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학생생활기록부(생기부) 조작과 횡령으로 파문을 겪은 광주 한 사립여자고등학교가 3일 졸업식을 통해 사태에 대해 재차 사과했지만 졸업생과 학부모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당사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납득할 수 있는 징계,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광주 남구 S여고에서는 생기부 조작 파문을 겪은 3학년 380여명의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생들은 3년의 시간을 보냈던 교정 곳곳에서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고교 생활 마지막을 즐겼다.
일부 학생은 축하의 꽃다발을 받았고 담임 교사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이어 열린 졸업식에서 교장은 "본교는 지난 1년동안 큰 아픔을 겪었고 3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교직원을 대표해 다시한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본교는 처음으로 돌아가 학교가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교장은 지난해 12월26일 3학년 학생들이 "사회가 이런 곳입니까? 적어도 다수의 S여고 선생님들은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할 자격도 없습니다"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하자 다음날 교내 방송을 통해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학교장이 잇따라 고개를 숙였음에도 졸업생과 학부모는 생기부 수정 사건의 당사자는 사과조차 없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 측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 졸업식에 참석하지 말자"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졸업식 불참'까지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졸업생은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을려고 했는데 엄마가 설득해 참석했다"며 "그런데 생기부 조작 사건의 당사자들은 이날까지도 사과 한마디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선생님들은 '사회에 나가 어두운 곳을 밝히는 빛이 되라'고 말씀하시는데 공감 되지 않았다"며 "대학에 가도 S여고 출신이라고 말조차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아쉬워 했다.
한 학부모는 "S여고는 일제시절 3·1운동을 이끌었던 선배들의 넋이 서려있는 곳인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분들의 숭고한 뜻에 먹칠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생기부 수정 사건으로 인해 대학 입시에서 3학년이 직·간접 피해를 입었다"며 "동생도 이 학교에 다니는데 교장의 말 처럼 변화가 있는지 지켜봐야 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학교는 지난해 일부 교사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접속해 특정 학생들의 생기부를 무단 수정하고 교육력제고비 횡령 등과 맞물려 교장 등 13명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광주시 교육청은 연루된 교직원들을 중징계하라고 요청했으나, 학교 법인 측은 이를 거부한 채 관련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분을 내려 논란도 일고 있다.
hgryu7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