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 - 돌고 돌고 돌고
1980년 초로 기억된다 아직 쌀쌀한 날씨에 이웃 연대의 교육대대에 카빈소총을 빌리러
갔다가 이상한 풍경을 목격했다. 우리부대는 포천군 일동면 길명리에 있었고 그곳은 일동시내를
지나 이동면에 가기전에 있었는데 난데없이 서울시내버스가 여러대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버스안에는 사람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연병장에 도착하고 버스문이 열리자
쪼그려 앉은 자세의 남자들이 밧줄에 묶여서 한명씩 내리는게 아닌가
연병장에 미리 기다리고 있던 군인들이 그사람들을 곤봉으로 내리치며
너희들은 죄인이니 하늘을 보면 안된다고 모두 머리를 숙이게 하였다
그리고 바리깡으로 머리를 박박밀어 버린다음에 모두 홀딱 벗게 하고
군용팬티와 런닝셔츠로 갈아입혔다. 그다음에는 그사람들로 하여금 연병장에 대형텐트를
치게하고 둘레를 말뚝박고 철조망울 쳐서 탈출하지 못하게 하였다
나는 이모든 과정을 가만히 서서 구경한 다음에 부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후 병기관님이 이상한 말씀을 하셨다. 이동면 흑표범부대에 코미디언 이기동이
삼청교육대에 잡혀와서 대대장님과 병기관님 포함하여 간부들이 단체로 구경갔다고 하였다.
우리대대 간부들이 가니까 마침 연병장에서 삼청교육대 입소자들이 훈련을 받고 있었고
그중 20대 초반의 조교가 아버지뻘되는 이기동에게 이기동나와 하고 부른후 쪼그려뛰기를 시켰는데
제대로 못하니까 이새끼 사회에서 많이 쳐먹어서 배가 많이 나와 못한다고 워커발로 배를 걷어차고
쪼그려뛰기를 반복시켰다한다. 이기동은 땅딸이란 예명으로 70년대에 인기가 좋았는데
땅딸사와(요구르트 일종)를 하면서 사기를 쳤다는 죄명으로 잡혀온 것이었다
그후 이기동은 다시 사기죄로 구속됐고 출소후 결국 87년초에 사망하였는데
삼청교육대에서 받은 굴욕적 교육으로 병이 생겨 사망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후 삼청교육대는 우리부대에도 주둔하여 막사주변 담장을 다시 쌓고 점심도
부대식당에서 같이 먹었는데 온몸에 문신을 한사람이 많았지만 자주봐서 그런지
그렇게 무서워 보이지 않았고 조교들도 처음처럼 심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요즘 흉악범죄가 많이 생기고 여자분들이 밤길 다니기도 무서워 지니까
삼청교육대를 부활시켜 나쁜놈들을 싹 잡아갔으면 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그들은 진짜 조직폭력배들도 있었지만 재판도 없이 파출소에서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부랑아들이나 술먹고 싸우다 잡혀온 사람과 고아라고 잡혀와서 군부대에서 수개월동안
인간이하의 수모를 겪고 일부는 다시 청송감호소로 보내지기도 했다 한다
첫댓글 참 슬픈 역사입니다.
사촌오빠가 양구 공수부대에 있었는데
큰어머니의 부탁으로 면회를 갔다가
정말 기가막힌 이야기와 장면을
밤새도록 듣고 보고 울분을 토했었던
그날들이 떠오릅니다.
가해자(?)였을 오빠는 잘나가는 대학생이었는데...군인이라는 이유로 가해자였고
제대후 사회생활을 못할만큼
최대의 피해자로 지금도 살고 있지요.
산길이 맨들맨들 유리같았어요.
삼청교육대 끌려온 이들이 그곳에서
얼마나 구르고 뛰었는지
상상도 안되는 광경이 그곳에 있었어요.
오늘 제가 살아야할 이유가 다시금
숙연해지네요.
마음이 아픕니다.
몽연님 반갑습니다 양구까지 사촌오빠 면회를 가셨었군요
사촌오빠께서는 상당히 양심적인 분이셨나 봅니다
공수부대에서 명에 의해 교육생들을 지도감독했을뿐인데
4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양심의 가책을 받으시는것 같습니다
시대의 희생자이신거 같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삼청교육대
인권이 짓밟힌 현장이었지요.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입니다.
박시인님 반갑습니다
저희부대에도 그사람들이 작업을 했는데
그렇게 세뇌받아선지 괜히 무서웠었습니다
내용 속에 이기동씨 사연 들으니 참 안타깝네요... 주걱턱 이라 영부인 닮아서, 대머리라 대통령 닮아서 방송 출연정지 당한 배우들 있다는 소문도 파다했지요..ㅠ
남동이님 반갑습니다 70년대 희극계 스타인데
어이없는 이유로 적지않은 나이에 삼청교육대에서
수모를 많이 겪으셨기에 일찍 떠나신것 같습니다
울갑장친구하고 스크렙되는게 너무많으이 동시대 함께 군생활 했으니
난 유격조교 6개월을 ㅎㅎ
지존갑장님도 유격대 조교로 고초를 많이 겪었네요
나는 신병교육대대 병기탄약계로 삼청교육생들을
매일 봤지요
다시는 있어서는 안될 악한시대의 슬픔입니다.
지금은 합당한 처벌 조차 솜방망이가 된 뒤죽박죽 법의 시대지만 그시대엔 무도한 한 인간으로 인해 너무나 가혹하고 억울한 생명들이 무참히 쓰러졌지요.
리진님 반갑습니다
당시에는 매스콤에서 그들을 완전히 사회악으로 매도했기에
그렇게 뼈저리게 느끼지 못했었지요. 아무런 이유없이 끌려와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합니다
아이고.. 그 무서운 삼청교육대가 제가 근무하던 일동초 학구인 길명리에 있었군요.
다시는 되풀이 되어선 안 될 기가 막힌 비극입니다.
문명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인권 유린..
세상에, 코미디언 이기동씨가 삼청교육대의 희생양이었군요.
암울했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들추며 울분을 삭입니다..
달항아리선생님 감사합니다. 초임교사시절을 보내셨던 바로 일동과 이동에서
무자비한 일이 벌어 졌었지요. 이기동씨는 장교출신이고 지병이 있었는데도
억울하게 누명쓰고 끌려와 비참한 대우를 받고 돌아가셨습니다.
다시는 이땅에서 이런일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네~~슬픈 역사가 지나 갔습니다.
자연이다님 반갑습니다
이제는 그런일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그렇군요.
그 생생한 현장을 직접 목격하셨으니..
억울한 사람들도 많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군부 통치 시절의 아픈 역사입니다.
다시 한번 상기하며 글을 읽었네요.
김포인님 감사합니다. 요즘 서울의봄 영화가 장안의 화제인데
그시절 군대생활을 했던 사람으로써 옛기억이 생각나
적어보았습니다. 즐거운 한주 되시기 바랍니다
월남 스키부대 창설멘버로 주요 기관시설 폭파, 요인암살 특기병으로 근무했는데,
유격훈련은 건강에 필수입니다.
지기님 반갑습니다. 말로만 듣던 월남스키부대 창설멤버셨군요
유격훈련도 받으시고 군대에서 아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