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4/1(목금) 이틀이야기
목요일 아침 제인샘께 소개받은 <겁쟁이 빌리>(앤서니 브라운)를 읽었습니다. 내일 손끝과 재량시간에 걱정인형 만들기를 할 계획으로. 모두들 몰입해서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친구는 내일 다음달 신문 만들기를 하고싶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친구들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고, 글쓰기를 하고 싶어합니다. 일단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걱정인형 만들기를 할 친구들은 학교에서 기본 재료를 준비할 테니, 각자 필요한 재료를 집에서 더 가져오도록 했습니다.
1,2교시 우리말은 어제에 이어 신문 만들기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채민과 경은이가 섬세한 그림에 몰두한 반면, 희재와 윤철이는 역시 지진과 쓰나미를 같이 작성하고 각자 이야기를 쓰고, 썰렁만화를 그렸습니다. 한편 학교와 마을 사건을 다룬다고 어제 이것저것 편집회의를 하던 가을,여산,서연,세은을 많이 기대했는데, 지난번 작업처럼 시너지가 나오지 않고 이번엔 늘어지고 의욕이 적어졌습니다. 서로 분야와 역할을 나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제안 했는데, 하나를 같이 하면서 네 개의 개성이 서로 기를 못 펴는군요. 제게 과제를 남겨준 팀이 되었습니다. 다원이는 차분히 자기 기사만들기에 열중해있고, 한별이와 주성이, 그리고 커툰을 빨리 그린 찬서는 한찬 포켓몬스터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주성이가 벌써 20개 가량 캐릭터를 그렸는데 처음보다는 크기가 조금 커졌지만, 아직도 작군요. 그걸 한별이가 스토리로 엮어 놓기로 했는데 진행이 더뎌 결국 남아서 마무리를 해야했습니다.
포켓 몬스터 팀은 참 다양한 가능성과 재미를 가졌습니다. 다양한 괴물이 우선 아이들의 적대/동일 대상이 되고, 사물과 기능에 대한 감각과 인식을 자극하지요. 다양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공간과 좌표 대한 욕구를 채워주는 것 같습니다. 소위 남자들의 세계를 자극하는 <일리아드>, <오디세이>, <주몽> 같은 영웅신화와 근원적으로 동일하지요. 아이들은 지도를 그리고 그 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배치하고 싸움을 벌입니다. 공간을 다양하고 폭넓게 확장하고, 캐릭터에 자기만의 기능과 형태를 첨가하고 개조해나가고,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구성하면 아이들의 공부수단으로 더할나위 없이 좋은 모티브가 될 것 같습니다. 더구나 카드의 형식도 그런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요. 이 아이들이 계속 몰입하여 확장할 기회와 용의를 가진다면 꽤 괜찮은 서사공간이 마련되고 자기의 세계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 같습니다. 과연 피카츄를 극복하고 자신을 전면에 등장시킬 수 있을까요?
그런데 윤철이가 일찍 작업을 끝내더니 나사하나를 책상에 돌려 박는 게 거슬리는군요. 그래 옆에 가서 나무토막 상자를 보여주고 이 중에 골라 연결해보는 걸 제안했습니다. 윤철이는 오케이를 하더니, 이내 토막을 주워 거기에 나사를 박습니다. 그런데 판으로 연결하고 싶어하는군요. 그래 목공실에 가 작은 나무판을 톱질해 연결하니, 다시 다른 나사로 또 다른 토막을 연결... 그렇게 몇 번하니 재미난 장난감이자 조형물이 되었습니다. 순수유희에서 조형감각을 키워주는 교재는 물론 형태의 아름다움이 주는 즐거움까지 있으니 의외의 성과입니다. 야, 이거 색을 입히고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좋지 않겠냐고 제안하니, 그건 싫다네요. 자꾸 어른이 아이디어를 얘기하면 아이들은 귀찮아하는 경향이 있지요. 하지만 윤철이의 작품은 탐이 나는군요.
3,4교시와 오후는 생태시간이지요. 고무신이 나무의 형태와 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깜콩과 함께 3학년은 성미산에 올랐습니다. 1.세모나무 네모나무 가지 많은 나무를 찾고 그 뿌리를 짐작해보기와 2.봄이 온 증거 셋을 찾는 미션을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소나무와 조팝나무, 노간주나무 등을 찾았습니다. 성미산엔 개나리가 피고 여기저기 새싹들이 얼굴들을 내밀고 있군요. 삼삼오오 짝을 지어 메뚜기처럼 뛰어놀며 따뜻한 봄 햇살을 맞는 아이들! 놀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지요. 놀줄 모르는 어른들과는 대조적입니다. 더구나 이렇게 놀면서 저절로 자연이 몸에 스며드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입니다. 성미산은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의 공간임에 틀림없습니다. 한편 공간의 트임과 다양함 자체가 주는 혜택을 생각해볼 때 아이들에게 미안한 생각도 듭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만든 신문들을 오려붙여 날치기 편집을 했습니다. 시간을 충분히 들여 수업시간에 모두 마쳤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기사선정과 배치만도 시간이 상당히 걸려서. 덕분에 디테일에 대한 묘사와 마무리 작업을 전혀 거치지 않아 아쉬움은 여전히 남았습니다.
하지만 여백이 있으면 여백의 미요, 넘치면 무르익음이지요. 이쁘면 다 이쁘게 보일 테니 안심입니다.
금요일 아침열기 시간엔 고등의 호성이형이 와서 분실물함의 물건들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1,2교시 손끝과 재량시간엔 세 그룹으로 나뉘어져 진행되었습니다. 여학생들의 걱정인형 그룹과 다시 포켓몬스터 캐릭터 작업을 시작한 주성, 한별, 찬서, 그리고 윤철의 작품을 보고 자극받은 아이들의 나무토막작업을 이용한 톱질과 나사박기. 윤철이는 어제에 이어 나사 눈을 박고 조금더 업그레이드를 시키는군요. 한편 아이들의 걱정인형 스타일이 옆반과 또 다르군요. 크기가 좀 커지고, 머리도 치렁치렁하게 과감해지고, 다원이는 바느질로 진짜 인형을 만들려고하다보니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겠군요.
3,4교시수학 시간엔 ‘2단원. 덧셈과 뺄셈’을 시작했습니다. 세 자리 수의 덧셈과 뺄셈인데, 대개 기본 원리는 알고 있지만 역시 계산연습이 부족한 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손끝활동에 이어서하다보니 좀 어수선하군요.
멩이가 가진 어려움 중 하나가 규칙을 적용하는 문제인데요. 규칙을 말하고 적용할 때는 뭔가 비인간적인 느낌과 가면을 쓰는 느낌이 들어요. 그저 합리적 생각 내지 약속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더구나 아이들의 주의를 모으기 위해 엄숙하게 말을 하다가도 그냥 그렇게 끝내면 뭔가 개운치 않아 다시 아이들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웃으며 정리를 하면 아이들은 금새 원래대로 돌아가지요. 머리로 받아들이지 않고, 표정과 느낌으로 받아들이니 연설이 길어야 소용이 없지요. 그래 서로 갈등하지 않게 규칙을 더 공표하고 소란과 갈등에 에너지를 덜 쏟아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합니다.
그제는 한별이가 제 점심을 받아줬는데 오늘은 가을이가 하는군요. 무슨 재미라고 서로 제가 하겠다고 아이들끼리 순서를 정합니다. 뭐든지 저렇게 자발적으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곤 밥을 양껏 풉니다. 멩이가 그걸 다 먹나 봅니다. 물론 처음 푸는 밥은 다 먹지요. 그러나 오늘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군요. 아이들은 멩이 밥고문을 할 작정인지 식판을 가져가더니 더 퍼옵니다. 얹은 양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렇게 두 번을 하니 물론 먹을 수 없겠지요. 그래 한 마디 했습니다. 알아듣는 표정이었지만, 정색을 해야 주의해 듣는 것 같아 맥이 좀 빠졌습니다.
제가 농담과 장난을 좋아해 가진 어려움이 있기도 하고, 그만한 나이 아이들의 놀이 본능의 성격상 경계와 한계 테스트는 어쩔 수 없이 필요하겠지요. 저나 아이나 경험을 통해 배우니까요.
며칠 전부터 여산이가 꼬리를 집에 가져가 꼬리 옷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오후엔 채민이가 또 같은 말을 하는군요. 그래 여산이가 먼저 얘기했으니 한번 같이 얘기해보라고 했는데, 누가 가져갔는지 꼬리가 보이지 않는군요.
동아리 활동 시간엔 준비물을 완전히 챙기지 못해 빌리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 알림장 =
1. 상자텃밭 흙받기 : 엄마아빠의 도움이 필요
장소 : 성서초등학교
시간 : 11시(나무심기 행사), 2시(흙받기)
요령 : 학교에 있는 화분을 가져다 받아 놓으시던지,
비닐봉지를 가져가 흙을 받아 집에 보관했다가 아이가 등교할 때 보내시던지 2. 일본 조선학교 학용품 및 기부참여 희망하시는 분 3층 7학년 복도에 기증
3. 부모님께 통신문 드린 것 가져오기
4. 수학 : ‘익힘책’ 22쪽 ~ 29쪽까지 풀어오기
5. 영어 : 알파벳 대소문자 시험 준비
6. 주말이야기 써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