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오는 정도가 그냥 내린다... 가 아니라 현관문을 열기가 어려울 정도의 세찬 바람과 함께 몰아치는 빗줄기입니다. 바람과 빗줄기가 건물에, 나무에, 전봇대에, 부딪치고 흔들리는 소리가 생생하게 집안까지 전달됩니다.
저녁먹고는 약 챙겨먹고 빗줄기를 가르며 태균이 2층으로 가버렸고 결국 화요일까지 비가 온다하니 완이는 오늘이 마지막 만보행이었던 듯 싶습니다. 낮에 잠깐, 4시 전까지는 비가 그친다해서 그 시간에 만보를 계획하고 아이들 몰고 나갔습니다. 비그친 잠깐사이 성산일출봉 앞 쪽 유채밭에는 관광객들이 꽤 많습니다.
성산일출봉 앞 오조리지질트레일 길이 가장 낫겠다싶어 그 길을 걸었습니다. 무엇보다 태균이가 신장결석 요로결석에서 해방된 듯 발걸음도 많이 가볍고 전혀 뒤처짐없이 오히려 완이까지 챙기며 걷는 모양새이니 이대로 계속 가면 될 듯 합니다.
간만에 나가서 그런지 신나해하면서도 중간중간 짜증 덩어리를 풀어놓는 완이, 입술이 아프니 더 단 것에 집착하고, 그나마 걸을 때는 단 것들로 보상해주니 집에 있는 것보다 훨씬 좋아하긴 합니다. 참 간식이란 것이 단 것 외에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너무 좁습니다. 태균이는 샌드위치나 김밥이나 초밥도 잘 먹어서 선택의 폭이 넓은데 완이는 단것 외에는 뭐가 없습니다. 달아도 지나치게 단 것만 너무 좋아하니 지금이야 괜찮지만 나중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그것도 걱정입니다.
4시쯤 비가 다시 내릴 것이라 했지만 3시반이 좀 넘자 슬슬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서둘러서 엄마는 차쪽으로 가버리니 태균이 끝까지 완이 챙기면서 딴데로 도망갈세라 단도리까지 합니다.
만보는 못 채웠고 대략 6500보 선에서 마무리, 우리의 영원한 풍경감상 지대인 섭지코지 뒷편 해안가에다 차 세워놓고 바다풍경 한참 감상했습니다. 자주 오는데도 늘 새롭고 풍경이 매번 달라집니다.
그칠 줄 모르는 입춘 빗줄기가 어찌나 거센지 집가쪽 전봇대 희미한 불빛 아래 비춰지는 것이 심상치 않을 정도입니다. 오래된 고전팝송이지만 전설적인 락그룹인 CCR 노래들이 유난히 땡기는 날이기도 합니다. 노래제목처럼 도대체 이토록 오래가는 빗줄기는 누가 멈추게 하려나요?
https://youtu.be/FewFoyO-xwo?si=lZeYY3C0qqzqu50M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빛나는 햇살이 내려앉으면 '비를 본적이 있냐'며 특유의 알콜성 목소리로 귀를 걸쭉하게 적셔줍니다. 의식있고 철학이 있는, 정치색도 있는 그들의 노래는 2024년에 내놓아도 조금도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https://youtu.be/qnUJHHaAIe4?si=5GxwE4C9z8rWHqaQ
이 겨울비는 멈추기는 할까요? 어찌 이리 줄기차게 내리는지 반짝이는 햇살본 지가 너무 오래전 일인 듯 합니다.
첫댓글 태균씨가 컨디션이 회복되어 얼마나 기쁜지요. 정말 식겁했답니다. 준이는 센터에 성공적으로 안착되길 바라게 됩니다. 혹시나 본가에 가게 되더라도 가 볼 데가 있으니요. 태균씨 베트남 여행이 즐겁기를 미리 기원하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