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전략으로서 도광양회(韜光養晦)는 이제 천수를 다했는가? 중화권 언론매체는 힘의 외교를 펼치는 중국의 행태를 돌돌핍인 (咄咄逼人:기세가 등등하여 남에게 압력을 가하는 모양)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도광양회는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린다`는 뜻의 고사성어이다.
도광양회는 중국 개혁ㆍ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이 천명한 대외정책의 기조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은 지난 20여 년 동안 줄곧 덩샤오핑의 도광양회를 지켜오면서 조용한 외교정책을 구사해 왔다. 그러나 최근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세계 정치ㆍ경제 무대에서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으며 중국 지도자들도 도광양회 외교정책을 조정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의 모습은 도광양회의 기조 아래 몸을 낮추어온 이전의 중국과는 판이하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을 둘러싸고 숨가쁘게 일본을 밀어붙여 무릎 꿇게 했다. 중국은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계속 버티고 있으며 미국 하원이 환율 조작 의심을 받는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상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물릴 수 있는 환율개혁법안을 통과시키자 자국이 수입하는 미국산 닭고기 제품에 대해 최대 105%의 반덤핑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이렇게 중국은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과도 힘겨루기를 할 만큼 컸다.
1979년 개혁ㆍ개방 이후 지난 30여 년 동안 중국의 외교정책은 도광양회, 유소작위(有所作爲:해야 할 일은 한다), 화평굴기(和平起:평화적으로 우뚝 선다)로 진화하였는데 그 근간은 도광양회였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를 받아들였고 우두머리가 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 제2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서면서 민족주의적 정서가 달아오르고 있으며 도광양회를 계속 외교정책의 기조로 할 것인가를 두고 중국 내에서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이 미국 눈치 볼 것 없이 힘을 구사하는 외교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중국위협론을 고조시키면 중국에 손해를 끼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온건파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한국은 중국의 이러한 대외전략 변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므로 면밀한 관찰과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