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밤하늘을 본 적이 있다. 그믐날, 사방 어디에도 불빛이 보이지 않는 사막에 갔다. 밤하늘을 가득 채운 채 쏟아지는 별빛. 황홀했고, 꿈꾸는 듯 신비로웠다. 아직도 선연하다.
과연 사막의 일출은 어떨까? 모래언덕 위로 떠오르는 붉은 해가 빚어낼 장관은 상상만 해도 설렌다. 북위 33~43도에 걸쳐있는 우리보다 적도에 가까워서 그런 걸까? 평소 서아시아에서 만나는 해와 달은 유난히 커 보여서 더 들썩거렸던 것 같다.
아부다비에서 모래사막을 볼 수 있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아부다비의 모태라고 불리는 알아인이나, 사우디와 국경을 이루며 해마다 7월에 대추야자 축제가 열리는 리와, 루와이스 공단 남쪽의 가야티에 가야 모래사막을 만날 수 있다. 겨울에 접어드는 시기, 일출시간은 많이 늦어져서 6:55이라고 한다. 5:30쯤 숙소를 나섰다. 40분 가까이 가로등도 없는 길을 달려서. 루와이스 남서쪽에 있는 움알아쉬탄Um Al Ashtan의 군부대 근처 주거지에 도착했다. 그곳에 있는 모래사막에 자주 간다는 지인과 함께.
사막을 영어로 Desert라고 부르지만, 흔히 말하는 사막은 Sand Desert, 그러니까 모래사막이다. 사전에서 정의하는 사막은, 표면을 형성하는 물질에 따라 암석사막, 모래사막, 자갈사막으로 나눌 수 있다. 내가 머무는 곳은 이른바 자갈사막, 거의 황무지에 가깝다. 성경에 자주 나오는 황야 Wildland라고 보면 맞다. 사실 황야는 볼품없다. 메마르고 황폐한 느낌밖에. 이와 다르게 모래사막은 드니 빌뇌브의 영화제목인 <듄Dune>이라고 일컫는 모래언덕이 있다. 그 듄이 보에 주는 풍경이야말로 진정한 사막이라 할 수 있다.
목적지인 움알아쉬탄에 이르자,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북쪽으로 모래사막이 펼쳐졌다. 사막 전역에는 울타리가 있어서 오가는 출입구는 제한돼 있어서 아무렇게 들어갈 수 없다. 낙타 농장이 많아서 낙타를 보호하는 목적이라고 한다. 대부분 주거지 근처에는 차도 드나들 수 있는 출입구가 있다.
출입구 근처에 주차하고 물과 먹거리를 챙기자, 어느새 6:30. 미명에 비교적 높은 듄에 이르려면 20분은 걸린다고 한다. 바삐 걸으면 일출시간에 맞출 수 있다. 이윽고 주변보다 높은 듄에 오르자 멀리에서부터 여명이 비친다. 예정된 시간이 되니까 어김없이 불그스름한 빛이 돌고 해가 떠오른다. 망원으로 줌인하니까 붉은 해가 프레임을 가득 채운다.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을 맞이한 듯, 꿈만 같았다.
해가 듄 위로 손가락 두세 마디 넘게 오르자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이 마침내 정체를 드러냈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사막뿐이다. 만약 GPS가 없으면, 길을 잃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GPS뿐 아니라 인터넷도 잡힌다.
바람이 연출한 모래 파랑(波浪, 물결)은 자연이 공들여 그린 추상화 같다. 차마 밟기조차 조심스러운 무늬를 보자, 사람이 훼손하지 않은 자연은 언제나 그 자체만으로 소중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얼추 4 킬로미터를 걸었는데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모래사막을 걸으면 평지보다 힘은 들지만, 무릎에 무리가 안 간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사막 한가운데 낙타무덤도 보았다. 뼈만 남은 풍경에 오싹한 기분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다. 이렇게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삶의 이치이기도 하니까.
모래사막을 나와 근처 낙타농장에 갔다. 목동은 한참 앞서 있지만, 엇길로 새지 않고 얌전하게 한 줄로 따라가는 모습이 너무 착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으려 하자, 무서운 듯 달려간다. 엄마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아기 낙타는 걸어가는 간격도 없을 만큼 바싹 붙어서 걷는다.
한 곳에 더 가자고 한다. 차는 한참을 북쪽 해안가로 내달렸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그랜드캐년 느낌을 주는 암석사막. 바다와 인접한 곳이다. 암석사막은 강한 바람의 침식작용에 의해서 암석이 노출된 것이라는데, 얼마나 바닷바람이 불었으면 이런 풍광을 만들어냈을까? 붉은빛이 도는 바위와 오랜 세월에 걸쳐서 잘게 부서진 모래와 에메랄드빛 바다와 퍼런 하늘이 빚어내는 조화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러니까 여기는 모든 종류의 사막이 다 있다는 얘기다. 이 비경을 어떻게 알았을까? 이미 현지인은 곳곳에 멋진 캠핑카를 끌고 와서 주말 한때를 즐기고 있었다.
해변 비포장길로 가자, 익숙한 발전소가 보였다. 발전소 앞은 맹그로브 나무가 가꿔져 있다. 얕은 바다 밑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 이곳 풍경은 전혀 사막답지 않다. 나무가 그득해서인지 새들도 떼 지어 날고 있다. 가까이에 이런 천국 같은 곳이 있는지 처음 알게 된 셈. 주말에 자주 찾아가도 될 나만의 공간 하나를 알게 돼서 아주 좋았다. 사실 마트를 빼면 갈 곳이 없는데, 그나마 여기를 찾으면 한 주의 피로가 싹 풀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