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제2 대구 되는 거 아니야?"..역대급 공급에 '폭풍전야' 된 이 동네
이가람 입력 2022.09.07. 15:12 수정 2022.09.07. 15:12
대대적인 입주가 시작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 지난 6월 입주를 환영한다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인천지역 부동산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규모 공급이 겹치면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동반 하락으로 이어지는 분위기이다. 이에 역대급 미분양 사태를 맞이한 대구지역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인천은 신축 아파트 4만2605가구의 입주를 추진했다. 내년에도 4만3228가구의 입주가 시작된다. 내후년에도 2만3451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3기 신도시 계양지구(1만7000여가구)까지 포함하면 그야말로 '공급폭탄'을 맞은 상황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었던 인천은 올해 들어 수도권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지역으로 전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인천 아파트 매매가격은 1.77% 내렸다. 매매가격이 변동되면서 전세가격(-3.38%)도 동반 하락했다. 서울과 경기에 비해 적게는 두 배 많게는 네 배 가까이 낙폭이 컸다.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로의 입주를 앞둔 A씨(40대)는 "지금 거주 중인 집이 도통 팔리지 않아 새 집을 전세로 내놔야 할 것 같은데 입주 예정인 단지가 많다 보니 전세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며 ”앞으로 더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돌아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송도조차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더샵송도마리나베이' 전용면적 84㎡는 최근 6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최고가(12억4500만원)와 비교하면 6개월 만에 반 토막 난 셈이다.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 전용 84㎡도 지난달 9일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11억3000만원) 대비 2억8000만원 빠졌다. '인천송도SK뷰' 전용 84㎡ 역시 지난해 9월 11억원에서 지난달 26일 7억5000만원으로 주저앉았다.
청약시장 분위기도 급변했다. 메이저 건설사 브랜드 단지에서 청약 미달 사례가 나오는 것은 물론, 수차례 줍줍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매물이 쌓이고 있다.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두 달 사이 청약 신청을 받았던 7개 아파트 단지 중 4곳이 1순위 미달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상반기 인천 아파트 최저 당첨 가점도 34.2점으로 전년(46점)보다 낮아졌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향후 5년간 수도권에 158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인천이 대구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이유다. 대구는 전례 없는 공급물량을 받아내면서 역대 최저 분양률을 기록한 바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대구의 초기 분양률은 18.0%로 지난해 동기(98.6%)에 비해 80.6%p 급락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으로 미분양 리스크가 심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청약 시장의 동력이 전반적으로 저하하면서 미달이 발생하고는 있지만, 과잉 공급이 원인이 돼 미분양이 급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진단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시장 조정기에는 아파트 입주 물량이 부동산 가격 동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된다"며 "시장 안정기에 접어들면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통, 입지, 기업수요, 브랜드, 유입인구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선호도가 높은 구역을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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