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11시 심야버스 만차 성삼재 ㅡ벽소령 가는길 연달래가 또 내 이름모르는 꽃들이 달아나는 봄을 꼭 잡고 오가는 길손 고단함을 어루만져 주고 있더이다 어울려 신선이 된듯 마음은 하늘을 날듯 바쁠게 없는 걸음은 주변의 공기도 건들지 않고 걸었지요 너무도 좋은 그길을 꿈길을 걷듯 길 양옆에는 취가 도열해 있고 몇개 뜯어 퇴끼 새끼마냥 우물우물 이러다간 낼 아침 시퍼런 물똥 싸는거 아녀 이때 정말로 토끼 한마리 폴짝 살펴봐도 저건 산에 있으니 산토끼는 맞는데 토종 산퇴끼는 아닌듯 연하천 산장 밥먹고 갑시다 그늘밑 자리잡고 오다가 한주먹 뜯은 나물 샘에서 헹구고 상추쌈에 볶은 돼지고기 한점 올리고 된장에 풋고추 찍으니 왱~척후병 한마리 날아들고 손저어 쫒으니 곧 이놈이 저기 괘기다 하며 사방 백리안의 똥파리는 다 데리고 나타납니다 왱왱왱왱 허이고 겨우 한입 삼키고 도망갑니다 이렇게 많은 똥파리는 42~3년전에 지리산 처음 종주할때 보곤 첨입니다 그땐 다들 쌀 두되빡씩 지고 또 군용 그 머지요 손잡이 달린거 그거 걸쳐놓고 불때 밥 해먹었는데 어쩌다 노란 버너에 해먹는 놈들 보면 부러운 눈초리 감출수 없었고 산골 촌놈이라 그런걸 접해보지 못 했으니 그때 세석평전 길가엔 온통 똥무더기 똥파리 어마무시했었는데 조금 지나서 자리잡고 밥 먹습니다 이곳엔 몇마리 안 날아듭니다 성삼재 벽소령 가는길을 12시간을 꼬박 채워서 걸었지요 벽소령 도착하니 어디서 왔더냐 푸르고 푸른 여리고 여린 중3 남 여학생들 호호 하하 깔깔 의신마을 쪽에선 뒤쳐진 여학생 포동통한 남학생 한둘씩 이어지고 그들은 사경을 헤매고 16:30분 취사장 바글 컵라면 데워서 햇반 말아먹고 밖은 추워서 다들 일찌감치 잠을 청합니다 해는 중천에 머물러 있는데 1호실 남자 2호실 려자 주무세요 인사드리고 꿈나라 가는 1호실 배는 만선입니다 2층 선실은 학생들이 기를 받고 왼쪽 한칸 건너 또 발밑 한칸 건너 고단한 산객은 벌써 코고는 소리가 지리산을 흔들고 송판 한장옆의 산객은 밤새 뒤척뒤척 휴ㅡ시펄 시펄 하며 한숨 몬자고 날을 밝히네요 나나 저런놈은 여행 체질이 아니지요 그냥 잠은 집에서 자는거고 차라리 찬바람에 노숙이 낫지요 두어번 들락날락 자정넘어 새벽 머리 풀어 헤친 안개가 온산을 덮었다 열었다 희롱을 합니다 4:30분 다들 두런두런 마고할매 심술을 부립니다 비 섞어 바람불고 바람섞어 안개가 춤을 춥니다 추버라 이팀들 거의가 장터목대피소 예약을 했다는데 비가 오니 걱정들 되겠지요 같이간 누이 비가오고 하니 접고 탈출 하잡니다 그럽시다 먹고 사는일도 아닌데 취사장 햇반에 뜨거운 물 부어 훌훌 학생들에게 조심하라 당부하고 화이팅 힘좀 실어주며 마고할매 애들좀 살피세요 우리도 가야죠 의신마을로 가서 화개서 버스 탈까요? 음정으로 가서 버스타고 인월이나 함양 버스탈까요? 의신쪽으로 가잡니다 6km 남짓 11시 버스 버스 3시간의 여유를 두고 그럽시다 나서니 맞 비바람이 얼굴을 할퀴고 안되겠소 돕시다 음정쪽은 주능선이 바람을 막아주니 아주 편합니다 길도 좋고 하산길도 꽃길입니다 금강초롱 붓꽃 또 ㅡㅡㅡ 어젠 그많던 연달래가 반기더만 오늘은 많은 찔레꽃이 찔레꽃 향기가 얼굴을 당기고 후 우 웁 폐까지 향기를 보내니 심장은 그향기를 전신에 고루 보내줍니다 여전히 비는 만산에 쪼록쪼록 길 좋으니 걱정은 없고 비가 오니 이또한 아주 좋슴다 이길 열번은 들락날락 했던길이라 눈 감고도 예전에 알꼴 많이 마실땐 알콜 사러 마을 점빵까지 뛰어서 왕복도 했었는데 이젠 옛날 이야기가 되었고 어디쯤 이곳이 7암자 순례길 들머리입니다 다음주 토요일 부처님 오신날 이곳을 전국에서 온 사람들이 달려들겠지요 온산이 몸살을 앓겠구나 부디 아니온듯 지나소서 음정이고 시간 널널 두어 정거장 더 걷습니다 돌아보니 부자바위(형제봉)는 아직도 안개속에 오늘은 얼굴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올려다 보면서 저 왼쪽 능선은 안해 봤는데 벽소령서 째고 마을 뒷켠으로 내려서면 되겠네 언제 저기도 한번 디다 봐야 겠구나 또 숙제를 남기고 정류장 물티슈로 몸좀 닦고 옷 갈아입고 함양지리산 버스 끽 함양 4.800원 마천 인월 함양입니다 동서울 13:50분 예매하고 뭘 먹을까요 흑돼지 삼겹은 좀 먼데 멀지않은 시장근처 국밥집이 먹을만 한데 그리 갑시다 점심시간이라 만석입니다 조금 기달려 빈자리 모둠(순대 머리고기 내장)국밥을 주문 수육도 주문을 하니 점심땐 밥외엔 절대 안한답니다 건더기도 많은 뜨끈한게 나오고 많이 드세요 쥔장 할매 인심도 좋구요 아들이 도와 주고 장날 가끔씩 이집 맛있다고 오시는 촌로껜 쇠주 막걸리 한두병씩은 서비스로 내 줍니다 맛있게 먹고 나왔습니다 함양에 가시걸랑 이집 한번 들러보세요 상림숲 앞엔 더러 비싼집도 있긴한데 그긴 주차장에서 머니 택시를 타얄것이라 비 한두방울 맞으며 정거장 출발 이버스는 좀 에돕니다 저쯤어디 제가다닌 국민학교 중학교 2k 위 제고향집이 저를 향해 손 흔들고 제 고향집입니다 저 비닐 하우스가 조카 딸기농장이고 청계서원이 어쩌고 저 마을이 청계산 이수봉의 쥔장 정여창 마을입니다 그기가면 산책길도 있고 안의 이곳에 고등학교 댕겼고 저산 이뻐지요 가을산 100명산 황석산 이어지면 남덕유가 나오고 돌면 기백산 금원산이고 이분도 산길 20~5년이니 웬만큼은 다니셨을겁니다 대간길도 하셨으니 도로좀 막히고 서울입니다 생각했던 지리산길 다는 못 했지만 세월 지나면 아름다운 꿈길 이었음을 가슴에 한가득 채우고 왔습니다 지리산에 들거들랑 거리와 시간에 도망치지 마시고 세월네월 거북의 걸음이 되어보세요 또 다른 많은 세계가 반기더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