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섣달 그믐날저녁
아버지가 장에 가서 사 오신 운동화 머리 위에 놓고
어머니가 씨암탉 팔아 사주신 고리땡바지 모시듯 펴놓고
밤이 빨리 지나가길 기다릴 때
뒷집 순자네 삽살개가 짓어댄다.
군에 간 순자 삼촌이 휴가 나오신 걸까
직장 잡아 서울 간 앞집 큰 누나가 오신 걸까
살짝 문틈으로 밖을 내다볼 때
하얗게 쌓인 눈 위로 목화솜 같은 눈이 내리네
내일 아침 할머니댁에 갈 일이 걱정이지만
꽃처럼 내리는 눈이 너무 아름다워 엄마를 부르네
설날 아침 교회 아랫길 앞서 가시던 아버지 발자국을
어머니가 더 크게 넓혀주시고
어머니뒤에 가던 형이 눈을 단단하게 밟아주며
동생들과 난 좋아라 토끼처럼 뛰어가다 넘어져도
까르르 웃음보를 터트리며 큰집에 도착하면
대문 앞에서 기다리시던 할머니가 앞치마로 손을 녹여주고
백부님 숙모님 뒤에 사촌들의 함박웃음 속에 설이 시작되었는데
많은 세월 속에 할머니도 백부님도 부모님도 떠나시고
행복했던 추억 가지고 설을 맞이하네
구슬치기해 내 구슬 다 따같던 친구는
눈사람에 고추를 달아놓고 깔깔웃던 친구는
어느하늘아래에서 설을 지내고있을까
창을 열어 하늘을 보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내 마음을 가족들이 알까?
첫댓글 그시절엔 눈도 많이 내렸지요
방장님 글인데 댓글이없어
제가 대신 올립니다
을사년 더욱 건강하시어
만사형통 하시길 바랍니다
모두 옛날 얘기가 되어버렸나요
그래도 지금도 옛날 얘기를 하면서
즐거워하는 설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시 읽고 갑니다
다시 감상하고
갑니다 시골바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