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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 발표로 강북권 재개발 시장이 방향을 잃은 채 휘청거리고 있다. 서울시내 한 재개발 구역 전경. /서울경제DB |
이틀새 1억 '뚝'… 뉴타운 공황
한남1구역 구역해제설 나돌아 불안감 확산
비대위 사업 반대 여론몰이 등 주민간 갈등도
시행인가 받은 구역은 기대감 커 '양극화 심화'
"급매물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구역지정 해제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매수자는 찾아볼 수가 없어요." (한남1구역 인근 S공인 관계자)
강북권 뉴타운ㆍ재개발 시장은 사실상 패닉 상태였다.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 발표 이후 어느 정도 위축은 예견됐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2일 서울시내 주요 뉴타운을 돌아본 결과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구역은 불과 2~3일 사이에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용산구 한남1구역의 경우 지지부진한 사업 추진 속도 때문에 구역해제 가능성이 있다는 막연한 소문에도 이틀 새 1억원이나 값을 낮춘 매물이 출현했다.
이 지역 P공인의 한 관계자는 "탁월한 한강 조망권 때문에 실수요 못지않게 투자수요가 많았다"며 "대책 발표 전에는 '당분간 지켜보자'던 지분 투자자 중 상당수가 지금이라도 손절매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동작구 노량진1구역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인근 U공인의 한 관계자는 거래가격을 묻는 기자에게 "가격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어느 정도 위축은 예상했지만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해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사업 추진과 구역 해제를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이 표출되는 곳까지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현재 추진위 승인 상태인 강북구 미아11구역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 발표 후 사업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발표 내용을 잘못 이해하고 벌써부터 30%만 반대하면 정비구역해제가 가능한 것처럼 말하고 다닌다"며 "문제는 조합설립인데 75% 동의를 받지 못하면 재개발이 물 건너가기 때문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들어간 돈만 수억원에 달한다"며 "서울시에서 구체적 대책도 없이 무책임한 발표만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장의 충격이 이처럼 큰 것은 강남권 재건축과 달리 사업 지연ㆍ무산에 따른 대안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교육이나 거주요건이 양호해 '불편하더라도 기다려보는' 것이라도 가능하지만 강북 뉴타운의 경우 열악한 주거환경 탓에 이 같은 버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비(예정)구역에서 일단 해제되고 나면 사실상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급매물이 쏟아져나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구역 해제 후에는 건축 제한도 함께 풀린다. 이 경우 단독이나 다가구 소유주들이 다세대ㆍ연립 등으로 증ㆍ개축할 경우 구역 내 주택밀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신축 주택 탓에 노후도가 낮아져 사업성은 더욱 악화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한편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재개발구역에서는 기대감이 커지는 등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연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추진하고 있는 "북아현3구역" 조합 관계자는 "이번 발표로 재검토 대상에서 제외돼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됐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신길12구역 인근 N공인 관계자도 "인가 뒤에는 희소가치가 높아져 인가 후에는 지분가격도 다소 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