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작가가 된다. 우리가 쓰는 것에 대한 믿음을 결코 잃지 않은 채, 끈질기고 고집스럽게 쓰면서.
―아고타 크리스토프(Agota Kristof), ‘문맹’ 중
언어(言語)와 사고(思考)는 유기적(有機的)이다. 말하는 방식이 바뀌면 생각하는 방식은 자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스물한 살에 프랑스로 떠나 18년 동안 그곳에 살면서 느낀 것이다. 외국어를 쓰는 나는 한국어를 쓰는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한다.
나의 말과 생각을 지배했던 외국어, 나는 그것을 모어(母語) 바깥의 언어라 부른다. 그 언어는 모어와 충돌하며 생각의 속도를 늦추고, 하고 싶은 말이 아닌 할 수 있는 말만을 골라 쓰게 한다. 나는 그 언어로 인해 어디에도 완전히 속할 수 없는 바깥사람이 됐다.
* 아고타 크리스토프(Agota Kristof)는 1935년 10월 헝가리의 시골마을인 치크반드에서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빈곤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1956년 헝가리 혁명의 여파를 피해 남편과 4개월 된 딸을 데리고 헝가리를 떠나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로 망명했고, 생계를 위해 뇌샤텔의 시계 공장에서 일하면서 프랑스어를 배워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글을 쓴 작가다.
《헝가리 문예》에 시를 발표하고, 프랑스어를 배우며 희곡과 소설을 써나간다. 1987년 첫 번째 소설인 《비밀 노트》를 출간하고, 5년에 걸쳐 《타인의 증거》와 《50년 만의 고독》을 완성한다. 이 3부작은 40여 개 언어로 번역되며 큰 성공을 거둔다(한국에서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소개). 이후 여러 편의 소설과 희곡 작품을 출간하며 1992년 리브르 앵테르상, 2001년 고트프리트 켈러상, 2005년 쉴러상, 2008년 오스트리아 유럽 문학상, 2011년 코슈트상 등을 수상한다. 2011년 7월 뇌샤텔에서 일흔다섯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역사와 개인의 불행, 그것을 뛰어넘은 한 인간의 거대한 생과 업적을 단 한 줄의 문장으로 고민 없이 적는 것. 이 자연스러운 언어가 때로는 야만적이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은 ‘그럼에도’라는 말 이전에 붙었던 조건과 싸워 이긴 사람이 아니라, 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믿음에는 빈 종이에 더듬더듬 한 줄씩 채워 나가야 하는 시간이 있다. 가난한 언어 앞에 말의 욕망이 무릎 꿇는 시간, 말의 본질을 위해 치장을 벗는 시간. 믿음에는 간절한 문맹의 시간이 있다. 크리스토프와 그의 작품은 내게 꿈이 아닌 믿음이다. ‘쓰는 것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고집스럽고 끈질기게 쓴다’라는 작가의 말을 믿는다. 다시, 나의 바깥 언어를 떠올리며 나의 믿음을 적는다. ‘쓴다.’ 이 믿음에는 과거형도 미래형도 필요하지 않다.
◆ 책 [Latests] ‘문맹’, 그리고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문맹(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백수린 옮김/한겨레출판)은 아고타 크리스토프가 헝가리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의 전시를 지나며 자신의 모국이 독일과 소련에 의해 차례로 침략 받는 것을 목격했고, 여러 언어들이 교차하는 국경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의 언어적 정체성을 다룬 자전적 소설이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모국어인 헝가리어와 함께 빼앗기듯 잃어버렸던 친밀했던 기억을 열한 개의 장으로 되살리며 20세기의 역사를 감내해야 했던 여자이자 이방인으로서 결코 침몰하지 않았던 의지와 용기를 꺼내 보여준다. 문맹을 벗어나고자 어떻게 끈질기게 글을 써왔는지를 보여주지만, 또한 자신이 영원히 문맹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것도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출처: 아시아경제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송영택 옮김/문예출판사)은 1929년 출간된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Briefe an einen jungen Dichter)》와 1936년 출간된 《젊은 여인에게 보내는 편지(Briefe an eine junge Frau)》를 함께 출간한 책. 릴케가 젊은 후배 시인 프란츠 크사버 카푸스에게 보낸 편지 열 통과 젊은 여인 리자 하이제에게 보내는 편지 아홉 통을 묶었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가 예술, 사랑, 고독 등 인간의 내밀한 아픔과 기쁨에 주목하고 있다면, 《젊은 여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동시대를 살아가던 리자 하이제 부인과 릴케의 우정을 보여준다. 이들과 릴케가 편지를 주고받은 것은 1903년 2월부터 1924년 2월까지로, 이 시기에 릴케는 로댕을 만나기 위해 파리로 건너가 프랑스와 독일에서 《기도시집》 《신시집》 《사랑하는 하느님 이야기》 《말테의 수기》 등 여러 작품을 집필했으며,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는 스위스 뮈조트 성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전쟁 전후의 상황은 모두에게 큰 어려움과 내면의 고통을 주었지만, 릴케는 고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삶을 긍정하고, 고독에서 예술을 길어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릴케의 철학은 “자기 본성의 풍부한 수확”이라고 말했던 여러 편지에서도 잘 드러난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1903년부터 1908년까지 약 5년여 동안 쓴 편지가 담겨 있다. 시인을 꿈꾸던 프란츠 크사버 카푸스는 릴케가 자신의 학교 선배라는 것을 알고 무작정 자신의 시와 함께 편지를 보내는데, 릴케가 다정한 답장을 보내면서 그들의 편지 왕래가 시작된다. 릴케의 편지에는 젊은 청년을 위한 나지막한 위로가 가득하다. 특히 “들어서지 못하게 하던 영역으로 내가 들어섰”다고 말한 것처럼 내면의 상처를 갖고 있던 카푸스는 자신의 현실에 괴로워하고 고독을 힘겨워하는 상태였다. 릴케는 이러한 카푸스에게 고독을 통과하는 것의 기쁨과 특별함을 언급한다. 특히 고독을 잘 견뎌내기 위해 어릴 적 받았던 커다란 사랑을 떠올려볼 것을, 우리가 결국 고독한 존재임을 이해하고 고독을 기쁘게 받아들일 것을, 그리고 결국 이 고독에서부터 출발한 진정한 삶을 살아갈 것을 조언한다. 출처: 아시아경제
◆ 들풀의 자연 나들이[20210614]
수국, 노각나무, 범부채, 어리연꽃, 원추리, 장미, 열대수련, 숭례문, 또 다른 세계(Another World)의 빛-그냥 스쳐지나가는 세상을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또 다른 세계가 들어있음을 본다 1.2.3 ...
중 노각나무를 자세히 알아보면
- 노각나무[학명: Stewartia koreana Nakai]는 차나무과의 낙엽활엽관목이다. 줄기가 '해오라기의 다리'를 의미하는 한자 '노각(鷺脚)'에서 유래 했다. 노각나무는 왜가릿과 해오라기 다리의 흐린 세로무늬와 작은 얼룩점처럼 홍학색의 얼룩무늬 껍질이 특징이다. 한국 원산으로 붉은 줄기를 의미하는 '조선자경(朝鮮紫莖)'이라 한다. 중국에서는 줄기의 매끈함을 강조해서 '비단나무', 즉 '금수목(錦繡木)'이라 부른다. 세계적으로 7종의 노각나무가 분포되어 있으나 한국의 품종이 가장 아름답다. 미국의 Wilson이라는 사람은 이미 1917년경에 우리나라 노각나무 종자를 가지고 가서 Korean splendor라는 품종을 개발하여 조경수로 널리 보급하기도 하였다. 영명은 ‘코리언스튜아티아(Korean stewartia)’이다.
세계가 공통으로 쓰는 학명에 ‘koreana’라는 지역 이름이 들어간 우리나라의 특산의 순수 토종나무이니 더욱 우리의 정서에 맞을 것 같다. 경상북도와 충청북도 이남의 표고 200∼1,200m에 자생하며, 나무높이는 7∼15m에 달한다. 그러나 노각나무는 아직까지 그 가치만큼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찬바람이 몰아치는 겨울 산의 나목(裸木) 수피(樹皮)을 찬찬히 뜯어보면 갓 돋아난 사슴뿔과도 대비된다. 그래서 나무 이름을 처음에는 녹각(鹿角)나무라고 불렀다가 노각나무가 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또 다른 이름인 금수목(錦繡木)도 비단을 수놓은 것 같다는 뜻이다. 아예 비단나무라고 부르는 지방도 있다. 어쨌든 이 나무껍질의 아름다움은 나무나라 제일의 ‘피부 미목(美木)’임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노각나무는 공해에 견디는 힘이 강하고 가을의 단풍도 매우 아름다울 뿐 아니라 목재는 견고하고 가공성이 좋아서 커다란 흰 꽃의 청초함은 정원수나 가로수로 제격이고, 목기 등의가구재나 미장재로 적합한데, 자라는 속도가 매우 느리고 종자 번식이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꽃말은 '견고, 정의'이다.
[참고문헌: 동아일보 2021년 6월 14일(월), 〈내가 만난 名문장, 신유진(작가·번역가)〉《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우리 나라의 나무 세계 1(박상진.김영사)》,《Daum, Naver 지식백과》, 《아시아경제》/ 생태사진: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이영일∙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요즘은 형님 덕분에 좋은 자연의 꽃들과 곤충, 문화재 사진과 설명들 뿐만 아니라 명문장, 명시 문구들을 접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고봉산님
아고타 크리스토프
35년생 저하고 동갑이라 생전에 있겠지 했는데 2011년에 작고했네요
항가리 출신이 프랑스어로 작품활동을 한 그의 특별한 생애를 보면서 언어가 다르기에 사고도 달라질수 있기에 더 진지한 감성으로 작품을 썻고 그래서 세계적인 시인이 되지않았나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