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금, 여기 청소년의 현실을 돌아보는 SF 작품집
도서출판 단비의 청소년문학 시리즈 ‘42.195’ 33번째 책으로 SF 작가 6인의 작품집 『언젠가 한 번은 떠나야 한다』가 출간되었다. 김성희, 김이환, 김창규, 듀나, 박애진, 정명섭 등 6인의 작가들이 『나의 서울대 합격 수기』(도서출판 단비, 2018) 이후 다시 한 번 청소년들을 위한 SF 작품들을 묶어낸 것이다. 과학이 고도로 발달했거나 인류가 절멸 위기를 맞은 미래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인간 존재의 의미를 새롭게 묻는 전통적 의미의 SF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과거와 현재의 익숙한 시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소외되고 비가시화되어 있던 존재들을 호명하고 의미를 찾아가는 작품들도 수록되어 있어서, 현재 우리나라 SF 청소년문학의 독창성과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SF(Science Fiction, 과학소설)은 ‘과학적 사실’과 ‘예언적 비전’이 주요한 특징이지만, 오늘날의 SF는 전통적으로 정의되던 ‘과학’이라는 범주를 벗어나 있는 경우도 많다. SF의 본질적 특성은 ‘사고실험’으로서, ‘만약’을 가정하고 질문을 제기함으로써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며 이는 과학이 발전할 미래 세계만을 대상으로 펼쳐지지는 않는다. 『언젠가 한 번은 떠나야 한다』는 시대를 초월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하는 통찰력을 담은 SF 작품집이다.
『언젠가 한 번은 떠나야 한다』 속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호흡기 바이러스가 인류를 절멸로 몰아넣는 가운데 유전자 변이로 살아남은 새로운 존재, 우주 곳곳에 흩어져 살아가다가 또다른 모습으로 ‘퇴화’해간 인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맞닥뜨린 평행우주 속 동갑내기 중학생, 해마다 새로운 인간 청소년들과의 정신 연결을 통해 정체성을 만들어가며 대한민국 청소년을 대표하고 있는 AI 의원 등 미래의 인물들이 있는 한편, 마녀사냥이 횡행하던 중세시대에 굶주린 채 버려진 아이들, 꿈과 열정만이 강요되는 학교에서 조용히 휴식과 안정을 취하며 무사히 졸업하는 것이 목표인 고교 과학 동아리 부원 등도 있다. 경쟁과 성공, 발전만이 유일한 삶의 목적처럼 되어 있는 한국사회에서, 퇴화하는 방식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존재들이나 “평범한 꿈 없는 소년들”이 분투하며 자신의 공간을 지키는 이야기 등은 우리 사회의 현실과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예리한 질문을 던져 준다.
새롭고 독창적인 캐릭터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즐기는 것뿐 아니라 과학소설을 읽는 진정한 재미 가운데 하나는 그들이 활동하는 사회, 세계, 우주의 법칙을 읽어내는 것이기도 하다. 『언젠가 한 번은 떠나야 한다』 속 작품들에는 각기 다양한 특징을 가진 미래 사회가 시공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각각의 세계가 어떤 법칙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지를 팬더믹의 시대에 비추어 읽어볼 수도 있고 차별과 혐오가 난무하는 현재의 한국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읽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한편으로는, 중세시대 ‘마녀’의 지위와 역할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하고, 치열한 경쟁의 현장을 뒤로 한 채 조용히 “꿈 없는 소년”들로 지내기 위해 분투하는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조명한 작품들 또한 낯익은 이야기나 공간들을 또다른 렌즈를 통해 낯설게 보여줌으로써 즐거운 독서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목차
박애진 「쿤라와 그레시아」
김창규 「아케리」
정명성 「우주 동물원」
김이환 「우주가 아름다운 이유」
듀나 「항상성」
김성희 「우천 시 정상 수업합니다」
저자 소개
박애진
과학소설, 판타지, 스릴러, 청소년 소설 등 장르를 가리지 않으며 글을 쓴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 소녀, 파괴와 죽음을 많이 다룬다. 여러 공동 단편선에 작품을 발표하다 2013년에 십대에서 이십대 초반, 소녀와 여성 사이의 경계에 있는 예민한 시기를 다룬 단편을 모은 『원초적 본능 feat.미소년』을, 2014년에 소외된 혹은 차라리 소외를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집 『각인』을 출간했다. 장편으로는 고전 소설을 모티브로 한 『지우전 : 모두 나를 칼이라 했다』(2011), 신비로운 부엉이가 키운 소녀의 모험담 『부엉이 소녀 욜란드』(2013)가 있다. 2016년에는 [다음 7인의 작가전]에 세상을 떠도는 여행가의 이야기 『바람결에 흩날리고 강을 따라 떠도는』을 연재했고, 2017년에는 웹소설 플랫폼 톡소다에 구미호, 뱀파이어, 늑대인간이 보통 사람들 속에서 정체를 숨기고 사는 연작소설 『우리가 모르는 이웃』을 연재하고 전자책으로 출간했다
김창규
SF 작가.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SF 장르 이론과 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PC통신 시절부터 SF 동인 활동을 하며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다. 2004년 비로소 한국 최초 SF문학상인 ‘과학기술창작문예’가 만들어지고 이듬해 제2회 공모전에 중편 「별상」을 출품하여 수상했다. “과학소설이야말로 과학과 기술, 그리고 삶 전체를 묘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분야다.
이 셋을 균형 있게 그려야 비로소 잘 만든 과학소설”이라고 했던 당시 수상 소감에 걸맞은 소설들을 내놓음으로써 작가로서의 비전을 지키고 한국 SF소설의 질적 도약에도 기여했다. 국립과천과학관이 주최하는 ‘SF 어 워드’에서는 SF소설 부문 4년 연속 본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을 모은 첫 작품집 『우리가 추방된 세계』, 김창규 SF의 진수를 모은 소설집 『삼사라』가 있다. 『떨리는 손』 외 다수의 공동 작품집에 참여했으며, 『뉴로맨서』, 『므두셀라의 아이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정명섭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과 바리스타를 거쳐 현재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대중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글은 남들이 볼 수 없는 은밀하거나 사라진 공간을 얘기할 때 빛이 난다고 믿는다. 역사, 추리, 종말, 좀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쓴 작품으로 역사추리소설 『적패』를 비롯하여, 『명탐정의 탄생』, 『개봉동 명탐정』 『무너진 아파트의 아이들』 『유품정리사』 『한성 프리메이슨』 『어린 만세꾼』 『상해임시정부』 『살아서 가야 한다』 『달이 부서진 밤』 『미스 손탁』 『멸화군』 『불 꺼진 아파트의 아이들』 『어쩌다 고양이 탐정』 『저수지의 아이들』 『남산골 두 기자』 외 다수가 있다. 그 밖에 [을지문덕 탐정록] 시리즈, 『조기의 한국사』 『38년 왜란과 호란 사이』『오래된 서울을 그리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조선 사건 실록』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라』 『역사 탐험대, 일제의 흔적을 찾아라』 등의 역사서와 함께 쓴 작품집 『로봇 중독』 『대한 독립 만세』 『일상감시구역』 『모두가 사라질 때』 『좀비 썰록』 『어위크』, 『당신의 떡볶이로부터』(공저), 등이 있다. 2013년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상을 받았다. 한국 미스터리작가모임과 무경계 작가단에서 활동 중이다.
김이환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를 읽고 감명을 받아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 2004년 『에비터젠의 유령』을 출간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양말 줍는 소년』,『절망의 구』, 『오픈』, 『디저트 월드』,『초인은 지금』, 『아무도 없는 숲』 등 열네 편의 장편소설과 여섯 편의 공동단편집을 출간했다. 2009년 멀티문학상, 2011년 젊은작가상 우수상, 2017년 SF 어워드 장편소설 우수상을 수상했다. 단편 「너의 변신」이 잡지 [Koreana]를 통해 9개 국어로 번역되었고 프랑스에서도 출간되었으며, 장편소설 『절망의 구』와 『초인은 지금』은 일본에서 만화로 각색되어 출간을 준비 중이다. 평소 좋아하는 판타지, SF, 동화, 추리, 미스터리, 문단 문학 등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거나 재조합해서 소설을 쓰고 있다. 독립영화를 좋아하여 [씨네 21], [계간 독립영화]등 다양한 지면에 독립영화 리뷰를 싣기도 했다.
듀나
소설뿐 아니라 영화 평론 등 여러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SF 작가. 1992년부터 영화 관련 글과 SF를 쓰며, 각종 매체에 대중문화 비평과 소설을 발표하고 있다. 장편소설 『민트의 세계』, 소설집 『구부전』, 『두 번째 유모』, 『면세구역』, 『태평양 횡단 특급』, 『대리전』, 『용의 이』,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연작소설 『아직은 신이 아니야』, 『제저벨』, 영화비평집 『스크린 앞에서 투덜대기』, 에세이집 『가능한 꿈의 공간들』,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등 약 40권의 책을 냈으며, 영화 [무서운 이야기]의 각본에 참여하기도 했다. 최근 발표한 『구부전』이 미국에 출간될 예정이다.
김성희
인터파크 북앤 작가단, 한국콘텐츠진흥원 2014 스토리작가 데뷔프로그램, 2015 콘텐츠 원작소설 창작과정에 선정됐다. 2014년 및 2015년 대한민국 스토리 어워드&페스티벌 (SA&F) 스토리마켓에서 피칭했다.
제4회 과학 및 액션소재 장르문학 단편소설 공모전에서 「사랑예방백신백신」으로 우수상 을 수상했고,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시나리오 인큐베이팅 공모전에 「산타클로스의 소원」으로 당선되었다. 장편소설 『마이 미스 미세스』, 공동 단편집 『당신이 죽어야 하는 일곱 가지 이유』, 『첫사랑 위원회』, 『나의 서울대 합격 수기』, 『어위크』를 출간했다.
출판사 리뷰
박애진 「쿤라와 그레시아」
그레시아는 여섯 살때부터 지금까지 다섯 번이나, 먹을 것이 없는 겨울이면 숲에 버려지곤 했다. 그때마다 그레시아는 쿤라의 집을 찾아갔고 기운을 회복해 다시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사람들은 쿤라가 ‘마녀’라고 하지만, 이제 그레시아는 쿤라가 약초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고 비료를 만들 줄도 아는 지혜로운 여성임을 알고 있다. 그레시아는 자신도 간절히 마녀가 되기를 원하는데….
김창규 「아케리」
치사율과 전파력이 절묘하게 균형을 맞춘 치명적인 호흡기 바이러스가 온 세상에 퍼져 인류는 멸종을 앞두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아케리’라는 존재들이 나타났는데,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죽지 않고 인간을 잡아먹었던 ‘아케리’들이 인류 멸종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은 미래를 기억하는 종족이다. 이들은 과거로 돌아가 인류를 구하려고 하는데….
정명섭 「우주 동물원」
우주 택시를 몰던 철우는 아버지의 죽음과 연관된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고, 함께 사건을 밝혀낸 외계인 클레이와 함께 멀리 떠나 여러 행성으로부터 오는 각종 의뢰를 해결하며 살아간다. 최근에는 은토커라는 외계인 부호의 부탁으로 ‘악시엔토’라는 행성으로 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전자를 가진 동물을 수집하려는 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곳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하게 될뿐더러, 인간이 조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우주 동물로부터 뜻밖의 도움까지 받게 된다.
김이환 「우주가 아름다운 이유」
주인공은 지하철을 탔다가 평행우주의 우주철 공간으로 이동해서 같은 나이의 중학생 친구 영만을 만난다. 누군가 우주철 인공지능을 해킹해서 평행우주를 통과한 것인데, 둘은 데이터를 복구하지 못하는 로봇을 도와주면서 우주철을 통해 온갖 신기한 공간과 다양한 외계인들을 만나며 모험을 한다. 마침내 무사히 지구로 돌아온 주인공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영만이 답을 찾으려 했던 ‘우주가 아름다운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듀나 「항상성」
서시나는 열한 명의 팀원들과 함께 청소년을 대표하는 AI 의원 채잎새의 정체성 절반을 책임지게 된다. 20년 전부터 열여섯 살 청소년으로 살아온 채잎새는 그동안 1년 단위로 수많은 청소년들과 정신 연결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해왔다. 그러나 성장하지 않은 채 오로지 청소년으로만 남아 있는 존재가 있을 수 있을까?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성찰하게 하는 청소년 성장 SF 소설.
김성희 「우천 시 정상 수업합니다」
아무도 있는 줄 몰랐던 과학실 내의 과학 동아리. 1, 2학년 네 명으로 이루어진 이름도 없는 이 과학 동아리는 강제 해산 위기에 처한다. 부원들의 간청에 교장은 “작은 성과”라도 내라면서 부원 모두가 학교 체육대회에서 3등 안에 들 것을 요구하는데…. 이들이 기댈 희망이라고는 체육대회 날 비가 내리는 것뿐이다. 비가 내릴 가능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들은 과연 어떻게 위기를 헤치고 소중한 공간을 지켜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