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연암박지원문학상 2011년 심사평 [심사평]

[저산]

                                             수상작품 심사평

                                                     A good essay is a transformer

                                                                   좋은 수필은 트랜서포머다.

                                                                                              권대근

                                                                                                     문학박사, 수필비평가, 문학상 심사위원

제1회 연암수필문학상

아시다시피 연암은 박지원의 호이고, 연암의 ‘열하일기’는 고문체를 따르지 않고 패관소품체를 따랐다는 이유로 정조대왕에 의해 ‘금서’로 지목될 정도로 문체론적 차원에서 당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수필의 생명은 문장에 있다는 거 아시죠? 잠시도 쉬지 않고 변신의 극한을 보여주는 문장이 참 문장이라고 할 때, 연암의 문장은 여기에 부합합니다. 나무가 그냥 서 있을 때는 나무였지만, 강으로 첨벙 뛰어들자 배가 되고, 구르면 바퀴가 되고, 타오르면 횃불이 되는 놀라운 변신을 보여주는 문장을 우리는 연암의 ‘열하일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수필’이란 말을 쓴 연암 박지원 선생의 문학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저는 2006년 에세이문예 여름호에 연암수필문학상 제정을 공표한 바 있습니다. 호탕한 기개로, 변화무쌍한 문장력으로 시대정신을 주무르는 작가를 찾느라 1년을 헤매다가 올해 연암문학 정신을 작품 속에 투영시키고 있는 두 분의 작가를 지근 거리에서 찾을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그리고 에세이작가연대 모임자리에서 두 분에게 제1회 연암수필문학상을 안겨드리게 되어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하겠습니다.

수상자 : 이성대 교수님

수상 작품집은 “한살이 어른아이”입니다. 저는 수필집의 제목을 보면, 전체를 알 수 있습니다. 고정 관념과 통념이란 낯익은 것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낯선 것으로 변용시키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와 시선이 담긴 이 수필집은 에세이의 진수가 담겨 있었습니다. 교수님이 2005년도 발간한 수필집, ‘한 살이 된 어른아이’라는 수필집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이 책에는 삶을 돌아보고 인생을 관조하는 고도로 세련된 철학적인 사유가 물결치고 있고, 다양한 것에 대한 관심과 하찮은 것에 대한 사랑, 사회와 정의에 대한 열정, 진실을 찾아 나서는 노 교수의 올곧은 지성이 알알이 맺혀 있었다는 데 있습니다.

교수님은 아주 오래 전부터 ‘소설’ 그리고 ‘수필’을 써왔습니다. 좋은 작품은 절대 고독 속에서 작가가 전력을 투입할 때만 생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신념으로 이런 저런 문학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창작에 몰두한 까닭으로 수필문단에 늦게 알려져서 1993년도에 문인협회에 들어왔지만 작품 이력으로 보면 사실 우리 수필문단의 최고 원로작가입니다. 연세가 많아서, 작품을 일찍 쓰셔서가 아니라 작품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이는 에세이의 본고장인 영국의 캠브리지대학에서 수학하셨고, 에세이의 진수가 담겨있는 영문학을 전공하신 배경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믿습니다만은 무엇보다도 문학가로서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수필을 창작하고 있다는 데서 교수님의 위대성이 빛난다고 봅니다.

수상자 : 송명화 주간

송명화 주간은 한국 수필가 중에서 문장론적으로 기본기가 가장 튼튼한 작가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녀의 수필들은 문법적 측면에서 완벽성을 자랑합니다. 작가적 인식 차원에서도 연암의 풍자 정신을 잘 계승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송명화 수필의 우수성은 ‘있어야 할’ 당위적 가치가 작품 속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발상의 측면에서 작가가 보이는 비범성은 수필을 전략적 글쓰기의 본보기로 삼는 데 충분하다고 하겠습니다. 미적 경로를 거쳐 진술되는 한 마디 한 마디 문장은 깔끔하게 절제되어 있으면서 변화무쌍하여 긴장감을 주는 것도 송명화 수필의 장점입니다. 그녀의 글솜씨는 수필비평가로부터 평가받아. 이미 신춘문예 당선, 부산수필학회상, 풀꽃수필문학상, 국제문화예술상에 빛납니다.

문장론을 전공했다고 누구나 결속성을 갖춘 수필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지요. 신춘문예 출신의 글이라고 해서 글이 반듯하게 체계화되어 있는 건 아니죠. 송명화 수필가의 글은 바른 글로서 세상을 보는 독자의 시선을 변형시키고 말겠다는 현실에 대한 따가운 인식이 문장과 같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송명화의 수필은 진부한 잡담으로 또는 지루한 잡문으로 폄하되기 쉬운 우리 수필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을 단순에 뛰어넘는 문학성과 시대성이 글의 배면에 깔려있어 감동을 줍니다. 그녀의 수필들은 사물들의 감각적 현존 속에 숨겨져 있는 본질의 양상을 끄집어내는 동시에 작가의 의식 속에 각인된 선연한 기억들을 체험과 인식으로 호명하며 길어 올린 한마디로 본격수필의 전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4~7회 에세이문예작가상

에세이문예 작가상은 본격수필의 이론 완성과 보급을 그 정체성으로 내세우며 출발한 대한민국 1등 수필 전문지 계간 에세이문예사가 본지 출신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2006년도 여름에 신설한 상으로 따뜻한 인간미와 작품성 그리고 자신의 문학적 고향이기도 한 에세이문예와 한국에세이작가연대에 대한 참여성을 두루 고려하여 수상자를 선정해서 계절마다 두 분씩 선정하여 발표하고, 한국에세이작가연대 전국대회에서 시상하는 작가상입니다.

최옥연(제4회) 수필가

남해 출신의 최옥연 작가는 독서논술지도사로서 뿐만 아니라 수필가로서 울산 지역에서 놀라울 정도의 빠른 문학적 성장을 보인 작가로 알려져 이미 수필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훌륭한 작가입니다. 맑고 고운 심성만큼이나 그녀의 수필은 사색과 감성에 빛납니다. 작가의 언어적 형상화 작업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도려내는 부정적 자세가 아니라 껴안는 긍정적 자세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무서운 저력을 보이는 문학적 성숙에 다시 기대를 걸어봅니다. 작가상 수상을 계기로 더욱 문명이 빛나리라 확신합니다.

정양혜(제5회) 수필가

진주 출신의 정양혜 선생님은 현재 부산시교육청에서 장학사로 근무하고 계십니다. 계간 에세이문예로 등단하여 꾸준하게 수준 높은 작품을 발표하여 부산 지역 문단에 문명을 날리고 있는 그녀의 수필세계를 관류하는 주제는 인간의 숙명적 삶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인식한 세계와의 치열한 대결의식을 지닌 그녀는 자연의 법칙을 통해 삶의 원리를 이해하려는 작업을 시도하는 데, 이것이 바로 정양혜 수필에 흐르는 일관 자세입니다.

초기 내적 고뇌의 형상화가 주조를 이루던 그녀의 수필은 모성애적 차원에서 좀더 삶의 직접적인 차원으로 옮겨져 갔으며 최근에는 더욱 시선을 넓혀 삶의 원리를 추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자신의 문학적 지평을 넓혀나가고 있습니다.

최순덕(제6회) 수필가

이름난 문인들이 유독 많은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경남 통영 출신으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시며, 바깥선생님의 사업도 도와주는 바쁜 일상 속에서 수필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인정을 흘리며 사색적이며 철학적인 수필을 쓰는 분이십니다. 이미 ‘누워 있는 옷’으로 수필문단의 주목을 받은 작가로서 전도가 기대되는 유망주 입니다. 그녀의 글은 지극히 평범한 소재를 이루지만, 그 안에 내재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감흥과 여운을 오래 남게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작가 최순덕 선생님은 주제를 의미화하여 보다 심도 깊게 풀어갈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으며, 그녀의 수필은 하나같이 논리적인 사고력으로 작품 안에서 지성미를 빛내고 있습니다. 은근한 사색을 요구하는 독자들에게 정신적인 깨달음과 자각이 일어나도록 유인하는 이런 철학적 접근이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장현재(제7회) 수필가

남해 출신으로 남해초등학교에서 후배를 가르치며, 그 속에서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고 있는 선생님 작가이십니다. 다양한 방면에 대한 문학적 관심으로 예술적 에너지를 분출하는 그는 이미 토지문학상 수필 부분으로 입상한 바 있습니다. 여러 문학 공모전에 자신의 작품을 출품하여 문재를 확인한 바 있는, 휴일에도 학교 교무실에서 종이와 펜을 벗 삼는 부지런한 문사입니다.

장현재 선생님의 수필은 강렬하지는 않지만 잔잔히 배어나는 햇살 같은 따뜻함과 인간적인 향기가 있어 매우 인상적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수필을 통해서 일상에서의 정과 흥, 감흥으로 이어지는 인간애의 구현이 행복이라는 소박한 행복론을 펼치고 있어 감동을 줍니다. 일상에서 발견한 소재를 번득이는 감수성으로 버무려 독자들에게 신선한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하려는 노력이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신동일(제7회) 수필가

이번에 전라도 지역에 내린 폭설로 뉴스의 초점이 된 전북 정읍 출신으로 시인이며 수필가이기도 한 분입니다. 몇 년 전 본지 본격수필신인상 작품 공모에 <국화 향기>로 당선됨으로써 본지와 인연을 맺어 한 번도 빠짐없이 한국에세이작가연대에 참석하여 가장 아름다운 꽃인 웃음꽃을 선사하고 있는 분으로 문학박사이십니다. 한국 최고의 에세이문예지로 새롭게 거듭나는 에세이문예의 발전을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려는 수상 소감은 그의 당선작 <가을 서정>만큼이나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언제나 에세이문예의 품 안에서 독자에게 감동과 그윽한 향기를 주는 작가가 되겠다는 신념으로 사시는 분이기에 더욱 정겹고, 이런 분에게 작가상을 안겨주는 심사자의 마음 또한 가볍습니다. 신동일 박사님은 ‘가을 풍경’을 판소리를 하듯 흥겨운 가락으로 노래해 풍성한 서정의 미학을 보여주었고, 그 어떤 힘보다 강한 서정성의 향기로 수필을 읽으며 맑은 하늘을 본 듯하고, 청산이 낙엽을 보듬듯 풍성한 들녘을 한 가슴 가득 안겨주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제2회 부산수필학회상

수준 높은 수필로 부산 수필의 위상을 높인 작가의 문학적 업적을 기려, 더욱더 수필발전에 매진하도록 하는 취지로 부산수필학회 창립과 동시에 제정하여 상의 제정 목적에 부합하는 작가를 발굴하여 해마다 한 분을 선정하여, 시상하고 있다.

김도우

대구 출신으로 <에세이문학>으로 수필문단에 먼저 나왔습니다. 그녀는 본지 <에세이문예>에 수필평론이 당선되어 평론을 쓰기 시작한 분입니다. 그녀의 수필세계는 클래식과 로맨틱을 융합시켜 삶의 본질을 추구하면서 현대적인 제재를 다뤄 모던한 문학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입니다. 열린 시각과 고상한 수사를 특질로 하여 작품을 창작하며 서정 수필가로서 그녀는 낭만주의적 본성을 밑바탕에 깔고 여성 특유의 클래식한 감성을 사용하여 수필에 품격을 줍니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수필은 읽는 사람의 마음에 쉽게 침투하는 산뜻하고 유연한 음향을 지니고 있어 감동을 줍니다. 이것은 그녀가 바로 선천적인 수필가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름만큼 그녀의 문명도 우리 에세이문예의 품 안에서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그녀의 문학가로서의 명성은 이미 신라문학상, 김유정문학상에서 빛났습니다. 제2회 부산수필학회상 수상으로 더욱 문명이 빛나시길 바랍니다.

심사위원 문학평론가 권대근

문학평론가 하길남

문학평론가 강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