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하던 청년시절 부터 크레식음악을 듣긴했다 소리기기 보다 더큰 베터리를 굵은 고무벤드로 감은 트렌지스터 라디오로 kbs 음악방송을 들었다 처음듣고 빠져들고 사랑해버린곡이 펜플릇으로 연주된 바흐의 폴로네이츠였다
뒤로는 카셑 테이프로 음원을 소비했으며 좀더 나아가서는 전축 턴테이블을 돌려가며 듣기도 했다
뽄지기느라 그랬을라나
암튼 결혼전 까지는 그리했었고 뒤로는 좀 뜸 해졌다가 내 차가 생기면서는 출퇴근 시간에 조금씩 들었다
라흐마니로프의 피협 2번을 첨부터 끝까지 들어보긴 첨이다
그것도 생생한 라이브로 말이다
KNN 방송 교향악단의 정기연주 관람 티켓이 운좋게도 변방의 김해에도 한장 날아왔다 고맙고 반갑고 감사한 일이다 사실 라흐마니로프 보다는 베도벤 선생의 교향곡 6번에 기대가 컸었다 음악에대한 기본지식이 박약한 나로서는 바로크나 고전이 듣기 편했고 그뒤로 이어진 낭만 사조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금은 불편한 편이고 더우기 후기 낭만파로 분류되며 20세기의 새창을 힘차게 열어 젖혔던 라흐마니로프야말로 내겐 괄호밖이라 하겠다
듣기는 하되 즐겨듣지는 아니한다는 뜻 되겠다 그만큼 나의 정신세계는 시대사조에 있어서도 서너뼘 뒤 쳐져있다
루슬린과 루드밀라 서곡으로 시작된 1부는 라흐마니로프의 협주곡으로 끝을 맺는다
1부가 끝나고 옆자리에 앉았던 노익장형님이 내게 넌즈시 물었다
"연주 만족스럽나"
저는 만족스럽다 했더니 좀 갸우뚱 하셨다
클레식 오타꾸 수준이신 형님은 불만 이었나보다
뒤에 블러그에 올리신 평을 보니 지휘자가 객석에서 많은 음악을 들어봐야 보다 이해의 폭이 넓은 자기해석의 음악성이 완성된다는 의견을 내셨다
아마도 협주중에 피아노 주자에 대한 배려 부족에 대한 지적이지 싶다
파격적인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한 피아니스트는 새빨강 염색 머리였고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건반앞에 앉았다
남자든 여자든 능력자는 지 머리에뭔짓을 해도 이쁜갑다
화산같은 박력한 터치와 섬세한 쉼호흡절제로 조밀한 서정을 엮어내던 독주부의 현란한 기교는 부족함이 없었으나, 협연 파트에서 오케스트라의 굉음에 존재감이 묻혀버린점이 못내 아쉬윘던 모양이다
뒤에 알아보니 그건 콘닥터의 자기해석이 아니라 작곡가 라흐마니로프의 강력한 의도라 한다
2부는 지휘자의 곡 해설로 시작됐다
소싯적, 지휘자인 레너드 번스타인이 6번 교향곡을 연주하기전 곡 해설 하는걸 들었는데 특히 2악장은 시냇물 흐르는 소리와 분위기를 묘사 했으니 잘들어보라 했고, 들어보니 실로 시냇물 소리가 연상됐다 한다
너무 신비로워서 베도벤 선생이 보고 느낀 시냇물을 꼭 보고싶은 이유하나로 비엔나로 날아갔다한다
살짝 웃자고 한 과장 이었겠으나
여러모로 부러운 그의 삶이고 인생이었다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바리톤으로 조근 조근 하시는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표현할수 있는 최고치의 아름다운 모국어였고 풍부한 표정과 품격있는 몸짓 하나 하나가
고귀한 귀족의 마임이었다
당연히 관객들의 박수 갈채가 쏟아졌으며 나 또한 그들따라 환호 했다
규모있는 음악회답게 공연후에는 다과를 곁들인 리셉션이 있었고 관련된 인사들의 소개가 있었다 하지만 소개되는 인사들은 안중에 없었고, 떡 두쪼가리 급히먹고 바쁘게 길나섰다 갈길이 머니까
그러던중 노익장 형님이 날 찾으셔는 저녁먹고 가라면서 앞서 가신다
어쩌까 하다가 쭈삣쭈삣 따라가서는 엄청비싼 볶음야체국수 한사발 얻어먹고 인사 나누고 왔다 나로서는 분에 넘치는 문화적 경험 이였고,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아침에 눈뜨니 구질한 개구리왕자집구석이었다 어재밤 궁궐에서 화려한 연회가 있었나 싶었다
신데렐라가 흘리고간 유리구두는 언놈이 집어갔을까...
문득 맵삭한 낚지볶음이 먹고싶었다 결핍을 근간으로 하는 외진 변방증후군이 도졌나보다
며칠전 사놓았던 냉동낚지 해동 시키고 아홉시면 문을여는 농협마트로 달려가 야채류를 사왔고 해동된 낚지 머리 가르고 내장 발라내고 눈보라같은 소금뿌려 빠득빠득 치대어 씻어내고 얼가리 대쳐서 된장과 마늘에 조물조물 무쳐대어 시락국 끓이고, 고추가루와 다마내기 대파 등등의 야채볶은 후라이펜에, 손질해 덖어내어 물끼 걷어낸 낚지넣고 볶아냈다
어제저녁 노익장 형님이 사주시던 볶음국수는 맛도 있었고 양도 많았지만 소주를 곁들이지는 못했다 그럴 분위기의 음식점이 아니였으므로, 그게 못내 아쉬웠던지 이른점심 치고는 많은량의 쇠주를 마셨다
낚지볶음과 함께...
독한 피부과 약은 어제부터 안먹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두고볼 일이다
담배 한모금 하려는데 라이터불이 안켜진다 게스가 떨어져 수명을 다 했나보다
게스렌지 불에 담배불 붙이다 머리카락 태워먹었다
생각은 이성이 전혀 모르는 또다른 이유라 했던가
다다닥 하는 소리와 누린내가 퍼진
순간, 내가 습관처럼 상용하는 내 수준의 모국어가 튀어 나왔다
하~씨발,
첫댓글 지난밤 머물렀던 곳도 현실이고
돌아와 민생고 해결해야는 곳도 현실임을 ㅎㅎ어째 삶방의 싸나이들은 음식 하난 기막히게 잘하시는지 배추 삶아 국 끓이고 된장 넣어 무치고 낙지붉은 양념 좀 보소 한창 사랑에 빠졌을 때
자주가던 술집 브람스 간판 그대로 브람스 곡만 줄창 틀어주는데 귀도 막귀지만 당시 사랑에 빠져 있느라 제대로 들은 적 없다는 기억만
사랑처럼 강렬한 음악이 존재키나 할까 ~
암튼 요리솜씨 감탄 합니다 ^^
사강도 읽으셨겠지요
브람스를 좋아하시나요
나도 읽긴 했는데 솔찍히 큰 감흥은 없었네요
나의 정서와는 심하게 동떨어진 세상이라
외국어
영화
음악
거의 문외한이라서
글을 읽고도 몰라요
다만
낙지는 먹통을 먹어야
낙지 한 마리 먹었다고 할만큼
먹통에 영양가 많아요
그런데
결락님 글 결이 옛날 옛날에
어디서 많이 읽어 본 듯 한데
도무지 가물가물 ㅎ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던
함박산 입니다
잘나보이고 싶어 많이 까불었었지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중입니다만, 쉽지는 않겠지요
누가 그러더군요
사람은 안바뀐다
환경이 바뀔뿐...궂이
교만과 오만함중 선택하라면 오만을 택하겠습니다
누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나는 날 즐겨 사랑합니다~^
@결락 아!
그러시구나
누구나 결락 된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는
그 사람의 인품인 것같아요ㆍ
돌고 돌아 제자리라는 걸
물수제비에서 배웠지만
이 나이쯤 되고 보니
물수제비가 제 스승이었어요
오만은 자존감은 지키며
살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만 ㅎㅎ
반갑습니다
한 때
님과
오밤 중에 댓글로
앙앙거렸던 기억 하나 있는 듯요
하하하
것도
다 젊을 때 이야기요
인자 사이좋게 지냅시다
@윤슬하여 가부 하입시다
맛난거 있으명 농갈라묵고
싸우면 편들어주고
서울말로는 깐부라 한다지요
내 이런다고 액면대로 다 받을분 아닌, 영리한 분이란걸 알기에 너스레 떨어봅니다
평안한밤 되시길요~^
ㅎㅎ 멋진 글의 마무리가 아주 시원합니다. ^^
제 남편이 결혼 전에 멋져 보였던 몇 번의 순간 중 한 번,
어느 레스토랑에선가, 좀 전위적인 느낌의 클래식 음악이 흐르길래,
저 곡은 느낌이 특이한데 곡목이 뭘까요? 라는 제 물음에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 이라고 대답하길래,
아, 이 남자 좀 있어뵈네? 하고 살짝 감탄했었지요. ^^
결혼 전에 본인이 장만한 롯데 파이오니어 컴퍼넌트 오디오를
혼수로ㅋㅋ 신혼집에 가지고 와서 제 입이 귀에 걸리게도 해줬구요.
에고, 그래서 여태 참고 살았는가봐요. ^^
낙지 볶음도 잘 만드시고 이렇게 글도 잘 쓰시니
뜻하신 바 수풀도 머잖아 우거질 것입니다. ^^
무소로그스키를 듣고 안다면 대단한 메니아네요
전람회의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어쓴 곡인걸로 압니다
시집 잘가셨습니다
달항아리님 남편분께 잘해드리세요 ~ㅎ
앞부분은 영 문외한이라 남의나라 말처럼 낮설고 뒤로 넘어오니 이제 몬가 친밀감이 다가오는기 역시 독립군 신분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ㅎㅎㅎ
하루 서너편씩 연재되는 마초의 전원일기 재밋게 보고 있습니다
건강 유지하시고
건필 하시길요~^
@결락 네 자주자주 보면서 나가자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