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4월 4일
마누라랑 결혼식 올리고 날아가는 비행기 타고 왔던 제주도
그 때 3박4일의 일정으로 놀러다녔던 그 곳
오늘은 막내아들 데리고 왔다.
마누라는 뭐하냐고?
조홀라 일하고 있다.
큰아들 작은아들은 뭐하냐고?
조또 대가리 컸다고 애비하고 안논단다.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날 새벽
택시타고 김포공항으로 직행
서울은 택시비가 장난이 아니다.
어지간해서는 안탄다.
기본이 만원이 넘어간다.
정릉 집에서 김포공항까지 2만원
시간상으로 비행기 이륙해서 군산 상공을 지날 즈음 해가 뜰 것 같아서 비행기 진행방향 좌측 창가자리를 달라고 카운터로 가는 순간 웬 아자씨가 가로막는다.
요금 지불했느냐는 질문에 내가 카드로 결재했다고 하자 자동발매기를 이용하라고 권한다.
그래서 내가 우리아들 비행기 안에서 해뜨는 것 보여주고싶으니 창가자리로 달라고 하자 고개를 갸웃하더니 바로 카운터로 간다.
근데 이 아자씨 엄청 높은 사람인 것 같다.
카운터에 앉아서 표 끊어주는 총각이 벌떡 일어나더니 자리를 비킨다.
이 아자씨 키보드를 버벅거리며 치는데 벌떡 일어났던 총각이 뒤에서 공손히 앞발을 모은채 아자씨 귀에 뭐라고 소곤거린다.
잠시 후 표를 건네주는데 과거 비행기 탔던 경험상 경치를 보기에 괜찮은 자리다.
나는 바쁜 시간에 어려운 옵션을 제시해서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우리 배낭 두개를 수화물로 부치고 탑승장으로 올라갔다.
근데 울아들 갑자기 한마디
"아빠 닌텐도가 배낭에 있어요"
아빠는 정중히 한마디한다.
"아드님 비행기 안에서 전자기기는 사용을 못합니다. 글고 빙구를 타면 즉시 휴대폰도 끄세요"
울아들 못내 아쉬운 눈치다.
이놈의 닌텐도 성질같으면 옛날에 박살냈다.
막내는 엄마뱃속에 있을 때 빙구를 탔기 때문에 기억이 없다.
그래서 오늘이 처음타는 뱅기다.
슬슬 뒤로 움직여 옴을 풀고 활주로로 움직이는데 아들은 계속 창밖의 다른 뱅기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이륙을 위해서 속도를 높이자 아들의 몸이 좌석 뒤로 젖혀지면서 놀라는 눈치다.
근데 아들 볼 것은 다 본다.
"아빠 날개에서 무언가 나왔다가 들어갔어요"
아빠는 점잖게 설명을 했는데 아직 그 물리학적인 원리를 알기에는 어리다.
이착륙 때 양력을 크게하기 위해서 플랩을 내리고 접는 것인데 쉽게 설명해 주지 봇하는 것이 좁 아쉽다.
뱅기가 순항고도에 오르자 음료수가 배달되고 아들은 공항에서 산 도넛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아들이 남기기만 기다렸다.
역시 2/3쯤 먹고 남긴 것으로 내가 아침을 먹었다.
창밖을 보니 동쪽으로 불그스름해진다.
7시 30분쯤 해가 뜬다.
아들은 비행기 안에서 해 뜨는 것을 보는 것이 처음인지 눈여겨본다.
나는 일충장면을 디카에 담는다고 40여장을 찍었는데 조오또 카메라라 노가다용이라 여관에서 노트북에 옮겨놓고 보니 맘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다.
단지 해가 뜬는 것을 알 수는 있겠다.
광주상공을 지나고 바다로 들어서자 구름이 잔뜩끼어 있다.
착륙을 얼마 앞두고 좌측으로 구름위에 잠잠히 선 한라산 정상이 보인다.
아들에게 설명하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역시 노가다카메라는 정지해서 정지된 물건 찍는데는 그럭저럭 힘을 발휘하는데 움직이는 데서는 동작이 졸라 굼뜨다.
한라산이 어데갔는지 안보인다.
서울가면 출장비 아껴서 카메라 한대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또 한 서너달 짜장면 먹어야 겠다.
제주에 도착해서 배낭을 찾고 나서니 내이름이 적힌 피켓을 든 아자씨가 보인다.
그 얼굴에 16년 흐른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그 아자씨도 나같이 대머리 진행중이다.
반갑게 인사하고 주차장으로 나서니 맑은 공기가 나를 반긴다.
아자씨 차는 에스엠파이브 바꾼지 5개월지났단다.
전에는 소나타였는데 아마도 그 동안 서너대 바꾸었을 것이다.
516도로를 따라 서귀포로 이동하는 길에 카메라 필림을 사러간다.
이 아자씨 아직도 그 때 쓰던 그 카메라로 찍는다.
아남니콘 필름쓰는 자동카메라 조홀라 무거운 거 이 카메라로 찍은 신혼부부가 일개 대대는 되지 않을까 싶다.
카메라 위에 액정이 깨졌는지 먹물이 번졌는데 잘도 찍는다.
서귀포 칼호텔 정원에서 아들 사진을 몇장 찍어주고 걸으며 아자씨랑 지난 세월 이야기를 했다.
동남아니 호주니 괌이니 해서 예전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알고 찾아오는 손님 덕에 그러저럭 생활하신단다.
서귀포 잠수함타는 곳에 가서 막내와 잠수함을 타기로 했다.
근데 잠수함타는 요금이 16년 전보다 만원이 내렸다.
이것은 무슨 변고인가.
옛날에 엄청 바가지를 씌웠단 말인지 아니면 지금 엄청 싸졌단 말인지?
그 때는 잠수함타는 비용이 서울제주 비행기 값이었는데 말이다.
아들하고 나하고 둘이 타는데 76000원이다.
신혼여행 때는 기사아자씨가 타지말라 하더라고
비용대비 실망이 클거라고
근데 이번에는 타라그러네 아이가 있으니 그런가 싶다.
잠수함을 타는데 이거는 배를 탄다
잠수함이 있는 곳까지 배를타고 나가야 한단다.
한 10부을 나가니 저 멀리 바지선이 보인다
그 곳에 내리자 줄을 서서 잠수함으로 가는데
가족단위 커플단위로 사진을 찍어준다.
나중에 선착장에서 기념으로 준단다.
그것도 공짜로-----
잠수함에 타고 마개를 닫고 조금씩 내려가는데 잠수함 위를 보는 액정화면에 웬 공기통을 멘 잠수부가 보인다.
이 사람이 누군가는 나중에 설명하겠다.
잠수함이 점차 내려가고 창밖으로는 산호도 보이고 좆만한 괘기도 보이고 잠시후 잠수부가 보인다.
이 잠수부가 고기를 끌어모으는 것이다.
먹이를 주면서 이러저리 헤엄치자 그 주면을 고기가 모여들고 우리는 잠수함 안에서 구경하고
63빌딩 아쿠아리움이 생각난다.
뒤집어 말하면 우리가 유리로 된 통속에 갇혀있고
밖에는 잠수부가 손님을 끌어모으고 물속의 고기는 통속에 갇힌 우리를 보며 참 희안하게 생긴 종족도 다 있다. 그럴 것이다.
나는 잠수함이 이리저리 다니는 줄 알았는데 노가다를 전공한 공간지각능력으로 아무리 분석해도 그냥 그자리에서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는 것 같다.
나중에 물어보니 내 말이 맞단다.
근데 한번 타볼만은 한 것 같다.
선착장에 내리니 커플단위로 찍은 사진을 그럴듯한 카드에 붙혀 수심40미터 잠수함 탑승증명서라고 하나씩 공짜로 나누어준다.
그것 보고 마음에 드는 사람은 잠수함에서 슴무원들이 찍은 사진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은 돈주고 사면된다.
나는 마음에 드는 것을 신용카드크기의 사진으로 4000원주고 사서 아들에게 주었다.
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스케줄은 기사아자씨에게 일임했으므로 우리는 앉아 있으면 알아서 움직인다.
중국기예단이 하는 서커스공연보러갔다.
이제 제주도에 이런 공연이 엄청 많이 늘었단다.
아마 동남아로 가는 관광객의 발길을 돌리려는 작전이라 생각된다.
머 제주도의 자연경치야 뭐 얼마나 보겠나?
애 데리고 한라산 정상에 오를 수도 없고 올레길을 헐레벌떡 걸을 수도 없고
50분 공연에 어른 12000원 아이 8000원
엄청 싸다는 느낌이다
이 돈 받고 서커스 할 한국사람이 있을까?
접시돌리기 기계체조 등등 마지막으로 원통속에 오토바이 타고 들어가 뱅글뱅글 도는 묘기
보고 나오는 내 마음이 가라앉는다.
너무나도 작은 아이들이 하는 묘기----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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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치조림으로 점심을 먹는데 제주산 은칼치라는데 냄비속에 갈치반 무우반 갈치는 먹어도 먹어도 줄지않는다.
아들은 전복뚝배기는 시켰는데 양식이라 그런지 푸짐하다.
애들 손바닥만한 전복이 세마리 가재 한마리 조개가 수북
갈치조림 2만원 전복뚝배기 만이천원
가격대비 관광지라는 것을 감안해도 적당하다고 본다.
이제는 애비가 가고싶은 곳으로 간다.
대유사격장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동소총을 쏠 수 있는 곳
전에 신혼여행 때는 권총만 쏘았는데
헤클러앤코흐(독일)제 MP5자동소총
24발쏘는데 무려 75000원
서울이나 부산은 내국인은 외국인의 절반가격인데 여기는 같이 받는다.
여기까지와서 그냥 갈 수는 없고
조또 쏘자
타켓을 걸고 15미터에 갔다 놓고 탄창에 장전하고 교관이 나에게 총을 건넨다
처음 한발을 쏘는데 두번째 총알이 안나간다.
니미 총이 고물이다
고쳐주는데 역시 한발 쏘고 또 안나간다.
총을 바꾸고 다시 이제는 좀 나간다.
어디 맞았는지 확인하고
이제부터 3발점사로 쏜다.
니놈의 총 아무래도 이상하다 한발로 쏘면 작동불량인데 3발점사로 쏘면 잘나간다.
다 쏘고 나와서 점수를 매기는데 240점 만점에 222점
나보고 잘 쏜단다.
조또 나는 방위출신인데
아쉬움이 남아 한번 더 쏘기로 했다.
이번에는 한발씩 거리는 25미터
단 일분 안에 24발 다 쏘기
240점 만점에 232점
그럭저럭 잘 맞는다.
근데 다 쏘고나니 돈이 걱정이다.
무려 14만원
카드 꺼냈다.
마누라보고 내라 해야지
나올려는데 옆에 붙은 클레이 사격교관이 나보고 잘 쏜다며 샷건도 함 해보란다.
나는 클레이사격장으로 갔다.
18발에 35000원
사격요령을 간단히 설명듣고 총을 꺽으니 실탄 두발을 넣는 구멍이 보인다.
클레이 사격은 처음이다.
18발 쏘고 13발 맞추고 5발은 빗나갔다.
야마가 돌아 다시한번
이번에는 18발 맞추고 2발 빚나갔다.
이거는 권총이나 소총같은 조준사격이 아니고 감이다.
근데 좆됐다.
사격장에서 21만원
카드로 그렸는데 서울가면 마누라---------------------
오늘은 요기까지 ------- 갑자기 걱정이 앞서 글이 안 써진다.
첫댓글 문장력에 감탄이 절로~~~~
93년 4월 총각 제주근무 들어가서 그 해 거기서 결혼하고 다음해 쌍둥이 딸 얻고 몇 년 터울로 아들 해서 다섯 식구 되서
08년 1월 부산 나올때까지 16년쯤 살았으니 제주사람이라 봐야겟제 ㅎㅎ. 근데 잠수함 못타봤고 대유수렵장 총 한번 못잡아 봤다 ㅋ. 대유수렵장 갔던기억 있는데 아마 꿩고기 샤브 한번 완조니 맜있게 먹고온 기억.. 식구들하고 지내면서 눈에 밟히는 많은 인연들.. 장소들.. 가고 싶었던 차에 태준글을 보니 확 날아가고 싶네.
다음 글 빨리 올리라. 궁금해 죽겠다.
구경 지대로 하네... 부럽다. 날 잡아서 마눌과 같이 가야겠다. 우리도 아들놈들이 다 커뿌서 같이 안댕길라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