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세계적인 학자들이 서울로 몰려든다. 오는 7월 21~26일 고려대에서 세계언어학자대회(The 18th International Congress of Linguists)가, 7월 30일~8월 5일까지 서울대에서 세계철학대회(The XXII World Congress of Philosophy: WCP 2008)가 열린다. 대규모 세계학술대회가 이처럼 연이어 같은 도시에서 열리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학자들은 이번 세기 내 언어학, 철학 세계대회를 연이어 한국에서 다시 개최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만큼 이번 세계규모의 학술대회가 중차대하다는 뜻이다. 세계언어학자대회와 세계철학대회에 참석할 주요 학자들이 누구인지 다가올 세계대회를 미리 둘러본다. 박상주 기자 sjpark@kyosu.net
세계언어학자대회 언어 생태계의 다양성 모색
세계언어학자대회는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세계언어학자상임위원회(Comit´e International Permanent des Linguistes)가 주최해매 5년마다 열린다. 올해 18회째가 되는 서울 세계언어학자대회는 한국언어학회(회장 홍재성 서울대 교수·불어학)가 주관한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열린다. 60여개 나라 600여명의 학자가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 프라하대회나 파리대회에 비해 전 세계에 걸쳐 다양한 학자들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언어학자들의 ‘올림픽’이라 불릴 만하다.
이번 대회 주제는 ‘인간언어의 통일성과 다양성’이다. 세계어로 자리 잡은 영어의 포식성이 날로 언어생태계를 잠식해가고 있는 오늘날, 언어의 다양성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상황이다. 마침 유네스코가 올해를 ‘언어의 해’로 지정한 데 이어, 이번 대회 주최측에서도 소수언어 보호와 언어다양성 제고를 위한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이번 대회는 이들 소수언어에 대한 생태적 보호를 주제로 삼았다.
이번 서울 대회는 초청학자 지정주제, 19가지의 워크숍 등을 중심으로 85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모두 29가지 지정 및 워크숍 주제에 따라 다양한 논문들이 발표되지만, 특히 ‘언어정책’, ‘소수언어 보전’, ‘디지털시대의 문자생활’이란 특정 주제와 ‘생물언어학’, ‘전산언어학’, ‘언어교육’, ‘인지언어학의 미래’ 등을 눈여겨볼만 하다.
세계언어학자대회상임위원회장 페렌 키퍼 헝가리사회과학원 교수를 비롯, 영국의 수잔 로메인, 진 애이치슨, 버나드 스폴스키, 로렌스 혼, 제임스 푸스테조브프키, 한스 우즈코레이트, 에릭 라포르트 교수 등이 초청특강이나 지정주제, 워크숍 주제발표를 위해 내한한다. 이밖에 러시아 출신 이고르 멜축 몬트리얼대 교수와 저명한 사회언어학자이자 『영어에 관한 21가지 오해』의 저자 피터 트러길 교수, 문법화 권위자로 우리 학계에도 알려진 엘리자베드 트로곳 스탠포드대 교수 등이 개인자격으로 논문발표 차 방한한다.
*문의전화: +82-2-820-5178 *웹사이트: http://www.cil18.org
세계철학대회 탈유럽 남미·동양철학 조명
1900년 파리에서 처음 열린 이래 5년마다 세계철학의 매무새를 다잡는 세계철학대회가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다. 22번째를 맞는 이번 세계철학대회 주제는 ‘오늘의 철학을 다시 생각하다(Rethinking Philosophy Today)’다.
대회는 전체강연으로 철학의 전통 분과인 미학, 윤리학, 인식론, 정치철학, 철학사, 형이상학 별로 오늘의 관점에 따라 기존 철학을 반성, 현재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성찰할 계획이다. 심포지엄과 기금강연에서는 세계화와 코스모폴리타리즘, 생태, 여성, 생명윤리, 문명 및 세대 간 갈등 등이 주요 키워드로 논의된다. 확정된 세션은 460여개, 참가예상인원은 국내 500여명, 해외 2천여명이다.
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선옥 숭실대 교수는 이번 대회 특징을 “명실상부한 ‘세계’대회라는 점, 유가·도가·불교 철학이 세계철학의 카테고리로 공식 진입한 점, 한·중·일을 중심으로한 동양철학이 세계철학계와 어깨를 나란히 한 점”에서 찾았다.
지금까지 세계철학대회는 서양 문화권에서만 개최돼 대회 성격도 ‘서양철학대회’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대회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총 80개국 학자들의 1천318편의 논문이 접수됐고 남미와 아프리카 철학자들도 참여, ‘세계’철학대회라는 위상을 재정립하게 됐다.
세계철학계는 이번 대회부터 아시아의 전통사유인 유가(34세션)·도가(12)·불교(27) 철학을 정식분과로 채택, 철학의 카테고리로서 아시아 관련 라운드테이블만 18개 세션을 배정했다.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대회이니 만큼 동서양 철학의 소통으로 유럽철학, 영미철학, 동양철학이 균형을 이루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한국철학회 특별 세션에는 곽신환 숭실대 교수 등 한국 철학자들이 모여 퇴계와 다산 등을 중심으로 한국 전통 철학 주제를 두고 토론을 펼친다. 이번 대회 가장 많은 논문을 제출한 국가는 러시아로 256편을 냈다. 러시아 철학자들은 이벤트로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대륙을 가로질러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문의전화: +82-2-2082-2305 *웹사이트: http://www.wcp2008.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