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전문가들은 지난 21일 대낮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모(33)씨의 범행 동기와 관련, 조씨가 ‘젊은 성인 남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과 ‘소년부 송치기록 14건과 전과 3범의 전과자’라는 점을 이번 사건의 특이점으로 주목했다.
24일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범행) 대상이 낯선 사람이고 피해자들이 범죄를 유발하는 요소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묻지마 범죄로 분류될 수 있다”면서도 “일반적으로 묻지마 범죄는 노약자나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 사건은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했다는 데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성장 과정 중에서 자기와 같은 남성에 대해 강한 열등의식을 갖게 됐고, 열등의식을 공격적인 행동으로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 교수(프로파일러)도 “묻지마 범죄는 말 그대로 무차별인 공격행위인데 (조씨는) 여성은 공격 대상에서 제외했고 자기와 유사한 젊은 남성으로 대상을 특정했다”며 “조씨가 말했듯 ‘나도 저렇게 행복할 수 있었는데 왜 난 안 되지’라는 마음으로 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공격해서 자신과 똑같이 불행하게 만들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지난 22일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제대로 파악해 향후 동종 범죄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인을 모르면 대책을 만들 수 없다”며 “또래집단에 대해 어떤 원인이 있었는지 찾아봐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승 연구위원은 “왜 또래 남성에 대한 분노가 발생했는지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그 트리거를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교화 프로그램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씨가 총 17건의 범죄기록이 있고 교정시설에 수감됐음에도 살인이라는 중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이 사건의 핵심은 전과 17범이라는 점”이라면서 “사법제도가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 총체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소년사법체계에서 행동수정을 하는 등 전문적 노력을 들였어야 하는데 우리 교육제도는 강제전학, 퇴학 등 퇴출만 시키니까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어른이 된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앞서 2010년 10월 보험사기 혐의로 약식기소돼 서울남부지법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8월에는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술집에서 행인과 언쟁을 벌이다가 왜 시비가 붙었는지 묻는 A씨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리쳐 전치 2주의 뇌진탕을 입힌 혐의다. 당시 싸움을 말리던 종업원은 깨진 소주병에 팔 부위가 약 5㎝ 찢어졌고 또 다른 종업원은 500㏄ 맥주잔으로 배 부위를 얻어맞았다.
공 교수는 교화 프로그램의 실패라고 비판하면서도 소년범에 대한 낙인을 우려했다. 공 교수는 “청소년 때 교화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중대 범죄자로 성장한 것”이라며 “지금의 교화 프로그램이 효과적인지에 대해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어릴 때부터 낙인이 찍혀서 부정적인 자의식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고 그게 열등감이나 패배의식을 갖게 해 제3자를 공격하는 형태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며 “청소년 범죄의 낙인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26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조씨의 얼굴과 실명·나이 등에 대한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조희연, 박유빈, 윤준호 기자
출처: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724514701?OutUrl=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