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학창시절, 자취를 쫌 했었다
이유는? 향토장학금 오는거 거의 다를 하숙비로 주니까 돈이 아쉬워서
내가 내살림을 살아보자해서
학교 담벼락 옆에 보루꼬로 짓고 쓰레트 지붕올려서 급조한 방 한칸을 빌렸다
여름에 드럽게 덥고 겨울엔 모질게 추웠다
참 못사는 집인데 아이는 아들 딸 아들 셋이었다
시어머니 모시고 사는 며느리는 마치 베트콩 여자처럼 비쩍 마른 몰골로 없는 살림 꾸리느라 엄청 고생하는데 시어머니는 뭐가 그리 당당한지 며느리를 쥐잡듯이 볶아댔다
때론 내가 화가 나서, 할매요~ 그거는 아줌마 잘못이 아니구마는 진짜 해도해도 너무 하시네 아예 사람을 잡아묵을라꼬 하네요!! 하면서 대신 싸워주고 싶었다
남편 역시 마누라를 글케나 고생시키면서 지밥그릇은 다 찾아먹는 시골남자였다
나는 석유곤로 하나와 냄비, 수저, 그릇 몇개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먹었다
밥하고 반찬은 잘만들어 먹었는데 먹고나면 설거지가 하기 싫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학우들은 술 잘퍼마시고 게으런 내가 안굶어죽고 자취하는게 신기한지 몇늠이 번갈아가면서 오곤했었고 때론 방에서 술판을 벌이기도 했었다
어느날, 진주 출신 둘과 남해 출신 한늠을 초대해서
내가 점심을 대접했다 그날의 메뉴는 카레라이스였다
돼지고기와 감자 양파 당근을 큼직하게 잘라서 덴뿌라기름에 볶다가 물붓고 익힌 다음 카레를 물에 풀어서 덩어리 없이 만들어 부어 걸쭉하게 끓인뒤 주인집에서 빌린 접시에다 식힌밥 위에 카레 얹고
김치와 계란+멸치다시낸 국을 한종지씩 퍼줬다
애들은 너무 놀라가지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때 남해늠이 이기 무씬 맛이고? 약을 밥에다 뿌렸나? 하면서 뱉어내더라
77년도, 머리가 꼬시랑이던 걔는 태어나서 첨으로 카레라이스를 먹어본것이었다
그짓은 내가 초딩4학년때 한 행동인데?
지금은 보물섬이니 어쩌니 하지만 그때 남해는
시금치 마늘이나 키우고 고기나 잡던 깡촌이었던거다
그리고 안주가 노가리였는데 우리는 자취방에서
소사박달설주라는 술을 만들어 마셨다
소주, 사이다, 박카스, 달걀 노란자, 설탕을 적당 비율로 혼합하여 댓병에다 넣고 흔들어서 만든 술
우리는 심심하면 만들어서 마셨는데 부산서 놀러온 친구들에게 먹였더니 다 오바이트하더라
그렇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술퍼마시고 캠핑다니고 여자애들 꼬시러다니다가 다들 하나 둘씩 군대로 끌려갔다
그렇듯 내성적 성격의 막내였던 나는 늘 엄마를 따라다녔으니 알게모르게 시청각교육이 되어있었는지 요리를 하면 다했다
생미역 소금넣고 치대빨아서 마늘빻아넣고 조선간장, 참기름, 깨소금넣고 조물조물 무칠줄도 알았으니
중3때 고교시험치고 두어달 놀던 겨울
거제도 학교로 처음 발령받은 둘째형이 굶어죽는다고 곡소리가 들려오는데 우리 엄마가 갈 처지는 안되고 내가 가서 밥해먹이고 살기도 했었다
진짜 우리둘째형은 라면도 옳게 못끓이고 입도 드럽게 짧은 똥입, 똥손이었거등
오늘, 와이프가 힘드니까 동네분식집에서 꼬마김밥 사와서 농심칼국수 하나 끓여먹자는걸 단호하게
No!! 하고 내가 간단하게 버터, 전복, 소고기 등심구이를 만들어서 풋고추와 시금치무침해서 먹었다
잘하네? 인쟈 자기가 저녁은 책임져라!! 하길래
순간 헉~~!! 하다가 앵두같이 예쁜 조디로 그랬다
내가 아무리 잘만든다손쳐도 자기가 만든거 만큼은 절대 못만들지 니 요리는 거의 예술이다 아이가?
말도 끝나기전에 숟가락으로 맞아서 조디 떡나발될뻔했다
저거시 인쟈 수를 다읽네? 촌애가 많이 컸다!!
밥먹고 침대에 걸터앉아서 수다 한판 길게 떨었어요
첫댓글 이거 진짜 맛있겠어요
당장 먹어보고 싶네요
글 읽다가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
근데 이제는 왜 큰소리로 웃는데도 사래가 걸리는지
쾍~~!!
맥주 한잔하고 먹음 맛있어요
사먹는건 버터 쓰겠나요?
마가린이지^^
여러가지 요리를 마치 라면 끓이듯 뚝딱 하시다니!
그 실력을 그냥 묵히는건 아깝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저는 간단하게 해요
하면서 양념통 집어넣고
쓰레기 봉다리에 모으고
동거할매는 너무 어질러요
막상 먹을거도 없는데?^^
남자들......
반찬솜씨 좋은 사람이 있어요
제가 속해 있는
운동을 같이하는 분 중에
음식솜씨
끝내주는 분이 계시거든요
맞아요 회도 잘떠고
남달리 고기 안태우고 잘꿉는 남자들있어요
저는 회식가면 일부러 고기 태워요
그럼 담부터 절대 안시켜요^^
몸님 글도 잘쓰고 음식도 잘하고 정말100% 와벽한 분 이네요 동거 할매 잘먹이시길 너무 웃어서 배고파요 나두 먹고싶어요
저는 맛없으면 절대 안먹거든요
그래서 제가 하면 최선을 다해서 맛을 냅니다
동거할매꺼는 너무 밋밋해요
제꺼 먹어보면 느끼하데요
그럼
느끼한거 다치겠다!! 해요^^
우왕~~~ 저 고기랑 전복 비주얼 미쳤어요!
저런 수라상을 받으시다니, 과연 국모님이세요! ^^
그리고 생미역 치대 씻어서 조물 조물 무친 그 반찬, 생각만 해도 구미가 당겨요. ^^
몸님의 립서비스를 바로 간파해서 일격을 날리시는 국모님,
통쾌해서 웃었잖아요 ㅋㅋㅋㅋ
안방에서 코골고 아직 자고 있는 똥손 우리 영감이 미워요^^
나는 학창 시절에 하숙을 했습니다만
자취하는 학생들이 더 잘 먹던게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자취생들이 고생을 더 많이 했지요
밥하고 설거지를 하는등 살림을 해야 하니깐요
그때가 그리워 집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와 완전 자연산.
죽어주네요
자취방얘기
학우들얘기
주인집얘기
형님얘기
자뻑 요리 자랑질까지ㅋ
4~5편으로 갈라써도 재밌을
얘기보따리들 단번에
잘봤습니다ㅎㅎ
점심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침이 고이네요.
요리 잘하는 남자... 부럽습니다.
ㅎㅎㅎㅎ웃겨요..ㅋㅋ
이쁜 조디로 헛소리 일지언정
잘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