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활 협동조합의 정기 둘레길은 매월 둘째주 토요일이다.
이번 걷기는 마침 석가탄신일.
그래서일까.
길잡이를 오래한 최 이사님의 속깊은 뜻인지 걷는 코스가 성북동에 있는 길상사를 거쳐갔다.
길상사에 들어서니 요소요소 행사로 번잡했다.
또한 절에 내 걸린 연등 만큼이나 많은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그 와중에 점심무렵이라 구불구불 늘어선 공양줄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비빔밥과 수박 한 조각이 담긴 공양을 체면도 잊은 채 나무그늘 아래에
주저앉아 맛있게 요기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길상사 내 진영각.
법정스님의 영정이 모셔져있다. 불일암에 놓여 있는 의자 사진도 보인다.
길잡이가 길상사 유래에 대해 설명한다. 김영한과 백석 시인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법정스님과의 인연.
그러나 많은 인파에 치여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누군가 쪽동백이라 하여...무심히 꽃을 바라본다.
세상살이의 고달픔과 번뇌를 잠시 잊고, 바라 본 흰꽃이 연등처럼 보인다.
지금 여기가 정토세상이려니 여기며 매주 둘레길 걷기로 마음을 위로한다.
언제봐도 즐거운 여생 둘레길 친구들.
각자 준비해 온 요깃거리를 펼쳐 놓고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인다.
이 속에서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며 살아온 날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한 소절이 엮인다.
어느새 잎들이 자라 푸르른 가운데 숲속 길 친구를 만났다.
이름을 알지 못해 미안하다.
싱그러운 숲의 향에 취해 숲속을 거닐면 폐쇄된 도시의 답답했던 마음이 활짝 열린다.
숲속을 걷다보면 찔레꽃이 화사한 웃음으로 반기고, 아카시아꽃이 절정인 듯 바람타고 느껴지는
향기가 코를 자극하여 이것이 행복이려니 다시금 일깨운다.
걷다보면 자연이 주는 즐거움만 있으랴.
지난 달 둘레길은 북한산 진달래 능선 이었는데 진달래꽃이 길을 엄호하듯 양옆으로 화사하게 피어나 황홀한
지경으로 걸었던 길이다 . 그 감흥을 잊지 못해 시로 옮긴 이가 낭송 하였다.
백악산과 절정인 아카시아꽃...
IT 기술이 더 발달하면 아카시아꽃 향기도 여러분에게 전해 줄 수 있으리.
성북동을 지나면서 찍은 사진이다.
워낙 담벼락이 높은 동네라 사진 찍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길을걷다 만난 천상병 시...
나는 '귀천'을 더 좋아하지만.
고목으로 보이는 아카시아 나무의 포스.
잎사귀가 거의 없고 꽃만 달렸다. 이런 아카시아 나무, 처음 본다.
걷다보면 능선에서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서울시내.
매번 느끼는거지만 서울은 산으로 둘러쌓여 있고 중간중간 야산이 배치되어 있어
푸른 도시로 보인다.
내려오는 길에 라카페에 들러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을 둘러봤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와 파키스탄의 접경지역인 카슈미르에 대한 사진이다.
두 나라가 분리독립하면서 생긴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종교갈등 지역이란다.
사진 해설이 한 편의 시다.
첫댓글 해설이 멋집니다... 쌓이는 발자취만큼이나 나날이 넓어지는 사고의 폭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