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기다리던 영화여서 22일 오늘 개봉하자마자 조조로 제일 먼저 보고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작입니다. 감독이 내부자들/마약왕 감독 우민호여서 걱정이 많이 됐는데 다행히 시사회평이 좋더군요. 이번 남산의 부장들 작품은 기존 마약왕처럼 캐릭터에 몰입이 전혀 안 되는 산만한 전개 대신 캐릭터를 아예 김재규와 박정희에 집중해 영화 내내 긴박감을 맛깔나게 잘 즐길 수 있었습니다.
배역소개입니다.
전두환 배역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영화 관람 뒤 읽어주세요.
(사실 16일날 이미 배역배우에 대한 기사가 나와 스포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먼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 역의 이병헌입니다. 말이 필요없는 대한민국 최고 영화배우 중 하나라는걸 이 영화를 통해 다시금 증명해냅니다. 김재규가 일련의 사건 연속전개과정을 거쳐 '그토록 짧은 시간 안에' 왜 그동안의 충성을 거두고 박정희를 죽일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 그저 표정연기만으로 관객들을 납득시킵니다. 이 부분을 표현하는게 감독이나 이병헌 모두에게 참 어려운 문제였을텐데, 이 둘은 그걸 해냈습니다. 김재규의 암살 결심이라는 이 점이 이 영화의 핵심부분으로, 김재규 배역은 연기력 뛰어난 배우 아니었으면 영화 반드시 망했을겁니다.


전 중앙정보부장 김형욱 역의 곽도원입니다. 박정희에 대한 두려움을 뼛속 깊이 느끼면서 항상 암살위협에 떠는 도망자의 모습을 아주 충실히 그려냈습니다. 이 양반도 충무로 영화계에서는 연기력으로 자타 공인받는 믿고보는 배우죠.


문제의 대통령 경호실장 차지철 역을 맡은 이희준입니다. 차지철 배역을 위해 일부러 살까지 25키로 찌웠다는 이희준도 그동안의 연기내공을 쏟아부어 그야말로 청와대의 '개새끼' 였던 차지철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냅니다. 중정부장과의 대립각 씬도 이병헌과 연기합을 잘 맞춰서 해당 씬이 참 몰입감 쩝니다. 영화시작 처음의 존대에서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말이 짧아지는 김재규에 대한 차지철의 말투변화를 관찰하는것도 영화감상의 한 포인트입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궁금했던 보안사령관 전두환 역의 배우 서현우입니다. 요새 영화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이제 막 뜨기 시작하는 배우로 연기력은 예전부터 드라마/ 영화에서 많이 봐왔었습니다. 얼마 전 이영애 주연 '나를 찾아줘' 영화에서 만났었는데 다시 보니 의외로 반갑습니다. 대머리인 전두환 배역을 위해 반삭발을 감행했다고 합니다. 남산의 부장들 영화 크랭크업이 작년이라 지금은 반삭한 머리스타일 다시 원상회복 했다고하네요. 영화 내내 대사는 별로 없지만 단호한 어투와 무거운 분위기를 잡는 표정연기로 극중 무거운 분위기의 씬을 확 살립니다.


대통령 박정희 역의 배우 이성민입니다. 지난번 영화 공작에서 보았듯이 연기력으로는 무엇이든 가능한 훌륭한 배우입니다. 이성민 배우의 연기는 워낙 다채로워 코미디에서부터 정극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데, 이성민 배우에게 이런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모습이 있다는걸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영화 내내 모든 문제의 근원인 박정희의 역할연기를 놀랍도록 훌륭하게 보여줍니다. 영화 보고있으면 자기가 왜 죽을 짓을 했는지 참 설득력있게 보여줍니다.

한참부터 영화계에 잘 나오기 시작하는 배우 김소진입니다. 연극배우 출신이다보니 연기는 훌륭하고 칙칙하고 삭막한 영화내용에서 유일하게 출연하는 여배우로 극이 너무 칙칙하게 처지지 않게 막아줍니다.
18년에 걸친 오랜 독재 말미에 권력에 취해 비틀거리는 박정희의 모습을 너무 잘 그려냈습니다. 그런 박정희의 자리를 갈아치우려는 미국과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권력다툼이 세세한 극중묘사 없이도 작중 분위기만으로 잘 느껴지는게 개인적으로 보는 이 영화의 최고 연출포인트라 꼽습니다. 또한 박정희 살해 이후 너무 극중 늘어짐 없이 마무리를 깔끔하게 처리한 우민호 감독의 연출도(-아마 전작 마약왕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인걸로 보이는) 눈여겨볼만 했습니다. 감독의 자의적 결론 없이, 영화 말미에는 10.26 사건 수사결과에 대한 전두환의 육성발언과 김재규의 재판 최후진술 육성을 차례로 틀어주어 영화의 결론을 관객에게 맡기는데 이게 영화 보고나서도 뭔가 여운이 깊게 남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수작입니다. 시간 내셔서 꼭 보러 가시길 권합니다.
첫댓글 오.. 기대되네요.
점심 시간에 외근 복귀하면서 짬내서 봤습니다. 베드에스들의 느와르물을 기대했으나 "왜 죽였냐?"에 맞쳐진 각본입니다.
김재규 캐릭터가 극중에 군사 쿠데타에 참여한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명백한 오류지만, 일부러 극적 효과를 주기 위해 그런 듯 합니다.
미화, 영웅화물은 절대 아니며, 비주얼적인 요소들이 매우 괜찮으며, 음악도 극과 잘 어울립니다.
역사가 스포인 이런 작품 저도 좋아하는데 오늘보면서 이병헌이 연기한 캐릭터가 확실히 배우연기와 설정 자체로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보고싶은데 옆 사람이 반대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