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Backet list)
德田 이응철
-언니 요즘도 바빠?
-왜 우리 식구들은 엄마를 비롯해서 늦게 일어 공부를 하는 동생까지 편히 사는 방법을 두고 모두 어떤 결과를 얻으려고만 하는지 모르겠어-
형제간에 자주 만날 수 없는데 대한 불만도 있고 건강의 중요성을 생각하라는 바로 밑 무재주인여동생이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 P 畵文集 첫머리에
퇴직한 사람들은 매일 연휴지만 이번 연휴에 유난히 마시고 난 것들 중에 당귀차처럼 달달하게 여운을 더한 것은 버킷 리스트 (Backet list) 이다. 죽기 전이란 말에 거부감이 든다. 근대 어느 선교사가 비행기 속에서 만나 종교에 귀의하라는 말에 그 남자는 살다가 죽을 무렵에 하겠다고 -.
죽음은 소멸이다. 죽기 전에 무엇을 하고 싶은 소망이 누구나 남아있다.
중세 유럽에서 자살, 교수형을 처할 때 목을 매고 단두대에 서있을 때 무엇이 하고 싶냐고 마지막으로 묻는단다. 딛고 오른 양동이를 발로 걷어찼다는 것에 연유해 생긴 단어가 버킷 리스트란다.
-담배 한 대 주세요.
-어머니를 목놓아 부르고 싶네요. 어머-------------------니!!
-여보! 미안해 -.고생시켜! 남은 애들 잘 부탁해-.
-야! 이 XX들아, 잘 먹고 잘 살아
적멸(寂滅)이란 단어를 새삼 찾아본 어제였다.
번뇌의 세계를 완전히 벗어난 경지, 열반과 맥을 같이 한다.
살아 고령화에 입문하면서 자꾸 모든 것들이 죽음과 연결되는 게 빈부, 성별,귀천과 관계없이 문득 문득 앞에서 신호등처럼 껌벅이며 겁을 준다.
죽기 전 무엇이 하고 싶은가?
양반집 대가, 지체 높은 종가집 규수로 사회적인 법도의 선두에서 추상같은 호령을 하며 종가를 버텨내다 고령이 된 그가 쓴 버킷 리스트에 첫번째 목록은 무엇인가? 여보, 당신, 자기란 말을 빗물처럼 시도 때도 없이 누가 불러주었으면 좋겠다는 푸념을 들은 적이 있다. 쓰잘데 없는 도덕군자들 모두 죽음 앞에선 필요 없다. 오죽 한이 맺혔으면 새처럼 새장을 나와 훨훨 날고 싶어 소리쳤을까? 완전 서민의 숲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한다. ㅎ
오늘 조간에 인생 끝자락에서 84세 의 75세 횡성 노부부가 시인으로 등단한 것이 제법 크게 기사화되어 눈길을 끈다. 고개를 끄덕인다. 황혼의 들녘에서 꽃, 바람, 하늘을 노래한 늦깎이 부부-. 삶의 만족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노부부에게 박수를 보낸다.
-저는 연극 한번 조연으로라도 해보고 싶어요. 막 품에 안겨 진정 흐느끼고 싶어요―.
-아름다운 여성들 머리를 쥐락펴락하며 예술로 승화시킨 헤어 맨 비달사손이 부럽다.
-외국인들처럼 매일 입맞춤이라도 하다 죽으면 소원이 없겠네요.
성도착증이라도 걸린 걸까? 부티나는 아줌마의 허튼 소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목마른 이들에게 일리가 있다. 입맞춤만 잘 해도 건강해 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요즘 제 2의 인생을 배움으로 발길 바쁜 사회화교육, 열기가 특히 드높은 내고장 춘천이다. 캐리커처를 해 집안에 걸어두고 흐뭇해한다. 목공예 전시를 해 달려가 보니 도토리에 조개껍질을 붙여 작품으로 승화시킨 A 교회 전도사의 숨어있던 손길 또한 못다한 버킷 리스트의 하나이리라.
죽기 전 시한부의 몸부림 앞에 무슨 하고 싶은 것일까?
다 피곤하다. 조용히 사는 게 최선이다. 대전제인 죽음 앞에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측근들의 볼멘 목소리도 듣는다. 고독이 무섭다고 서글서글한 눈매로 혼자 고고히 살아온 찻집 주인의 폭탄 선언-. 단내가 풍길 정도로 토해내는 한(恨) 또한 기억난다.
사랑-욕구성취, 그곳으로 달려가는 열정은 인간이기에 가능하다.
삶을 살아가는 데 정도야 있지만 사람마다 다 최후의 소망이나 욕구가 다르다.
연휴가 끝나 넘치는 아파트 주차장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전생, 작금의 이생 그리고 앞으로 미생(未生)을 돌아본 연휴 어제는 대룡산 중턱에서 나 홀로 철학자가 되어 혼자 길게 산의 정기를 마시며 깔개 위에 가부장 튼 날! 맑고 방금 세수한 스물한 살의 여인같이 피어오르는 신록 그 숲속에 작은 짐승이 되어 버킷리스트를 그려본 날이다.
겁 없이 펼친 개인전이 다소 위안을 주지만 역시 허(虛)함은 마찬가지-. 유난히 개미도 보이지 않고 산새소리조차 교교한 오월의 산속에서 집단 탈출이라도 한 것일까? 없다.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몇 십 년 후 형님 누님, 지인 모두 곁을 사라지고 나 역시-.어떻게 살다 생을 마쳐야 하는가?
누구나 자신은 천년만년 산다고 착각에 젖어있지만 어떻게 생을 다하며 종지부를 찍을 것인가? 물론 삶 자체도 아직 모르는 마당에 어찌 죽음을 논할 수가 있겠느냐란 선인의 말에 편승되지만-. 어머니 곁으로 간다고 편히 눈 감던 큰누님이 생각난다.
이것저것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누구나 묻어 두고 묵지하겠지, 목마르게 내게 그리운 것이 무엇인가를 돌아본 또 한명의 고령자였다(끝)
<약력>
- 김유정문학공모 최우수(‘95)
-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화(‘96)입상
- 수필과 비평지 신인상(‘97)
- 강원수필문학상(‘14.11)
- 제 9회 백교문학상 수상
- 강원수필문학회장 역임, 현 강원수필문학고문
- 수필집-어머니의 빈손(2008) 바다는 강을 거부하지 않는다.
- (2011) 달을 낚고 구름밭을 갈다(수필화집)(2014)
- 감로개화송(甘露開花頌) 수필화집 발간(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