듯 합니다. 물바람님^^ 설레는 맘으로 기다릴께요
기차님 가르쳐줘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시게 될겁니다 ㅠㅠ
바쁘신데 제가 어려운 부탁을 드렸지요. 무지 기쁘면서도 죄송합니다. 이렇게 일일이 손에 쥐어줘야 조금 알아듣는 둔함을 탓할밖에요. 감사합니다. 그일에 대해서 세세히 풀지못하는건 알면서도 풀 수 없는 숙제입니다. 에효효.. 그냥 조금 시늉은 냈습니다. 지적하신 걸 고쳐봤습니다.
물처럼 바람처럼님의 글은 날로 날로 발전해 나가는 군요 훌륭한 수필가의 품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