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봤다. <헤어질 결심>
개봉 중인 영화에 대한 후기를 쓸 땐 고민이 많다.
스포를 배제하며 감상을 적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여 고민 끝에 (후기가 아닌) ‘보고 싶었던 이유’로 제목을 바꿔 후기 아닌 후기를 적어본다.
꼭 보고 싶었던 이유는 5가지였다.
1.박찬욱 감독
박찬욱 감독이 6년만의 신작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첫 로맨스-물로. ‘깐느 박’에 대해선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테고...
그의 작품 중 로맨스를 전위에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깐느 박의 전작들에 아예 로맨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2년 <복수는 나의 것>에서 동지애(?)로 맺어진 신하균(류)과 배두나(영미)
2003년 <올드보이>에서 친누나를 사랑하는 유지태(우진)
2009년 <박쥐>에서 친구의 아내(김옥빈)에게 욕정을 느끼는 신부(송강호)
2016년 <아가씨>에서 몸종(김태리)과 밀애를 벌이는 아가씨(김민희)
등에서 다소 기이하고 비틀린 로맨스가 그려졌다. 하지만 부수적인 요소였다. 고기에 비유하자면, 살코기를 저미고 남은 부속물 정도랄까. 헌데 깐느 박이 이번엔 작심하고 로맨스를 앞줄에 세웠다고 한다. 피의자-형사 간의 로맨스라고 하니 전도연&김남길이 열였했던 오승욱 감독의 2014년 <무뢰한>이 떠오른다. 하지만 ‘자극적인 것은 피하려 했다’는 깐느 박의 인터뷰대로 <무뢰한>과는 결이 다른 로맨스가 펼쳐졌다.
“남자의 사랑이 끝났을 때 여자의 사랑이 시작됐다.”
과연 남자는 어떻게 사랑을 시작했고, 언제 사랑을 끝냈을까. 여자는 남자가 끝낸 사랑을 어떤 방식으로 이어갈 수 있었을까. 궁금하시면 개봉관으로!
2.정서경 작가
“너나 잘하세요!” 13년 동안 복역하며 치밀하게 복수를 준비하는 2005년 <친절한 금자씨>
“기억은 괜찮구요, 그냥 밥만 먹게 해주시면 되는데.” 2006년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여우가 닭 잡아먹는 게 죄냐?” 구원에 대한 욕망이 파멸로 치닫는 2009년 <박쥐>
“글 같은 거 배우면 그만이고. 욕해도 좋고 도둑질도 좋은데 나한테 거짓말만 하지 마.” 거짓&진실 뒤에 감춰진 인간의 욕망을 파헤친 2016년 <아가씨>
깐느 박과 합을 맞춘 게 벌써 4번, 이번 <헤어질 결심>이 다섯 번 째다.
“어떤 한 인간을 졸라 집착하다 보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신념 같은 게 생기거든.” 속도감&긴장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스릴러물 2018 <독전>
2006년 <모두들, 괜찮아요?>
까지 합치면 <헤어질 결심>이 영화 작품으론 7번째다.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외에 정 작가는 <헤어질 결심>에서 또 어떤 명대사를 남겼을까. 궁금하시면 개봉관으로!
3.탕웨이
불순한 의도로 사랑을 시작해야 했던 2007년 <색계>
무의미한 삶에 돌을 던진 남자에 대한 감정의 변화를 연기한 2011년 <만추>
그 외 풋풋하고 절절하고 가슴 저미는 영화들인 2014년 <시절인연> 2016년 <사랑:세 도시 이야기> <북 오브 러브>
까지 다채로운 사랑-법을 선보인 여배우.
로맨스가 주 종목인 배우의 안면 세포 수는 일반인보다 두어 배 많다고 한다.(근거는 없다. ㅋㅋ) 내가 탕웨이의 로맨스를 즐겨 찾는 이유는 (그녀의 경우) 일반인보다 열 배는 많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그것도 피의자인 그녀가 자신을 취조하는 형사에게 사랑을 느꼈을 때의 표정이 궁금하시면 개봉관으로!
4.박해일
지고한 순정남을 연기했던 2003년 <국화꽃향기>
“원하면 자고, 쿨하게, 부담 없이.” 능청맞은 연애의 고수 2005년 <연애의 목적>
17세 소녀에 대한 욕망을 감추어야 했던 시인 2012년 <은교>
미모의 찻집 주인과 생각지 못한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 젊은 교수 2014년 <경주>
비운의 여인을 평생 지켜봐야 했던 독립투사 2016년 <덕혜옹주>
깐느 박은 작품 구상단계에서부터 남자 주인공으로 박해일을 찍었다고(?) 한다. 감독의 기대에 걸맞게 박해일은 품위 있는 형사&불륜남을 연기했다. 불륜에도 품위가 있다고? 궁금하시면 개봉관으로!
5.김신영
조연으로 출연한 고경표/이정현/박정민/박용우... 등이야 뭐 배우니까.
헌데 개그우먼 김신영이? 그것도 비중 있는 배역으로?
깐느 박은 ‘웃찻사’ 행임아~ 때의 김신영을 유심히 지켜본 모양이다. 속으로 천재라고 생각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단다. 그리고 이번에 캐스팅했다. 김신영은 과연 깐느 박의 기대에 부응했을까? 궁금하시면 개봉관으로!
첫댓글 저도 오늘 봤네요~ 카메라 시선이 눈에 띄는 영화. 탕웨이의 대사를 알아듣기 어려워 좀 짱나는 지점이 몇번 있었던..ㅋ
앵글이 장난 아니죠? 전 까무러치는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