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밥 앉히고 구수한 시락국 내지는 감칠맛 나는 쇠고기국 끓이고 얻은김치 먹음직하게 썰어담고 아이들 깨워서 아침밥 챙겨먹이고 나도 먹었다 모름지기 애미없는 집구석의 애비는 그리해야 된다 믿었다 아이들을 구박하고 쥐어박기도 하지만 사랑도 한다는걸 보여주고 싶었고 또한, 나 스스로 에게도 증명 하고 싶었다
세상 보란듯이 씩씩하게 웃고 싶었다
하지만 큰녀석 고등학교 다니고 부터는 나름 가지런하던 일상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애비말을 거역하기 시작했으며 아침에는 당체 일어나질 못했다 깨우고 깨우다 결국 아침밥은 포기하게 된다 힘들게 공부하느라 그런갑다 했다
작은놈 인들 다르랴
뒤에 안일이지만 녀석들은 당구치수 올리고 게임레벨 올리느라 그 지랄들을 했었다
함구한다
지난 일이고, 그럴수도 있지 싶어서
내가 왜 이런 구질 구질 철지난 얘기를 시작하는걸까
아침 안먹고 산지가 십수년이 됐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거다
이제는 아침밥 먹으면 든든하기는 커녕 속이 터부룩 하니 불편하고 심적으로 불쾌 해지기 까지한다
개구장이 원장님은 아래깨도 내 두피를 날카로운 주사기로 쿡쿡 찌르시며 당부의 말씀을 잊지 않으신다
"아프시죠 사나이는 참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젠 나이도 있고 하니 무리하게 기력 소진하는일 자제 하셔야 합니다 등산이든 낚시든 연애든"
연애든? 항목에 연애가 들어서 피식 웃었다 그날도 아팟지만 난 울지않았다 사나이므로
무쇠도 녹일 기세의 불볕 더위에 질려 끝내 중턱에서 포기했던 영축산을 올랐다
사실 좋은 몸상태가 아니란걸 내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이 먼저 알았고 그 아우성을 쪼그라진 뇌로 전했나보다 내 가슴도 알게됐다
여사1 이 전해주신 환약(엄청비싼 한약제라함)을 삼키고 2리터의 물과 4인분의 도시락을 담은 배낭을 지고 시작한 등반은 약간의 어지럼증을 동반했고 500고지쯤 오를때는 다리풀림이 심해지기 시작하고 700 고지 오를쯤에는 허파가 터질듯 고통 스러웠다
다행히 잠깐쉬며 사과와 일본식 떡을 먹고나니 어지럼증은 완화됐다
당이 부족했나 싶었다
산의 허파를 가로 지르다 힘에 부치면 완만한 임도길을 걸으며 우찌저찌 정상에 오르긴 했는데 우와~
힘들게 오른만큼 보상도 컸다
신들의 놀이터다
산 등성이를 비추는 햇살 한알 한알이 신비스럽다
코끝이 찡해 왔지만 울지는 않았다
사나이므로...
훌륭한 산이다
늘 그렇듯 여사2가 바리바리 싸오신 도시락에, 버너로 뜨끈히 데운 구수한 시락국 곁들여 맛있게 먹고 문화적 향기가 솔솔나는 따끈한 차도 마셨다 이제 내려갈일만 남았는데 그 또한 쉽기만 한일이 아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무릎관절이 닳고 닳아 체중을 가할때마다 삐그덕 거리며 심적 부담을 주는것이다
해서 나는 아예 빠른 걸음으로 냅따 뛰듯이 내려와 버린다 그이유로 늘 핀찬의 눈초리를 받는다
오늘도 그랬고 한 지점에서 일행들을 기다리다 지쳐서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았지만, 서로의 위치좌표를 찍어가며 교신할 정도의 중견 산악인들이 못되는지라 서로의 안부정도 묻고 마는것이다
홀로 한 지점에서 한시간을 기다리다 포기하고 홀로 내려기기로 정했다 짧은 겨울해는 이미 서산을 넘으려 하고 있었으므로
하지만 원점길이 무척이나 햇갈려 엉뚱한 절간을 들리기도 했고 물없는 계곡의 돌다리를 건너기도 했지만 아니다 싶어 수백미터의 길을 되돌아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해가 져도 안전할꺼라는 믿음으로 임도길따라 한참이나 걸어내리다 보니 맞은편에서 한 여인이 올라온다
혹시나 해서 물었다
혹시 지산마을 만남의 광장 아시냐고,
했더니 회심의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하신다
등산객들이 의외로 이정표를 보고도 헤깔려서 이리로 많이들 내려오시더라며 지금 내려가는길로 가면 전혀 어뚱한곳이 나오니 다시 발걸음 돌려 올라가셔서 분기점에서 오른쪽 샛길로 빠져야 한다며 자기가 길안내를 해주겠다며 자청했다
사십대 중후반쯤 되보이는 맑은분 이셨다 이쁘기도 하고
그녀의 안내대로 따라가니 아까 되돌아왔던 계곡도 나오고 절간도 나오고 그 옆 샛길이 정답이었다
그런 식으로 나는 한시간 이상을 헛삽질 하며 오르고 내렸나보다
너무 고마웠지만 깊이 고개숙여 인사 하는거 말고는 해줄게 없었다
서로 예쁘게 웃으며...
문득 시 한편이 생각난다
지름길 묻길래 대답 했지요
물 한모금 달라길래 샘물 떠주고
그러고는 인사하기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 안뜬대두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몆달 사이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긴 했다 사람들은 내 목소리도 변했다 한다 왜 갑자기 이럴까
아침 빈속에 독한 피부과 약을 한웅큼씩 먹고 저녁엔 또 술 한바가지 마시고 한웅큼 먹은게 내 체력을 떨어뜨렸을까
끊으려던 담배를 못끊고 오히려 그전보다 더 늘인 탓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자연스런 늙음 현상일까
예고되지 않은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예고된 건강 적신호는 두렵다
첫댓글 사나이가 울면 안되겠지요..
그게 사나이의 숙명 아닐까요?..ㅎ
여사1,2도 지켜 보시고..
따뜻한 일정입니다..저도 1일 1-2끼 먹는데 지장없더만요
함석헌 선생도 생전 50년 하루 2끼였는데
무탈하셨다는 이야기 전해 듣습니다.
아침 안먹는거야 별문제 없을듯 합니다 다만
아침 공복에 독한약 한웅큼씩 삼키는게 많이 거북하네요 먹는약 끊고 기다려볼참 입니다 악화가 된다면 아침라면이라도 끓여먹고 복용해볼까 합니다
따뜻한 격려의 댓글 감사 합니다~^
울기도 하세요 아무도 몰래 슬픔을 너무 참으면 때 이른 고목이 될까 싶으요
내려 올 때 달렸던 기억이 언제 쯤인지 전 달리지 않았는데 무릎 연골이 터져서 몇달 고생했죠 그후론 내려와야 할곳은 쳐다도 안보고 지루해도 곧은 길만 찾습니다 ㅎ
끼니 횟수가 중요한게 아니라 한 끼 드셔도 질량을 염두에 두시면 좋을 듯 제발 아프지 마시길 ~
표현이 달리듯 했다는것인데 진짜로 내리막 산길을 달리지는 못하지요
무릎 삐걱이는 느낌 무시하고 빠른걸음으로 내려온게지요
제게있어 양질의 식사라함은 술없는 밥상이 되겠지요
노력 해볼참 입니다
즐겁고 쒼나는 하루 되십시오~^
나이가 들면서
싸나이라도, 울고 싶을 때는
울어 버리는 것이
건강에 조타고, 하기도 하지요
울고 싶을 때
울어 버리세요.
울고 난 다음은, 디게
마음이, 편안함을 느끼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말 입니다
그러케 합니다
나홀로 있을 때
마음이 슬플때
울고 싶을 때는..
그냥 모퉁이에서
나홀로......
울고 있을 때가 있곤 합니다..
인생이란 것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꾸준한 운동으로 주위의 좋은분들과 건전한 친목을 다지시는 산사나이님도 더러는 우시는군요 아직도 맘한켠 여린 순수가 자라고 있나봅니다
여러면에서 산나나이님은 활동과 생활이 부럽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길요~^
울고 싶을 땐 우셔야 합니다.
그래야 심신의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눈물은 코너에 몰린 영혼의 퇴로입니다.
저는 아주 잘 우는 울보인데, 울고나면 마음이 맑아짐을 느껴요.
우리 남편도 나이가 드니 눈물이 늘었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울고 영화를 보다가도 울고
부모님 생각난다고 울고 멀리 있는 딸 보고 싶다고 울고 그럽니다. ^^
아픈 치료 잘 받으시고 무성한 수풀을 이루시길요.
저도 웁니다
영화나 드라마 따위를 보면서 말이죠
내앞에 닥친 고난, 고통 앞에는 잘 울지않지만 가공되고 각색된 다른이들 이야기엔 울고 말지요
오래된 영화지만 (파이란) 이란 영화 보면서 많이 울었네요
남자들 대부분이 그런거 같습니다
나이들면 감추는 눈물 많아진다는것
멀리있는 따님 자주 상봉할수 있기를 기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