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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어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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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미
시어머니께는 외로움도 많이 타시는 분이고 그 외로움의 정도에 따라 마음의 병이 팔다리 어깨 허리로 나타나는 분이라서 아침 저녁 전화를 드리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가 않아요
그래서 아침 통화는 간단히 저녁통화는 미주알 고주알 ㅡ 감기로 고생하시는 군산댁 아주머니는 그만하신가요?, 목사님 사모께서는 요즘 말썽 없는가요? 몽강아주머니 서울서 오셨나요? 새벽(늘 보시는 드라마 주인공 이름)이가 김장을 몇 포기나 했나요? ㅎㅎㅎ ㅡ
관절로 고생 하신지 오래되어 움직이는 걸 힘들어 하셔서 마실을 안가시고 하루 종일 혼자 집에만 누워계시니 말동무도 없고, 운동부족으로 몸은 점점 더 비대해지고, 관절이 굳어서 갈수록 거동을 더 불편해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노인성 변비도 심해지시고......
우리가 어머니 곁에 가서 뫼시고 살 수도 없고, 어머니 위해 발품을 팔고 팔아서 산 1층 아파트도 도시생활은 심심하다며 오시기를 거부하시네요 .
어느날은 전화를 드렸는데 아침저녁 통화하던 큰며느리 목소리를 못 알아들으시고 "누기요?" 하시는 거예요. 덜컥 겁이났어요. '혼자 외로워서 치매가 걸리신걸까?' 하고요 ㅎㅎㅎ
12년 전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유독 외로움을 더 타시는 어머니가 안 잊혀져서 시골 계시는 동안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통화를 했어요. 제가 "운동하세요." 하면 설움 타시고, 노여워 하실거니까봐 머리를 썼지요. '간단히 안부 전화만 할 게 아니라 어머니를 운동도 하게 해드리자' 하고요. 그래서 시작된 동네 안부 묻기가 적중을 한셈이지요.
지금은 제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 마실을 나가신답니다. 회관까지만 가시면 몇 안되는 어머니 친구분들 소식은 다 알 수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야 어머니 세월도 심심하지 않으실 것 같구요. 또 저녁마다 시골어른들 소식 듣는 재미도 쏠쏠 하답니다.
어쩌다 시골(시댁)을 가거나 집안 대소사가 있어 모여도 저는 어제 뵌 것처럼 어른들의 안부를 묻는 답니다. 그러면 그렇게들 말씀하세요 "집에는 부산 사암서 나가 아픈 걸 어찌 다 안다요?" ㅎㅎㅎ "어머니께서 걱정으로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하고 말씀드리면 제 손을 잡고 흔들며 그러셔요. "아이고, 고맙소 집에같은 며누리 없어...... 안거리댁 큰며느리는 똥도 버릴게 읍당께 아이고 시상에......"
모든 게 마음인 것 같아요. 마음먹기에 따라 마음을 나누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예를들면 어머니께 따뜻한 버선을 사드리고 싶을 때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걸로 준비하자' 하는 작은 배려... 한 켤레 2.3천원 하는 가격이니 열 켤레, 스무 켤레 해도 얼마 안해요 시골에 노인분들 몇 분 안계시고...... 한 켤레 씩 나눠 신어 보시라고 두 다발 정도만 사서 보내드리면 친구분들끼리 많이 기뻐하세요 나무 지팡이 끝에 박는 생고무가 다 닳아서 미끄러워 하시면 의료기 상회가면 하나 천원씩 해요 스무남개 사서 보내드리면 아주 긴요해 하셔요 귤이 제 철이면 귤을 한 박스, 시골에 없는 라면이 보이면 또 한 박스...... 요즘은 택배교통이 좋아서 정말 손쉽게 전달이 가능해요.
집에서 식구끼리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외식을 할때면 어머니 아들 눈치가 어머니를 생각하며 혼잣말로 그래요 "아이구,참. 같이 살면 좋을텐데, 노인네가 무슨 고집이신지......" 그 모습보면 같이 사는 죄로 또 명치끝이 짠 ㅡ해지잖아요. 한 번 다녀오는 경비라고 생각하면 훨ㅡ 저렴이지요. ㅎㅎㅎ 제가 너무 여우짓을 하는 건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젊은 사람들은 다 도회지 나와 살고 시골에 젊은 분들 몇 안되지만 그래도 그분들이 어른들 공경하며 고향 지켜주고 계시니 우리 부모님들을 고향 분들에게 맡겨놓고 있는 것이라고, 편찮으셔도 그분들이 제게 연락을 취해 줄 것이고, 객지에 사는 자식들보다는 가까운 이웃이 자식 노릇을 서로 하는 거라고.... 그래서 부모님 주변 가까이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빚을 지는 기분이 늘 들었어요.
제사를 모셔온 지 오래라 시골을 가는 일이 드물어졌지만 어머닐 뵈러 갈때는 이건 몽강아주머니,이건 군산댁 아주머니,.... 이렇게 봉투봉투 싸서 어머닐 뵈러 간답니다. 직장에 매여 있는 관계로 토요일 밤에나 도착해서 일요일 아침이면 또 서둘러 돌아와야 하니까 소문없이 가는 게 동네 어르신들 수고를 덜어드리는 일이거든요. 무슨말이냐구요? 제가 간다는 소문이 동네에 돌면 동네 어르신들 콩이며,참깨며,참기름,고춧가루,마늘... 봉투봉투 싸서 들고 시댁으로 모여드시거든요. 고생해서 자식들 나눠주려고 준비해 놓은 걸 갈때마다 제가 충내면 안되지 않겠어요?
대신 명절쇠러 오시는 어머니 보따리가 좀 무겁긴 해요. 우리어머니도 저처럼 보따리를 풀며 그러세요 이건 몽강댁이 준 검정콩이고.....ㅎㅎㅎ 저 여우 맞지요? 예,맞아요. 그러나 어머니께서 즐거워 하시니... 저는 이래저래 남는 장사지요.(못됐어...) ㅎㅎ
오늘은 어머니 전화 목소리가 봄날의 훈풍입니다. 알고보니 7남매가 모두 전화를 한모양입니다. 오늘은 큰며느리 수다가 필요없는 날이네요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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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세상의 며느리들이 모두 팔색조님처럼 여우? ^^* 들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마음 씀씀이가 참 예쁘세요. 자식들의 작은 배려에도 크게 기뻐하시며 삶의 행복과 보람을 느끼시는 어른들.. 님의 고운 마음처럼 향이 좋은 차 한 잔 대접하고 싶은 아침입니다. 향기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히히 ..제가 편할려구요. 그리고 기쁨은 전이가 빨라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거거든요 머물러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