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세시풍속 중 가장 으뜸으로 여겼고 농경사회에서는 한해의 농사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한 정월대보름이 코로나로 인해 삼 년째 정월 대보름 달집 문을 닫아걸고 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곧 떠나리라 여겼던 코로나로 인한 일상통제가 우울한 코로나 블루(Corona Blue)증세를 넘어 짜증스러운 정치일정과 치솟는 물가 등과 같이 비빔밥처럼 뒤섞여 폭발 직전인 코로나 레드(Corona Red)상태까지 다가온 것 같습니다. 바라건대 부디 수차례 변이를 거듭하면서 최후의 발악과도 같이 여겨지는 코로나(오미크론)가 마지막 불꽃같은 회광반조(回光返照) 현상과 같이 사라지길 간절하게 기원해봅니다.
지독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예견한바와 같이 우리 사회를 순식간에 비대면 디지털 시대로 만들어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온 노인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백의민족(白衣民族)인 한민족(韓民族)이 앉으나 서나 고개를 수그리고 모바일 기기인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시켜 수그리-족(族)으로 바뀌어 어학사전에 신조어로 등록까지 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마스크로 사라진 얼굴 반쪽이 휴대폰으로 나머지 반쪽마저 가려 이제는 버스나 지하철에 들어서면 얼굴은 사라지고 까만 머리만 보일 뿐입니다. 이렇게 급속도로 변해가는 디지털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시시때때로 디지털 문화를 익히는데 노년의 시간을 할애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디지털 문화는 빠르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머나먼 미래세계로 여겨졌던 인공지능(AI) 기술이 독거노인 간호 및 대화상대 로봇과 우리들의 사후(死後)에 가상공간에서 다시태어나 자녀 및 손 자녀들과 함께할 인공지능 로봇으로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 디지털 문화의 한계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필자역시 지난해까지 5년간 연재해왔던 산문(散文)이 아날로그시대 장문(長文)으로 “디지털 시대에 걸맞지 않다” 는 일부 독자들의 생각에 공감하며 손바닥 안에서 모바일 메시지로 읽혀지는 새로운 장르의 자칭(自稱) 장문(掌文)의 글로 금년 한해 여러분과 함께 할까합니다. 글로서 함께하는 시간동안 영혼의 안식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