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게의 가마솥
수십여년간늘 자기소임을 다하더니
이제는 솥 모얀새도 별로 좋지 않고 사용하기도
불편하고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이유로 광속으로
밀려 넣어내 마음을 섭섭하게 만들었다
시댁살림의 희비애락을 간직하고 지나온
그 가마솥은 손 때가 묻어 윤기가 자르르흘렀고
시할머니님으로부터나에게까지 물려 받아 내려온
살림기구라 매우 의미 깊은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편리하다는전기 밥솥과 압력밥솥때문에
천대받고 광속으로밀려난 그 모습을 보노라면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한꺼번에 되살아난다 우리집은
큰집이라 크고 작은 행사들로 붐볐다
그러기에빠른 시간내에많은 양의 음식을 장만해야
하니 가마솥은 필수 적이었다 명절이나 제사 생신이
나혼사때에도오륙십명이 먹을음식을 이 두가마솥으로
거뜬히 해냈다
한솥에는 밥을 짓고한솥에는 국을 끓이고밥을 하는
동시에밥위에호박닢.고추감자.가지.깻잎도찌고아궁이의
불에는 생선구이 김구이도 하고 솥뚜껑을 뒤집어 여러
가지 전을 붙일수 있는 후라이펜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뿐이랴 명잘에는 시루떡 송편.단술 .강정도 만들고
제사떼에ㅡㄴ는 닭찜 북어 찜해넸다.그야 말로 필요한
요리르를다 만들수 있는 만능조리 기구였다.
가마솥의 밥은 유난히 윤기가 흐르고구수한 누른지와
숭늉의 맛은 일품이다.요즘 아이들은 특이한 맛을
풍기는 후식으로서의 숭늉맛을 모른다 .오늘의어느
조리기구가 그 놀라운 맛을 내랴!
첫댓글 ㅎㅎ 혜림양 글 멋지게 잘 쓰셨습니다. 그렇게 지나온일 회한의 글을 쓰다보면... 분칠을 하지않아도 화장을 하지 않아도 글이란 것들이 스스로 멋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