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방(五方)의 정(正)ㆍ기(氣)ㆍ미(味)〔五方之正氣味〕
동방(東方)의 정(正)은 갑(甲)이 풍(風)에 해당하고 을(乙)이 목(木)에 해당하며, 그 기(氣)는 따뜻하다. 그 맛[味]은 달고, 사람 몸에서는 담(膽)ㆍ간(肝)에 상응한다.
남방(南方)의 정(正)은 병(丙)이 열(熱)에 해당하고 정(丁)이 화(火)에 해당하며, 그 기는 뜨겁다. 그 맛은 맵고 상화(相火)ㆍ포락(包絡)과 겹쳐 있으며, 사람 몸에서는 소장(小腸)ㆍ심장(心臟)[心]ㆍ삼초(三焦)ㆍ포락(包絡)에 상응한다.
중방(中方)의 정(正)은 무(戊)가 습(濕)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그 본기(本氣)는 평이하고 겸기(兼氣)는 따뜻하고 서늘하고 차갑고 뜨거우며, 사람 몸에서는 위(胃)에 상응한다. 또한 기(己)가 토(土)에 해당한다. 따라서 그 본미(本味)는 짜고 겸미(兼味)는 맵고 달고 시고 쓰며, 사람 몸에서는 비장(脾臟)[脾]에 상응한다.
서방(西方)의 정(正)은 경(庚)이 조(燥)에 해당하고 신(辛)이 금(金)에 해당하며, 그 기는 서늘하다. 그 맛은 시고 사람 몸에서는 대장(大腸)ㆍ폐(肺)에 상응한다.
북방(北方)의 정(正)은 임(壬)이 한(寒)에 해당하고 계(癸)가 수(水)에 해당하며, 그 기는 차갑다. 그 맛은 쓰고 사람 몸에서는 방광(膀胱)ㆍ신장(腎臟)[腎]에 상응한다.
사람은 만물(萬物) 중의 하나여서 양기(陽氣)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고 음기(陰氣)만으로는 자라나지 않으니, 모름지기 양기와 음기의 두 기운[兩儀之氣]을 부여받아야 만들어지고 자랄 수 있다. 대대로 내려온 교훈(敎訓)을 뭉뚱그려 말해서는 안 되니, 반드시 갈래를 나누어 밝혀야 한다.
깊은 이치로 말하자면 음기와 양기는 떨어질 수 없게 결합되어 있는 것이니 그 실체는 하나이다. 숨을 내뱉을 때는 양기를 따라 숨이 나오고, 숨을 들이마실 때는 음기를 따라 숨이 들어간다. 하늘은 양기를 이용하여 만들고 음기를 이용하여 기르며, 땅은 양기를 이용하여 죽이고 음기를 이용하여 갈무리한다. 이상의 설명이 보사법(補瀉法)과 용약법(用藥法)의 일단이다.
그러므로 질병 치료에 주된 역할을 담당하는 약물을 군약(君藥)이라고 부른다. 이 약의 사용에서는 가볍고 맑은 기운[輕淸]으로 형상을 만들고, 중후하고 진한 기운[重濁]으로 형체를 만든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하늘에 근본을 둔 약물은 상체(上體) 치료에 적합하고, 땅에 근본을 둔 약물은 하체(下體) 치료에 적합하니 각각 자신들의 동류(同類)를 따르는 것이다.
맑은 기운 가운데의 맑은 기운은 폐(肺)를 맑게 함으로써 천진(天眞)을 도와주고, 맑은 기운 가운데의 진한 기운은 피부를 빛나게[榮華] 하며, 진한 기운 가운데의 맑은 기운은 정신[神]을 영양(榮養)하고, 진한 기운 가운데의 진한 기운은 골수(骨髓)를 강건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의 〈지진요대론(至眞要大論)〉[至眞要略大論]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음양(陰陽)에 대한 약물 맛[五味]의 작용에서 매운맛[辛]과 단맛[甘]은 발산하는 성질이 있으니 양(陽)에 해당하고, 신맛[酸]과 쓴맛[苦]은 배출시키는[涌泄] 성질이 있으니 음(陰)에 해당하고, 담백한 맛[淡]은 흘려보내는 성질이 있으니 양에 해당하고, 짠맛[鹹]은 배설시키는 성질이 있으니 음에 해당한다. 이 6가지 맛이 어떤 것은 거두어들이고 어떤 것은 발산시키며, 어떤 것은 이완시키고 어떤 것은 촉급하게 만들며, 어떤 것은 건조하게 만들고 어떤 것은 윤택하게 만들며, 어떤 것은 부드럽게 만들고 어떤 것은 견고하게 만드는데, 이 약물의 맛들은 각각 자신들이 잘하는 것대로 운영되면서 양기와 음기의 기운을 조화시켜서 몸을 평온하게 만든다.
황제(黃帝)[帝]가 ‘기운이 조율되지 않아서 생긴 질병은 어떻게 치료하오? 독이 있는 것과 독이 없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처리하고 어느 것을 나중에 처리하오? 그 이치를 듣고자 하오.’라고 하니 기백(岐伯)이 ‘독이 있는 것과 독이 없는 것 가운데에서는 치료해야 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으며, 질병의 비중[大小]에 맞춰 제어(制御)합니다 【운운(云云)】.
군약(君藥) 1개와 신약(臣藥) 2개로 되어 있는 것은 제어할 질병이 작은 것[小]입니다. 군약(君藥) 1개와 신약(臣藥) 3개와 좌약(佐藥) 5개로 되어 있는 것은 제어할 질병이 중간 정도[中]입니다. 군약(君藥) 1개와 신약(臣藥) 3개와 좌약(佐藥) 9개로 되어 있는 것은 제어할 질병이 큰 것[大]입니다.
차가운 경우에는 뜨겁게 합니다. 뜨거운 경우에는 차갑게 합니다.
미약한 경우에는 역행(逆行)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순종(順從)합니다.
단단한 경우에는 깎아냅니다. 스며들어온 경우에는 쫓아냅니다.
힘든 경우에는 따뜻하게 합니다. 맺힌 경우에는 풀어줍니다.
정류(停留)된 경우에는 움직이게 합니다. 건조한 경우에는 윤택하게 합니다.
땅기는 경우에는 이완시킵니다. 흩어진 경우에는 모아들입니다.
손상된 경우에는 따뜻하게 합니다. 나태한 경우에는 움직이게 합니다.
놀란 경우에는 가라앉힙니다. 위로 올렸다가 내려줍니다.
쓰다듬었다가 씻어 줍니다. 엷은 것은 빼앗습니다.
열어 주고 넓혀 줍니다. 적합하게 처리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황제가 ‘역종(逆從)’에 대해 물었다. 기백은 ‘병증의 성질과 상반된 치료법인 역(逆)이 정치(正治)입니다. 병증의 성질과 일치된 치료법인 종(從)이 반치(反治)입니다. 적은 일과 많은 일에 각각 따름으로써 그 일을 살핍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 기운을 각각 편안하게 하여 반드시 맑고 고요하게 만들면 질병 기운이 점점 사라지면서 자기들이 향해야 하는 곳으로 돌아가니, 이것이 치료법의 본체(本體)이다.
황제[帝]가 ‘반치(反治)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라고 물었다. 기백이 ‘질병 발생이 뜨거운 원인[熱因]일 때는 차가운 치료법을 사용하고, 차가운 원인[寒因]일 때는 뜨거운 치료법을 사용하며, 막히는 원인[塞因]일 때는 막는 치료법을 사용하고, 통했던 원인[通因]일 때는 통하는 치료법을 사용합니다. 질병의 주된 증상을 굴복시켜서 주요 원인을 먼저 처리합니다. 시작은 동일하나 끝은 다른 법이니, 치료를 통해 질병의 적취(積聚)를 깨뜨리고, 단단한 것을 무너뜨리며, 기운을 조화롭게 만들어서 질병을 반드시 낫게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황제가 ‘치료 방제(方制)에서 군약(君藥)ㆍ신약(臣藥)[君臣]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라고 물었다. 기백이 ‘질병 치료에 주된 역할을 담당하는 약물이 군약(君藥)이고, 군약을 돕는 것이 신약(臣藥)이며, 신약에 호응하는 것이 사약(使藥)이니, 약물의 상중하(上中下) 삼품(三品)을 일컫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황제가 ‘삼품(三品)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라고 물었다. 기백은 ‘약물 품질이 좋고 나쁨의 상황[殊貫]을 밝히는 방법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위생보감(衛生寶鑑)》에서는 이 아래에 “무릇 약물의 쓰임새는 완전히 약물의 기운[氣]과 맛[味]을 중심으로 결정된다. 보양(補養)에 사용할지 사출(瀉出)에 사용할지는 맛에 달려 있고, 어느 때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기운을 바꾸어준다.”라고 되어 있다. 질병 치료에 주된 역할을 담당하는 약물이 군약(君藥)이 된다. 가령 중풍(中風)을 치료하는 경우에는 방풍(防風)이 군약이 되고, 상초(上焦)의 열(熱)을 치료하는 경우에는 황금(黃芩)이 군약이 되며, 중초(中焦)의 열을 치료하는 경우에는 황련(黃連)이 군약이 되고, 하초(下焦)의 습열(濕熱)을 치료하는 경우에는 방기(防己)가 군약이 되며, 한병(寒病)을 치료하는 경우에는 부자(附子) 등속이 군약이 된다. 아울러 합병증이 어떤가를 살펴서 좌약(佐藥)과 사약(使藥)으로 나누어 치료한다. 이것이 방제(方制) 치료의 개요이다. ‘삼품(三品) 가운데 상품(上品) 약물을 군약으로 사용한다.’라는 본초서(本草書)의 설명은 각각 그 적합한 치료일 때에 해당하는 것이다.】
[주-B001] 권2 : 일본 궁내청 서릉부의 《의방유취(醫方類聚)》 원본을 살펴보면 《의방유취》 권2 본문의 첫면부터 몇 장이 없다. 본문 첫장의 판심(版心)에는 ‘유취(類聚) 이(二) 십(十)’라고 되어 있다. 《의방유취》 권2 10번째 장이라는 의미이므로, 《의방유취》 권2의 1~9장은 없는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유취(類聚) 이(二) 십(十)’에 장서인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아, 아주 오래전부터 1~9장은 없었던 상태라고 판단된다.
[주-C001] 동원시효방(東垣試效方) : 중국 금(金)나라 이고(李杲)가 1266년에 편찬한 9권짜리 의서로서 《동원선생시효방(東垣先生試效方)》 또는 《동원효험방(東垣效驗方)》라고도 부른다. 총 24문(門)에 걸쳐 약상(藥象)을 비롯한 각종 병증을 다루고 있다.
[주-D001] 운운(云云) :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 〈지진요대론(至眞要大論)〉의 인용을 중간에 생략한다는 의미이다.
[주-D002] 그 기운을 …… 본체(本體)이다 : 이 문장은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 〈지진요대론(至眞要大論)〉의 원문이 아니다.
[주-D003] 질병 …… 사용하며 : 일반적으로 반치(反治)는 뜨거운 원인일 때 뜨거운 치료법[熱因熱用]을 사용하고, 차가운 원인일 때 차가운 치료법[寒因寒用]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