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씨]의 박찬욱 감독을 만났다. 그는 사운드 믹싱 작업을 하고 있었다. 카페에서 식사를 하면서 인터뷰를 했다.
-얼굴이 수척해 보인다
[아니다. 작년 10월 담배 끊은 후 몸이 조금 불었다. 중간에 송강호가 자꾸 한 대 펴보라고 유혹해서, 딱 한 번 펴보았다. 담배 끊었던 신하균도 그때 무너졌다. 정말 악마다.]
강우석 감독, 영화제작가협회측과 출연료 문제로 갈등을 빚은 송강호와 최민식은 모두 박찬욱 감독의 복수 시리즈 주인공들이다.
-그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문제 일으키는 배우나 매니지먼트사가 있는데, 이 둘은 아니다. 영화인들이 돈을 모아서 상을 줬으면 줬지, 그렇게 비난할 대상은 아니다]
-왜 복수라는 테마에 끌렸을까?
[어려서부터 본 많은 신화, 옛날이야기, 또는 대중문화 등에 복수가 자주 등장했다. 자식을 잃었다거나, 부모를 잃었다거나, 그런 극단적 상황을 셋팅해 놓고 주인공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도록 관객을 유도한 다음, 성실하게 노력해서 복수를 준비하는 것에 공감이 갔다. 그래서 같이 분노하고, 저 나쁜 놈을 잡아서 빨리 처단해야지, 그런 과정에서 주인공이 무사해야 될 텐데. 그렇게 마음을 졸이면서 본 경험, 그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다소 예술적 성취가 미흡하더라도 언제든지 복수극은 나를 흥분시키는 매력이 있다.]
-그런데 당신의 복수극은 통쾌하지 않고 후련하지 않다. 박찬욱표 복수의 특징은 무엇인가?
[그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만하게 시작 하지만, 그 분노가 좌절되거나, 복수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거나, 그것이 정당한 타겟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결말이 바뀐다. 그게 인간으로서 성숙해가는 것이다, 복수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게 성장이다. 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인물들이 복수심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결국은 그것이 올바른 타겟이 아니라는 것을, 주인공이나 혹은 관객이 깨닫는 것이다. 문제는 복수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다. 그런데 그 분노를 화살을 돌려서 어떤 대상에게 쏟아 부어야 자기 죄가 다른 데로 돌려지고 정당화되니까 복수를 꿈꾸는 것이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송강호가 자기 아이를 잃은 원인 중의 하나는, 자기가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생각을 하지 않고 신하균 쪽으로 모든 화살을 돌린다. 아이 문제만이 아니라, 회사의 운영도 어렵고 모든 것이 잘 돌아가지 않는 데 대한 분노를 송강호는 그쪽으로 쏟아 붓는 느낌이 든다. 신하균 역시 칼을 품고 송강호의 집 앞에서 기다리면서 배두나의 죽음에 대해서 복수하려고 하는 데, 그는 다시 복수하겠다고 할 처지가 못된다. 원인 제공을 자기가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런 욕망을 갖고 있는 것은 문제의 초점을 다른 데로 돌리려 하기 때문이다. [올드보이]에서도 이유진이 누나의 죽음에 대해 오대수에 앙갚음하려고 하지만, 학교에서의 소문은 오대수가 직접 낸 것도 아니다. 그리고 소문이 거짓은 아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여러 사람의 책임인데 그것을 누군가가 짊어져야 하니까 그래야 분노가 출구를 찾으니까, 이유진은 오대수를 타켓으로 삼는다. 금자씨도 금자가 저지른 죄가 있는데, 그것을 백선생에게 전가하고 그의 책임이라고 몰아붙이고 그에게 복수하려고 한다. 다만 [친절한 금자씨]는 완결편답게, 금자는 자기 죄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정말 거기서 용서를 구하려는 단계까지 가게 된다. 그러니까 복수라는 행위, 행위라기보다는 욕망인데, 그것이 갖고 있는 잘못된 면, 즉 자기 죄를 다른 데로 돌리려고 하는 욕망, 그리고 그 복수를 실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얻는 쾌감, 자기는 깨끗하고 정당한 사람이라는, 그래서 진정한 악을 응징한다는 그것이, 너무 흥미롭다.]
-복수 테마의 재미는 어디에 있을까?
[딸이 죽었다거나 15년간 감금되었다거나, 복수한다고 해서 그게 되찾아지는 것은 아니다. 너무나 당연한 그것을 복수하는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혹은 알지만 그래도 해야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다. 실제적인 이익이 없는 행동인줄 알면서도 거기에 그렇게 많은 정열을 쏟아야 한다는 어리석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그것이, 복수라는 테마의 제일 핵심적인 재미다.]
-당신의 복수 3부작은, 처음에 세 사람의 복수로 시작한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는 송강호, 신하균, 배두나의 복수가 각각 이루어진다. [올드보이]는 이우진과 오대수 두 사람의 복수다. 그런데 [친절한 금자씨]는 금자 한 사람의 복수인가? 그리고 더불어 내러티브도 그만큼 단순해져가고 있는가?
[[친절한 금자씨]는 한 명의 복수극이라고 볼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의 복수라고도 볼 수 있다. 좀 더 단순해 진 것은 사실이다. 시제는 상당히 복잡하게 왔다 갔다 한다. 교도소 시절과 출소 이전의 장면, 심지어 금자의 고등학생 시절까지 왔다 갔다 한데 스토리는 단순하다. 가장 단순하다.]
-그러면 복수하는 인물들 중에서 이우진이나 오대수보다 금자가 가장 깨달음에 근접해 있는가?
[그렇다. 자기 내면을 가장 깊게 응시한 사람이 금자다.]
-그런데 왜 최민식을 캐스팅했나? 관객들이 시리즈에 혼란을 느끼지는 않을까?
[복수 3부작은 편의상 붙여진 이름이지 3편의 인물들이 서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친절한 금자씨]에는 [복수는 나의 것]의 유괴 테마, [올드 보이]의 감금의 테마가 변형해서 등장하지만 인물끼리 연결되지는 않는다. 최민식이 하는 대사 중에는 [복수는 나의 것]의 배두나 대사가 섞여 있다. 카메오 출연 배우 중에서 송강호는 신하균과 함께 나온다. 이런 것들이 시리즈 연결의 희미한 흔적이다. 그렇게 의도적으로 연결되게 했다. 백선생 역에 최민식을 캐스팅 한 것은 [올드 보이]에서 피해자였다가 가해자로 등장한 게, 업종 변경해서 등장한 게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최민식이 악역을 연기한 적이 없다. 그래서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명배우들이 악역을 맡아서 하면 제대로 보여준다. 그런 한 방이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등장시간이 얼마 안 된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연기력이 많이 필요했다.]
-그런데 왜 백선생인가? 백윤식씨가 생각난다.
[최민식이 백윤식씨 생각하면서 대본 쓴 거 아니냐, 그랬다. 그건 아니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김선생 역을 백윤식씨가 해서 백선생 하면 백윤식씨가 생각날 뿐이다. 원래 대본에는 김선생이었다. 그런데 연출부에서 [범죄의 재구성] 배역이라고 해서 바꿔야 되겠네, 뭘로 하지, 그럼 그냥 백선생이라고 하지. 그렇게 된 거다]
-윤계상이 캐스팅 되었던 배역은 누가 하나?
[김시후라는 신인이다. 이통사 광고에서 버스타고 가다가 가방 안에서 흑인 권투 선수 꺼내는 그 애다]
-혹시 사적 복수 속에 공적 복수의 흔적은 없나?
[없다]
-[복수는 나의 것]에는 앞 부분에 기주봉씨가 배를 칼로 긋는다. 고용주와 피고용주와의 갈등 때문이다. 또 배두나의 캐릭터는 무산계급을 옹호하는 캐릭터다. 그런 계급 갈등도 없나?
[없다]
-성적 갈등은?
[계급 문제는 [복수는 나의 것]에서 다루었고, 성적인 문제도 없다. 이 영화는 사회적인 이슈라기보다는 종교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촛불 켜놓고 기도하는 포스터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특정 종교가 언급되는 것은 아니지만 구원을 찾아가려는 종교적인 열정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복수를 하면 자기가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주인공들은 복수를 하려고 하는가?..
[그것은 파괴적인 분노, 어두운 열정 때문이다. 이 분노가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만든다, 사람의 분노는 진짜 어느 상태에 이르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미국 사람들이, 지도자들은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미국 대중들은 처음 이라크 전쟁을 일으킬 때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여론을 만드는 것은 911에 대한 복수심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 분노는 정의를 세워야겠다거나 그런 이성적인 판단에 앞서는 동기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복수를 꿈꾼 적은 없나?
[얼마 전 어느 인터뷰에서 믿었던 선배에게 배신당한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공동경비구역 JSA] 만들 때 비슷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가 포기한 영화사가 있었는데, 그때 포기한 선배가, 나는 너를 모함한 적이 없는데 왜 너는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리고 해서 아주 당황한 적이 있다.]
-예고편에 나온 이영애의 연기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아니 저 배우가 어떻게 저렇게 변신할 수 있을까? 나는 그녀가 연기 잘하는 배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너무 좋았다.
[아무리 천재 감독이 와도 자기 내면의 준비가 되어 있고, 의지가 있어야 한다. 감독이 배우를 만들고 고친다는 것은 다 거짓말이다. 그렇게 변할 수 있는 스토리를 제공한다거나, 자극이 되는 한 마디를 어쩌다 툭 던질 수는 있겠지만, 디테일까지 만들 수는 없다. 그런데 영애양은 [봄날이 간다]라는 훌륭한 영화에서 이미 좋은 연기가 어떤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고 스스로 경험하기도 했다. 그런 기초가 되어 있다. 나이도 들고 더 이상 애도 아니다. TV나 CF에서 돈도 벌만큼 벌었고 인기도 얻을 만큼 얻었다. 스스로도 어떤 예술적 욕망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나이가 든 것도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세상 물정도 보이고, 소녀시절처럼 세상의 모든 일이 선의로만 잘 돌아가고, 선의가 항상 좋은 결과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나이가 되었다. 그런 여러 가지 고통, 직접 겪었거나 주변에서 보았을 그런 고통이 반영된 것이다. 사람이 어른이 된다는 게 그런 거다. 그녀는 솜사탕 같은 이야기에 만족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그는 이영애를 [영애양]이라고 표현했다.
-그래도 그렇게 잘 할 줄은 몰랐다.
[영화도 많이 보고 독서도 열심히 하는 배우다. 그러니까 이 세상의 예술적 표현이라는 게 늘 티비에서만 보는, 대부분의 상업영화에서만 보는, 그런 진부한 표현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영애 양이 지금까지 보여준 적이 없는 연기를 했다고 말하는 것은, 그녀 스스로 때가 왔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허진호 감독에게 [봄날은 간다] 마지막 씬에서 유지태가 들고 있는 화분을 들어서 이영애 머리에 한 번 깨지 그랬느냐고 한 적이 있다.
-맞다, 마지막에 다시 연애를 해보자고 유도하는 것은 정말 뻔뻔스럽다.
[[친절한 금자씨]를 거기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영애 본인도 굉장히 만족해한다고 들었다.
[자기 안에 그런 게 있으니까 자기가 연기해 놓고 자기가 모니터를 보고 놀랜다. 나한테 이런 표정이 있었나 스스로 놀랜다. 감독이 요구하는데도 한도가 있다. 입 꼬리를 몇 미리 올리고, 이렇게 요구할 수는 없다. 배우가 알아서 한다. 그런데 자기도 모르게 내면에서 나온다. 자기 안에 못된 게 다 있는 거지. 화내고, 다만 놀라운 것은, 감동한 것은, 그런 표정, 그런 분위기가 나왔다는 것을 모니터로 확인했을 때, 그녀는 당황은 하지만, 이것은 다시 찍었으면 좋겠다든가, 이것은 너무하다 빼달라든가,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당신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추악한 표정을 해보라. 그렇게 요구한 적도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보일 수 있을까 연구하면 했지 싫다고 한 적은 없다. 영애양의 연기가 욕을 먹는 한이 있어도, 연기라든가 의도가 정말 예술적인 동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끔찍한가?
[우리끼리는 이제 시집도 다 갔고, 시에프도 끊어질지 모른다. 그랬다. 그러나 그녀는 영리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여자가 무섭다거나, 잔인하다거나, 공격적인 난폭한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불쌍한 사람, 불쌍한 여자라고 느껴진다. 그러니까 시집도 갈 수 있고 광고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박찬욱 감독은 혹시라도 자신의 말 때문에 이영애가 시집도 못가고 시에프도 못찍을 까봐 일부러 힘을 주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 했다.
-복수 3부작을 만들려고 처음부터 계획한 것은 아닐 것이다. 언제 그런 생각을 했나?
[[올드보이] 각본이 끝나고 촬영 들어갈 무렵에 마음속으로 복수 3부작을 계획했다.]
-[복수는 나의 것] 시사회 장에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하던 박감독의 자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그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상업 감독으로 출발해서 장르 영화를 찍는 감독이 흥행에 대한 부담은 어느 정도인가?
[[복수는 나의 것] 끝나고 흥행의 강박관념에 그렇게 시달리지는 않았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기획 단계나 개봉 시점에는 과연 심의가 나올까, 심의가 나와도 몇 명이나 볼까 걱정을 많이 했다. 흥행 생각했다면, 그런 모험은 못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투자사에다 투자한 본전에 은행 이자를 얹어 주고, 나도 다음 영화를 만들 수 있을 정도만 되면 좋겠다.]
-그런데 박감독의 지명도가 해외에서 높아서 이제는 해외 판매분만으로도 투자 금액이 회수될 정도가 아닌가? 지금도 흥행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나?
[반만 그렇다. 해외 판매도 상업적 실패가 연달아 두 번 하게 되면 공기가 틀려지고 세 번이면 추위가 온다. 그러니까 한 스텝 한 스텝이 조심스럽다. 외국에 비싸게 판다고 하지만 그 작품이 그 나라에서 이익을 못 내면 그 다음에는 가격이 내려가겠지.]
-[친절한 금자씨]의 이춘영 프로듀서랑 이무영 감독, 류승완 감독들과 수다를 떤 적이 있다. 이무영 감독의 새 영화를 이춘영 프로듀서가 맡는다고 그러던데, 그러면 박 감독의 다음 영화는 누가 프로듀서를 하나?
[이춘영 프로듀서가 이무영 감독 영화 찍고 다시 내 작품의 프로듀서를 맡는다]
-그 정도로 유능한가?
[스텝들과 관계가 좋다. 스텝들 입장에서는 프로듀서를 적이라고 느기기 쉬운데, 한 식구라고 생각할 정도로 인화가 좋다. 또 경험이 많으니까 돈도 아낄줄 알고, 각본이나 편집할 때 정곡을 찌르는 지적을 감독에게 해준다. 헬렐레 하는 것처럼 보여도 자기 일 할 것은 다 한다.]
-[올드보이]를 다시 찍으라면 찍을 수 있는데, [복수는 나의 것]은 불가능하다. 그 영화만의 서늘한 냉기가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복수 때는 스타일이라는 게 드러나지 않는, 별로 느껴나지 않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는데 [올드보이]보다도 더 스타일리쉬한 결과가 되었다. 좋든 싫든 내가 갖고 있는 한계인가 보다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내 성격이니까 내놓고 한 번 해보자고 하고 편하게 했던 작업이 [올드보이]다. 금자씨는 로케이션을 많이 쓰고 셋트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꾸며낸 분위기, 인공적인 분위기를 줄이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요 장면들은 로케에서 벌어진다. 일산의 빵집에서 찍었다. 어쩔 수 없는 공간은 셋팅을 했지만 원칙은 로케이션 위주로 했다. 한국에서 로케를 찍을 때 조명이 어렵다는 이유로 정교하지 않게 해서 생기는 허술한 느낌이 싫어서 셋트 촬영 못지않게 하려고 했다. 결과는 로케이션인데 셋트 같은 느낌이 든다. [올드보이]에서 입자가 거칠고 브릿지 바이 패스를 거쳐서 나오는, 채도가 낮고 거칠고 어둡고 청녹색이 드는 화면과는 다르다. 금자씨의 앞부분은 브릿지 바이 패스를 하지 않았다. 맑고 깨끗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뒷부분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 아주 미세한 브릿지 바이 패스를 했다. 전체적으로는 [올드보이]와 다른 분위기를 냈다. 강한 원색을 많이 썼고, 벽지, 우산, 손수건, 상자 그런 기하학적인 무니는 배제했다. [올드보이]와 어떻게 다르게 만들까를 많이 생각했다.
-이번에도 베니스 경쟁작 진출이 유력시 되는데 해외영화제에 참석을 많이 하는가?
[보통 영화제 참가하면 닷새다. 나는 꼭 아이를 데리고 간다. 초등학교 5학년 딸 아이다. 그러면 하루쯤 같이 지낸다. 나머지는 인터뷰 당하고 시사회 가서 무대 인사하고 파티가고 그런 거 밖에 없다. 우리 딸은 내 영화의 해외 마케팅을 담당하는 시네클릭 아시아 직원들과 같이 논다. 학교에서도 결석으로 처리 안한다. 요즘은 부모와 함께 가는 것을 현장 학습으로 출석 다 인정해준다.]
-부인도 함께 가는가?
[물론이다. 와이프는 내가 제일 많이 의지하는 사람이다. 내 영화가 18세 이상 영화여서 딸애게는 영화를 못보여주는데 시나리오와 스토리 보드를 나 몰래 읽는다. 그리고 영화 전체를 다 외운다. 금자씨도 그렇다. 그저께 영화 믹싱하는데 와이프와 딸이 찾아 왔다. 영화 엔딩에서 음악을 어떤 것을 쓸까 고민하는데, 어느 하나를 두 사람이 똑같이 주장해서 그걸로 할까 한다. 우리 스텝들은 다 반대하는 음악이다. 그러나 영화 기획할 때부터 각본 편집 음악 이런 데는 마누라 이야기가 중요하다. 안목이 좋고 취향도 좋고. 내 가장 훌륭한 주언자다.]
-CJ프로젝트로 만드는 다음 영화는 HD 카메라로 찍어야 한다. 내년 말까지 만들어야 한다고 계약서에 써 있다고 그러던데, 어떤 내용인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라는 제목이다. 한 소녀가 자기가 기계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로봇이라는 망상을 가진 소녀가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거기 있는 의사나 환자들과의 교류, 치료해가는 과정, 거기서 만난 남자와의 로맨스, 완치에 성공하지는 못하지만, 자기의 망상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공정한 해결을 찾으며 끝난다. 영화에서 흔히 하는 것처럼 정신병원을 억압적 시설로 묘사하지 않으려고 한다. 올해 안에 촬영 들어가서 내년 여름에는 개봉한다. 캐스팅은 아직 생각도 안했다. 각본은 [친절한 금자씨] 각본을 쓴 정서경 작가가. 쓴다. 정 작가 아는 사람 중에 정신병원 의사가 있어서 지금 취재 중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도 그렇고 이무영 감독하고 서로의 작품 각본에 참여해서 도와주고 그러지 않았나? 한때 두 사람의 이름자를 딴 [박리다매]라는 기획사를 차렸다고도 했는데, 이감독은 지금 [박리다매]는 개점휴업이라고 하더라. .[금자씨] 각본부터는 이무영 감독과 왜 일하지 않는가?
[[친절한 금자씨]는 여자의 복수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여성 작가가 쓰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 감독이 작품 때문에 바빠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정서경 작가에게 계속 맡겼다.
-이제 복수 3부작도 끝났다. 이번 HD영화는 기존 작품과 변화가 있는가?
[나는 언제 장르영화를 만들었다. 내 영화는 언제든지 스릴러였다. 언제나 장르 안에서 사고하고, 언제나 넓은 의미에서 스릴러 물 안에서 놀고 있었다.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스릴러적 감성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번 HD 영화는 또 그 틀을 자연스럽게 벗어나려고 한다. 드라마다. 청춘 영화를 찍겠다. 성장 영화가 될 것이다. 장르를 다룰 때 감독들은 그 큰 장르 원칙 아래서 조금씩 바꿔보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