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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우 감상법 2 |
2002년 11월 13일 |
박석재/대전 시민천문대 명예대장,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
작년 11월 18일 밤부터 19일 새벽까지 우리는 평생 잊지 못할 '우주쇼'를 관람했다. 명색이 천문학자인 필자도 그렇게 화려한 유성우는
그 때 처음 보았다. 이 사자자리 유성우가 올해는 어떻게 나타날까. 벌써 가슴이 설렌다.
지난 1998년에는 이 사자자리 유성우가 너무 알려지고 일찍 유명해
지는 바람에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듯이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다. 그리하여 정작 작년의 유성우는 오히려 매스컴으로부터
외면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화려한 유성우를 보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영락없이 늑대와 소년 이야기 꼴이 된 것이다.
올해 사자자리 유성우가 가장 화려할 것으로 예상되는 때는 천문학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11월 19일 낮 1시와 저녁 7시 반 무렵이다. 하나는 낮이고 다른 하나는 사자자리가 아직 떠오르지 않은 초저녁이어서
일단 우리를 맥빠지게 만들고 있다. 즉 이번 유성우는 서양 지역이 훨씬 관측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11월 19일은 보름달이 뜬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유성우를 정확히 예측하는 일이란 쉽지 않기 때문에 1998년 경우처럼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유성우를 관측하는 일에 무슨 성공이 있고 실패가 있겠는가.
하룻밤 사이 수백 개의 유성만 봐도 평생 볼 수 있는 유성을 다 보는
것 아닌가. 떨어지는 유성을 보고 소원 하나씩 비는 우리 풍습을 생각하면 한꺼번에 수백 개의 소원을 빌 절호의 기회가 아니냐 말이다. 이처럼 유성우는 '낭만의 눈'으로 바라볼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 유성우를 관측하는 요령이나 장비는 따로 없다. 11월 19일 밤
11시부터 새벽 5시 사이 도시 불빛을 피해 시야가 트인 캄캄한 곳으로 가면 된다. 주의사항은 사자자리가 떠오르는 동쪽 하늘을 향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늘을 오래 올려다보면 목이 아프므로 두꺼운 옷을
입고 자리에 누워서 보는 것이 최고다. 운이 좋으면 온하늘을 가로지르는 유성, 빨간 불덩어리처럼 나타나는 유성, UFO 같은 유성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평생 잊지 못할 장관이 밤하늘에 다시 펼쳐질 지도 모른다.
11월 19일에는 토성이 저녁 7시쯤, 목성이 밤 11시쯤 지평선에 떠오른다. 따라서 유성우를 관측하는 가운데 밤하늘 높이 영롱하게 빛나는 목성과 토성을 천체 망원경으로 같이 관측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목성의 4개의 달, 토성의 고리만으로도 우주의 신비를 느끼기에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주 캄캄한 시골의 밤하늘에서 유성우를 관측할 계획이면 아이들에게 은하수를 보여 주는 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눈에 긴 강처럼 보이는 은하수는 약 1천억 개의 별들이 모여서 만든 우리 은하의
모습이다. 신문에 '천문학'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나오는 경우는 아마 '천문학적 숫자'라는 표현을 쓸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숫자가 큰 화폐 단위를 써서 그런지 천문학적 숫자를 듣고서도 별로 놀라지를 않는다. 하긴 집 값이 몇 억 원씩 하는 판에 몇 백억, 몇 천억이라고 해서 놀랍게 들릴 일은 없다. 천억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큰 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학교 교실 안에 콩을 가득 채워도
그 개수는 천억이 안 된다.
그렇게 많은 별들이 모여 있는 은하의 모습을 동양에서는 은처럼 반짝이는 물이 흐른다고 하여 '은하수'라고 불렀고, 서양에서는 여신 헤라의 젖이 흐른다고 하여 'the Milky Way'라고 불렀다. 즉 은하 안에
있는 우리 태양계에서 보았을 때 긴 띠처럼 보이는 은하의 단면이 바로 은하수인 것이다. 11월 19일 초저녁에는 여름철 한밤중에 보이는
은하수가 머리 위에 드리워진다.
또한 오리온, 큰개, 황소 같은 겨울철 별자리를 같이 헬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런 목적이라면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같은 단체나
시민천문대에 문의하면 좋을 것이다.
※ 이 칼럼은 국제신문 11월 12일에 실린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