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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산(玄城山·965m)의 모산이 금원산(金猿山)이고, 금원산의 모산은 덕유산(德裕山)이다.
그러니까 남덕유에서 분기한 진양기맥이 남령에서 월봉산(月峰山)을 넘어 큰목재와 수망령을 거쳐 금원산에서 기백산으로 진양기맥을 떠나 보낸다.
그런다음 북동 능선을 타고 수승대 방향 산줄기 남동 지능선 상에 바위투성이로 솟아 있는 산이 현성산이다.
이렇듯 거창의 산들은 대부분 덕유산의 넉넉한(裕) 품(德)을 흠모하며 선을 대고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현성산 정상을 '하늘바래기(하늘바라기)'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있지만 언제부터 향일봉(向日峰)이라고 부른다.
'해(하늘)를 향해 솟은 봉'이라는 뜻의 한문 표기다.
또 현성산 정상석에는 작은 글씨로 '거무시'라고 따로 적혀 있다.
원래 현성산을 '거무시' 또는 '거무성'으로 부른 건 성스럽고 높음을 뜻하는 '감'의 한문 표기를 검을 현(玄)으로 해서 현성산이 됐다는 것.
또는 감뫼-검산-거무성-거무시로 변천한 것이라고 하고, 또 '거무시'를 '검은 성'으로 해석해 현성산으로 불렀다고도 한다.
그러고 보니 현성산의 모산(母山)인 금원산(金猿山) 역시 원래 이름이 '검은산'이었다.
말나온 김에 더 해보자.
금빛 원숭이의 전설 때문에 금원산이 됐다지만 역시 '검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현성산 남쪽의 오두봉(烏頭峰) 또한 정상에 거무스름하고 둥근 바위가
얹혀 있다하여 '가막달'이라 불렀다.
그러니까 금원산 현성산 오두봉 등은 모두 '검다'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고, 또 그 말은 '높고 성스럽다'는 뜻도 내포한 것으로 봐야 한다.
산자락엔 서문가바위 등 여러 전설을 머금은 볼거리와 기묘한 모양의 바위가 즐비해 산꾼들의 발걸음을 자꾸만 더디게 만든다.
서문가바위는 일반 산꾼들은 오를 수 없다.
임진왜란 때 서(西)씨와 문(門)씨 성을 가진 두 남자가 한 여인과 함께 이 바위 아래 석굴에서 피란생활을 했는데 그 여인이 아이를 낳자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길이 없어 성을 서문(西門)씨로 붙였다고 전해진다.
들머리의 미폭(米瀑)은 하얀 쌀이 굴러 내리는 듯하대서 붙은 이름.
40m 높이의 완만한 바위면을 타고 물이 흘러내리는 모양새로 옛날 폭포 위에 동암사라는 절이 있어서 동암폭포라고도 불렸다.
또 동암사에서 쌀뜨물이 흘러 내렸다고 해서 '쌀 이는 폭포'라고 부르기도 했다.
날머리 수승대(搜勝臺)는 ‘명승 제53호’로 지정된 명승지다.
영남 제일의 동천(洞天)으로 알려진 ‘안의삼동(安義三洞)’ 중 하나인 원학동 계곡 한가운데 있는 널따란 화강암 암반으로 계곡과 숲이 어우러져 탁월한
자연경관을 이룬다.
신라와 백제의 국경지였던 이곳은 신라로 가는 백제 사신들을 수심에 차서 송별하는 곳이라는 뜻으로 '수송대(愁送臺)'라 불렀다고 한다.
산행코스: 미폭-잇단 바위전망대-현성산-서문가바위(연화봉)-금원산 갈림길-필봉-말목고개(말목재)-성령산-요수정-수승대 주차장(8.7km,4시간 30분)
GPX
고도표
<참고 개념도>
네비엔 '금원산자연휴양림'을 입력하여 매표소를 조금 앞두고 미폭폭포 안내판이 있는 지점에서 버스를 멈춘다.
미폭(米瀑)은 쌀폭포이니만큼 쌀과 관련한 전설을 가지고 있다.
'쌀 이는 폭포' 또는 '동암폭포'라고도 하는데, 아마도 폭포수가 타고 내리는 암반의 색깔이 쌀뜨물처럼 허연대서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안내판의 등산코스에 오늘 우리가 진핼할 코스가 성령산까지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산행 들머리는 버스 옆 무덤 뒤 노란 휀스쳐진 곳.
버스 뒤에서 보면 무덤을 거치지 않고 바로 오르도록 되어 있다.
조금 오르다 뒤돌아본 모습.
암릉이 시작되면 안전 휀스가 안전산행을 담보해 준다.
안전시설이 없었다면 애시당초 산행이 불가능했을 수도 있었을것.
벤치쉼터를 지나면서...
암릉과 전혀 다른 솔밭길이 나타나고...
거무틱틱한 화강암과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화강암과 마사토, 그리고 솔숲은 북한산(조선)이나 경주 남산(신라)에서 보았듯이 氣가 충만한 풍수로 도읍지가 되었던 곳이지 않는가?
눈길이 가는 곳 '경주 정씨' 무덤앞의 태극문양이다.
바위 전망대에 올라섰다.
우측 산자락으로 허연 배를 내놓고 완만한 경사를 그리며 드러누운 저 바위. 여인의 치마폭을 닮았다.
그 아래 산자락에는 서덕지(左)와 상천저수지(右),
서덕저수지 뒤로 받치고 선 능선은 취우령 건흥산 능선, 그리고 상천마을도 보인다.
건흥산 뒤론 양각지맥의 보해 금귀산인 듯.
멀리 동쪽으로는 수도산에서 이어지는 단지봉, 가야산을 비롯해 별유산, 비계산, 오도산의 실루엣이 어렴풋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그 좌측 검은 구름아래 하늘금을 그리는 봉우리는...
우두산인가? 단지봉인가? 남산제일봉 매화산인가? 또 그 앞으로는 양각지맥인가? 사진을 당겨 놓고 지형도를 살피지만 당췌 정확히 짚을 수가 없다.
좌측 진행방향과 나란한 지능에 드러나는 허연 단애(斷崖).
금원 기백 간의 진양기맥 하늘금. 아래 금원자연휴양림엔 유명한 유안청계곡이 있다.
이태가 쓴 ‘남부군’에는 기백산 북쪽 이름없는 골짜기에서 500여 명의 빨치산이 알몸으로 목욕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거기가 유안청폭포다.
세찬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병풍바위 밑을 지나...
예사롭지 않은 반듯한 암면(巖面)을 유심히 살폈더니 검은 흔적과 바위를 다듬은 흔적이 확인된다.
어설픈 누군가가 암반에 조각을 하려다 그만 둔 것으로 보인다.
세찬 바람에 모자가 날아갈 새라 단단히 눌러 쓰고 포즈를 잡은 뒤로 누군가의 소원이 머무는 작은 돌탑이 서 있다.
일곱색깔 무지개가 그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카메라를 바삐 꺼내 들었지만 희미한 색깔의 잔영만 남아 있다.
등로 우측 2시 방향으로 우리가 내려갈 능선과 수승대 너머로 솟은 봉우리는 지난번 다녀온 호음산인 듯.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과 평화스런 촌락. 그 뒤로 무거운 하늘을 이고 선 하늘금은 수도지맥과 거창의 내로라하는 산들의 파노라마.
올려다 보는 진행방향으로 우측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은 우리가 내려 갈 하산 능선길. 아래엔 채석장이 보인다.
다시 무지개가 타원형을 그리며 솟았다.
전망바위에 올라선 장수씨.
무지개의 뿌리는 채석장에 박혔는데, 연못에서 용이 승천하려고 무지개가 핀다던데...
마지막 바위 봉우리를 데크로 올랐더니...
한옥 팔작지붕을 올린 현성산의 정상석이 반긴다.
바위 꼭대기 현성산엔 세찬 겨울바람이 불어...
모자를 눌러 쓰고 예전의 오래된 작은 정상석도 담는다.
정상석 뒷면에는 현성산의 유래가 빼곡히 적혀 있다.
정상에서 우리가 올라온 능선을 내려다 보고...
또 올라가는 능선도 바라본다.
그새 무지개는 내내 우리들의 길안내를 맡고 있으니...
어릴 적 자주 보았던 무지개의 꿈도 아련하다.
천혜의 식사장소에서 고개를 돌리면 무지개의 축복이 우리들에게 내리고 있다.
쌍무지개가 뜨더니...
그 끝자락은 능선의...
서문가바위를 넘어 반대편 금원산자연휴양림 두무골에 내리 꽂히고 있다.
살짝 당겨본 빛의 향연 무지개와 그 아래 서문가바위.
서문가바위는 연꽃을 닮았다고 연화봉(蓮花峰 961m)이라고도 부르지만 여기서 보니 임금의 모자인 익선관을 닮아있다.
무지개를 배경삼아...
서문가바위와 우리가 하산할 필봉 능선.
아무래도 호음산(虎音山, 무지개 뒷편의 산) 호랑이의 포효에 놀라 급히 도망하려 무지개의 등에 올라 탔나보다.
용호상박 (龍虎相搏 )은 결국 미르(龍의 순수한 우리말)의 패배(?)로 끝나.
전망능선에선 서문가바위(연화봉)가 손에 잡힐 듯하고...
돌출된 암릉을 밧줄을 이용하여...
그 고스락에 올라선다.
암릉길은 이어지고...
돌아보면 암팡져서 마치 우람한 근육질의 남성미를 보는 듯하다.
밧줄이 걸린 좁은 문을 지나자...
금원산과 수승대(6.8km) 갈림길이다.
둥그스름한 바위에 찬바람을 이기고 진한 초록의 푸르름으로 덮힌 이끼.
필봉에 닿았다. 필봉(928m)은 바위 봉우리로서 겨우 틈새를 비집고 오를 수 있지만...
필자는 밑에서 선등자를 향하여 카메라만 들이대며...
돌아서지만 필봉에 올라선 그들은 내려서는 길이 없어 다시 되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 새 미옥씨는 붓끝을 닮은 필봉 정상석에서 인증을 한다.
필봉(筆峰) 정상석의 하단부에는 문방사우(文房四友) 중 하나인 붓(筆)을 닮은 산세에서 생겨난 이름이란다. * 문방사우: 종이,붓,먹,벼루
타원형을 그리는 산행코스로서, 필봉에서 바라보는 지나온 능선길이 일목요연하다.
필봉의 붓끝은 아까 남범씨와 옥분씨가 올라간 바위 봉우리지만 정상석은 그 아래 평평한 이곳에 세워져 있다.
이야기꾼인 필자도 인증샷.
거대한 바위를 돌아보니 위태위태 걸린 모습이 아슬아슬해 뵈는데, 바위 밑둥엔 안전하게 고임석이 고여져 있다.
내려갈 능선 끝으로 말목재 지나 작은 동산으로 연결된다.
삼각김밥 바위를 지나...
삼각김밥바위의 이정표엔 아직 수승대까지 5km가 남았다.
암릉을 우회하여...
가파른 내림길을 낙엽을 쓸며...
내려섰더니...
면동 갈림길이다.
다시 능선을 타고 넘어...
마항 갈림길에선 정온종택 방향.
각도를 달리하니 '문화유산 여행길' '수승대 트레킹길' 안내판엔 모리재 방향으로 가리키고 있다.
이 코스는 <모리재 ↔ 정온종택> 이정표가 촘촘히 세워져 있다.
말목고개(말목재)에 닿아 말목고개 건너로 눈을 돌리니 성령산으로 오르는 계단길이 보인다.
말목고개의 이정표에서 세 사람은 수승대 방향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탈출하고, 필자는 정온종택 방향으로...
생태교를 건너면서...
생태교 아래를 내려다 본다.
헐레벌떡 바삐 걸었더니, 장수씨가 따라온다.
등로는 높낮이가 평이한...
소나무 숲길로 아주 유순한 길.
이 길은 아까처럼 '수승대 트레킹길'.
성령산을 코 앞에 두고 널따란 헬기장을 만난다.
헬기장에선 정온종택 방향으로 내려서야만 주차장과 가까워진다.
헬기장 20m 옆 산정에 성령산(城嶺山 448m)이 있다. 성령이라함은 산성(城)이 있는 고개(嶺)라는 말.
우리가 지났던 세 봉우리의 정상석이 모두 한날한시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u턴하여 헬기장에서 정온종택 방향으로 하산이다.
이 하산길 또한 아주 호젓한 솔밭길이지만 산행 마감시간(송년회 행사)이 촉박하여 쉴 틈을 불허한다.
팔각정자를 만나 원각사 요수정 방향으로...
내려서면서 바라본 수승대 건너의 호음산.
거창신씨무덤을 지나고...
요수정(樂水亭,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423호)을 만난다.
이 집은 수승대에 터전을 잡은 요수 신권(樂水 愼權 1501~1573) 선생이 1542년에 별장으로 지은 것으로 풍류를 즐기고 제자를 가르치던 곳이다.
처음에는 구연재와 척수대 사이에 있었다고 하며, 임진왜란 때 파괴된 것을 다시 세웠으나 또다시 수해로 떠내려 간 것을 1805년 후손(거창신씨)들이
지금의 자리로 옮긴 것이다.
정자 주변으로는 소나무가 가득하여 운치가 가득 깃들여져 있으며, 따로 부속건물이나 담을 두르지 않고 홀로 세워진 것이 특징이다.
덕유산의 맑은 물이 흐르는 위천에 바위를 주춧돌 삼아 지은 정자는 정면 3간, 측면 2간짜리 누각으로 마루 가운데 판자로 한 간의 온돌방을 내었다.
특히, 추운 산간지역 기후를 고려하여 누정 내부에 방을 놓는 등 지역적 특성이 잘 반영된 거창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재이다.
신권이 풍류를 즐기며 후학을 양성했던 요수정은 거북바위와 구연서원을 내려다보는 산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2012년 태풍 '산바'로 인해 소나무가 뽑혀 요수정을 덮쳤으나 사진에서 보듯 재앙을 면했다고...
박목월(朴木月, 1916년 1월 6일 ~ 1978년 3월 24일) 선생의 기념비.
“세상은 변했지만 물소리는 한결 같다. 수승대 바람결...물소리에 선생의 음성이 살아나신다”고 노래하고 있다.
요수정 안내판
잠긴 대문 담장 위로 까치발을 하고...
카메라를 갖다 댔더니, 사람이 기거하지 않는 듯 내부는 다소 어수선하다.
계곡으론 솔밭으로 징검다리가 놓여있고...
요수정과 거북바위가 절묘한 위치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다.
정면에서 까치발을하고 카메라를 들여 밀었다. 요수 선생이 머물던 곳으로 세칸짜리 기와집이다.
중앙에 걸린 편액엔 함양재(涵養齋). 좌측엔 선우후락(先憂後樂). 함양재는 능력이나 품성을 기르고 닦는다는 집.
선우후락은 (다른 사람이 근심하기에 앞서) 먼저 근심하고, (다 즐거워한) 후에 즐긴다는 뜻으로 지도자로서 가져야 할 자세를 말한다
이제 현수교를 건너 주차장으로 향한다.
나머지 수승대 탐방은 지난 호음산 산행 때 하였으니 오늘은 패스다.
호음산 산행기 ☞ http://cafe.daum.net/phanmaum/FXy6/595
넓은 주차장에 우리 버스만 보인다.
주차장의 주차비가 10,000원이란다. 이럴줄 알았으면 식당앞에 대 놓을 것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송학가든에 왔다.
예약된 오리고기백숙이 이미 셋팅 완료되어 있다.
정구지를 곁들인 국물과 함께(1냄비/3인) 죽으로 마무리.
송학식당을 나와 바라보는 현성산의 암괴.
ㅡ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ㅡ
저물어 가는/ 한해의 뒤안길에
천년의 한을 녹이고/ 삭여온
저-
붉은 태양은
새 해 새 아침의/ 동녘 하늘에
빠알간 빛으로 솟구쳐 오르고
살면서/ 살아가고 있는
탐욕스러운 대지위에
한 줄기 빛을 내린다.
겨울의 찬 하늘을 향하여
오롯이 서 있는/ 나뭇가지 사이로
작은 까치 한 마리/ 아침을 울고
쓸쓸히/ 털고 지나가는
가난한 마음위에
눈송이처럼 설움이 내린다.
아....
우리는 끝없는 여로에
내일을 알 수 없는/ 동행이 되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검은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들이 웅크리고 앉아
까치 울음 소리를/ 듣는다
<근암 유응교>
첫댓글 넘넘 멋 지내요 지나고 보니 안 간 것이 후회 되내 구경 잘 해서요....
녜, 너무 좋았죠. 산세는 이미 좋기로 소문이 나 있었지만 오랫만에 산정에서 오롯이 보았던 일곱색깔 무지개는 감동이였습니다.
무지개는 산행 내내 우리들을 안내하더니 말발굽처럼 굽어 돌자 이젠 반대편 자락에서 우리를 배웅하더라고요.
호음산 호랑이의 포효에 놀란 현성산 이무기가 타고 올라갔나봐요.
2017년 정유년 첫 산행 날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