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오후에 영화관으로 향했다.
이미 <적벽대전1>을 관람하였기 때문에 <적벽대전2>가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적벽대전은 208년 양쯔강 남안의 적벽에서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이 조조의 대군과 싸운 전투를 말한다.
정사인 『삼국지』에는 이 적벽대전에 대해서는 아주 간략하게 기술하고 있다. 즉 조조는 적벽에 도달하여 유비와 싸웠지만 형세가 불리했으며, 더구나 역병까지 나돌아 병사들이 죽어가자 결국 군대를 되돌려야만 했다. 이 싸움에서 승리를 한 유비는 형주와 강남의 여러 군을 차지하여 삼국의 형세를 갖추게 되었다.
이같이 짧은 내용을 『삼국지연의』에서는 ‘문학적 허구’의 살을 붙여 흥미를 보탬으로서, 후대에 널리 회자되는 불후의 명장면으로 남게 된 것이다.
영화 적벽대전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재구성하여 적벽대전 한 전투만을 완성작으로 각색한 것이다. 그래서 영화 하나만으로 보아야지 원작에 집착해서는 흥미를 잃게 된다.
적벽대전은 삼국지의 전쟁 중에서 백미라 할 수 있는 국면으로, 초라한 유비의 군대가 천하를 3분하여 위상을 확고히 하는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패배를 거듭한 유비군이 궁지에 처하게 되자 책사 제갈량은 천하를 3분하는 계획을 세운다. 이 계획을 완수하기 위해 손권과 동맹을 맺고 명장 주유를 대전의 중심으로 끌어들인다.
전쟁에 앞서 치밀한 계획과 긴장감은 이미 1편에서 예고하고 있다. 특히 제갈량과 주유가 음악으로 서로의 뜻과 포부를 교감함은 동양적인 해석으로서만 가능한 것이지만 앞으로 전개될 전쟁의 긴장을 더하고 있다.
<적벽대전2>의 전반에 제갈량이 조조군으로부터 10만 개의 화살을 받아오는 장면은 전쟁의 처절함 속에서도 음유적 요소를 가미함으로서 서양에서의 전쟁과는 다른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전투의 승패는 하늘에 달렸다.
하늘이 만드는 현상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것이 전쟁의 승패를 가름하는 것이다.
하늘은 바람을 만들고, 바람을 활용하기 위하여 양편이 모두 화공을 쓰기로 작정한다. 배에 유황을 잔뜩 실은 양군의 대치 상태에서 하늘은 북서풍을 만들어 조조의 편에 서있다.
제갈량은 하늘의 기운을 읽고, 바람이 연합군에 유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조조군이 공격해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
주유의 아내 소교는 단신으로 조조를 만나려 적진에 들어간다.
소교가 내미는 차를 맛보며 절호의 공격 시기를 놓치고 마는 조조의 갈등, 관대함을 잃지 않으려는 조조의 모습은 전체 스토리의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 전장의 뛰어난 지략가이지만 결국은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소교의 지연작전은 거대한 전쟁에서 너무 터무니없는 각색으로 이 영화의 결점이기는 하지만, 역사는 이 같은 작은 실수에서 반전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적벽대전은 전투 장면이 주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장엄한 스케일이 압권이다.
20만 조조의 대군이 연합군이 퍼붓는 화공에 꼼짝없이 당하는 장면을 근경과 원경으로 번갈아 진행시켜가는 장엄한 스케일은 오우삼 감독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전술에 따라 몇 만의 병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그려내는 모형은 전투라기보다는 오히려 거대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거대한 장면의 묘사로서는 <트로이>란 영화에서도 보여 지고 있다. 그러나 조직적인 움직임에 있어서 <적벽대전2>가 훨씬 앞설 뿐아니라, 웅대한 구도면에서도 <트로이>는 적벽대전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정도라 할 수 있다.
전쟁은 결국 인간의 신체를 무기로 한 소모전이다. 어떤 사람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실패라고 평하는 데는 이런 인간의 존엄이 사라지고 오직 물질화하여 소모하였기 때문인 것이다.
이런 인간성의 말살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영화 <적벽대전2>에서는 손권의 여동생 손상향을 등장 시킨다.
손상향은 전쟁 전반부에 남장하여 첩자로 조조군에 침투하였을 때 목숨을 구해준 손숙재(?)와 가까워진다.
서로 죽이는 전쟁의 막바지에서 다시 재회하여 두 사람의 사랑이 이어가는가하는 그 순간, 손숙재는 화살을 맞고 쓰러진다. 죽어가는 손숙재 앞에 손상향이‘나 돼지야!’하며 자신을 밝히는 장면은 거대한 전투 중에 미세한 부분까지 끌어내는 기교를 보여주고 있다.
전쟁에서 하나의 소모품으로 희생당하는 병사들의 개별 움직임 속에서 인간의 정을 놓치지 않고 끌어냄으로서 생명의 숭고함을 일깨우고 있다.
역사에서 전쟁은 단순히 승과 패로 기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십 만의 인간이 서로 죽이고 죽는 전쟁에는 각기 다른 수십 만 인생이 있다. 수십 만 인생의 무게를 이끌어 내는 것 또한 인간이다. 소설이든, 영화든 간에....
赤壁懷古 - 蘇東坡-
大江東去浪淘盡 장강은 도도히 동으로 흘러 물결 따라 사라져 갔네,
千古風流人物 아득한 옛날의 영웅 인물들...
故壘西邊 옛 성터 서쪽의 변
人道是 사람들은 일러
三國周郎赤壁 삼국시대의 주랑(주유)의 적벽이라 이른다.
亂石穿雲 사방으로 뻗은 바위암석은 구름을 뚫고
驚濤裂岸 성난 물결은 강둑 언덕을 찢어 부딪치며
卷起千堆雪 천겹의 눈 같은 물보라를 말아 올린다.
江山如畵 강산은 그림 같은데,
一時多少豪傑 한 때 피고 진 호걸들은 얼마나 많았던가!
遙想公謹當年 아득히 당시의 주유를 떠 올린다.
小喬初嫁了 소교를 맞아(소교가 시집왔을 시)
雄姿英發 영웅의 풍모 당당하였네.
羽扇綸巾 두건을 쓰고 우선을 흔들며
談笑間 담소하는 사이에
强虜灰飛煙滅 강력한 조조의 수군은 연기처럼 사라졌네.
故國神游 옛 전쟁터를 누비는 상상은 고향을 향한다
多情應笑我 다정한 고향 사람들은 나를 비웃겠지
早生華發 너무 일찍 백발이 난 것에.
人間如夢 인생은 꿈과 같은 것
一樽還酹江月 한 잔의 술, 강물에 뜬 달에게 붓노라.
영화 <적벽대전2>는 140여 분의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취한 상태로 관람을 하였지만 한 번도 졸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자꾸만 옴츠려지려는 때에는
이 같은 영화 한 편으로도 의욕을 충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댓글 감사하이~~ 자넨 아는것도 많아.. 이글을 읽고 나니 적벽대전2 를 반드시 봐야 겠다는 생각이드네~~ 고마워
새해에 하시는 일들 모두 잘되길 ........
이번 설연휴에서 적벽대전2가 관객수에서 발키리를 능가했다고 한다. 나는 보지 않았지만 앉아서 관람한거나 진배없네. 젊어서는 삼국지를 읽고 늙어서는 읽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고고시절부터 지금까지 15번이나 읽어도 또 읽고싶으니 명작은 영원한가 보다. 기회가 되면 영화를 보아야겠다.
우리나라 실학자들 중에는 '사기'를 만 번 이상 읽은 사람도 있지만, 그 시대의 학자 중에는 삼국지의 읽음을 경계하라는 글을 어디선가 본 듯한데 ,... 아직 난 삼국지를 제대로 읽었다 할 수 없고, 옛 사람의 말씀이 무엇에 대한 경계인지도 모르고 있다네.
꼭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내용을 알려주니까 이미 본 것이나 진배 없네 그려~~ ㅎ~ 친구의 글을 더듬으며 적벽대전 2를 보러가야겠네. 감사하이~~ ^^
자네는 산만 품어도 될 것을,.... 욕심부리지 말고 새해에도 꼭 좋은 산들 많이 품어주게
규홍아... 한수 배우고 간다...새해 복많이 받고....고마워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좋은 음악과 더욱 친하시게....
나도 연휴때 관람 할려다가 전편을 보지 못해서 아직 보지못했는데...갈필요가 없겠다.친구의 평으로 대체혀야겠다 ㅎㅎㅎ기축년 새해에도 늘 건승하고 만사형통하기를...
핑게 대지말고 이쁜 부인과 꼭 다녀오게
담주에 볼려구해여~~~아직안보신분! 코엑스 메가박스로 오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