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회의를 마치고 하교 후 집에 있는 서은성 씨에게 찾아갔다. 회의 중 메모한 수첩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이제 ‘기가 지니’ 생겨요?”
내용을 정확히 이해한 듯하다. 우선 단기 목표인 비슷한 제품을 사용해보고 스마트폰도 구매하자고 했다. 서은성 씨의 표정이 밝다.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전부터 휴대폰을 사용하고 싶다며 노래를 불렀다. 바람이 현실이 된 것이다.
“어머니한테 전화할래요.”
“내용 이해했어요? 잘 말할 수 있겠어요?”
한참 뒤, 서은성 씨의 표정이 좋지 않다.
“설명 잘 못했어요? 어머니가 뭐라고 해요?”
“아버지랑 얘기 해본대요.”
서은성 씨의 일이니 잘 하든 못 하든 서은성 씨가 부모님에게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서은성 씨와 대화가 끝나고 어머니와 다시 통화해 천천히 설명드렸다.
“남편하고 상의해서 이번 주 중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대뜸 또 전화기 얘기를 하길래 무슨 말인가 했어요. 그래도 이제는 고려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맴돌았다.
“어머니하고 다시 잘 통화했어요. 이번 주 중으로 다시 주신대요.”
“네”
2021년 5월 31일 월요일, 류지형.
부모님께서 은성 씨의 형편을 헤아리고 필요한 것들을 살펴주신다니 고맙습니다. 은성 씨의 눈빛. 은성 씨의 말에도 IOT에 관한 것에는 뜻이 분명하고 힘이 있어 보입니다. AI 스피커 사용해보니 은성 씨가 할 만하다 여기고 누군가의 도움없이 직접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니 더욱 의지가 생기는 거겠지요. 은성 씨가 부모님과 잘 의논하기를 바랍니다. 최희정
AI 스피커 하나로 할 수 있는 게 많더군요. 은성 씨가 전화하고 음악 듣고 전등 끄고 켜는 꿈, 꿈이 아니죠. 하나씩 잘 갖춰 봐요. 지금처럼 은성 씨와 부모님과 잘 의논하며. 월평
서은성, 가족 21-1, 부모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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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성, 가족 21-10, 아버지의 연락
첫댓글 고맙습니다.
이렇게 부모님과 의논하고 서은성 씨가 AI 스피커를 장만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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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호야, 사호야."
서은성 씨 집 맞은편 304호에 사는 하은 군 집에서 일을 돕고 있는데, 복도 너머로 서은성 씨 목소리가 들립니다. 들리기는 하지만 문 너머로 새어나오는 소리니 처음에는 애써 모른 척했습니다.
"사호야. 사호야."
계속해서 소리가 들립니다. 평소에 서은성 씨를 곧잘 돕는 서사호 아저씨를 부르는 것 같습니다. 서은성 씨와 서사호 아저씨 사이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버지뻘인 아저씨에게 반말은 아닌 것 같아 서은성 씨 집을 찾았습니다.
"사호야. 사호야."
방문 앞에서도 같은 소리가 이어집니다. 노크 후 양해를 구하고 방문을 엽니다. 서은성 씨가 고개를 돌려 바라봅니다. 누구를 찾는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서은성 씨 앞에 못 보던 물건이 놓여 있습니다. '카카오' 스피커!
"카카오야, 카카오야. 노래 틀어줘."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해서 스피커를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머쓱해져서 미안하다는 말로 사과하고 돌아 나왔습니다. 언젠가 서은성 씨가 스피커 사용법을 숙달하고 나면, 이 순간을 웃으며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2021년 6월 언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