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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한-일전 대승을 4일 전부터 예언한 것일까. 인터뷰를 위해 만난 영화배우 봉태규는 “이종범이 되고 싶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공교롭게도 인터뷰 시간도 ‘WBC 한국-멕시코 경기’가 한창 달아오르던 지난 13일. 숨막히는 승부에 기자도 봉태규도 인터뷰는 하는 둥 마는 둥했다. 바깥의 TV중계에 정신이 팔려 의자에서 엉덩이를 자꾸 들썩들썩했다. 인터뷰도 아예 야구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화제는 당연히 이승엽의 홈런 행진이었다.
“이승엽의 홈런 정말 대단하죠? 영화로 치면 전천후 연기자 아닙니까. 타점이 높아 출연하는 작품마다 히트를 치는 배우죠. 하지만 제 실력으로는 아직 이승엽은 꿈도 못 꿔요.”
그렇다면 봉태규가 생각하는 포지션은 어떤 것일까. 뜻밖에도 봉태규는 겸손하게 답한다.
“굳이 비유하자면 1군 정규 엔트리에 겨우 턱걸이로 들어간 정도랄까. 하지만 아직 정규 타순에는 못 들어가고 있죠. 지금까지는 지명타자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위급할 때 투입할 수 있는 배우 말이죠.”
실제로도 봉태규의 연기생활은 ‘믿음직한 지명타자’였다. 데뷔작 ‘눈물’로 시작해 영화 ‘품행제로’의 양아치, ‘바람난 가족’의 반항아, 시트콤 ‘논스톱4’까지, 봉태규가 투입되는 순간 스크린은 활기에 넘치고 이야기는 신나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주연과 조연을 막론하고 봉태규는 어눌하고 순진한 연기로 출연하는 작품마다 자신의 인상을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그러나 영화 ‘방과후 옥상’(이석훈 감독·현재 개봉 중)에서 봉태규는 오랜만에 ‘정규타선’에 도전했다. 운이 억세게 풀리지 않는 ‘왕따’ 고교생 ‘남궁달’역으로 단독 주연을 맡은 것. 액션연기 촬영 중 다리 부상을 입으면서도 코믹연기부터 액션까지 확실하게 소화했다. 그동안 공동주연이나 조연으로 빛을 발하던 봉태규이니만큼, 하석진·김태현·정구연 등 동료배우들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그래서 저는 이종범 선수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홈런을 많이 때리기보다는 타점이 높은 배우·동료들 점수 많이 올려줄 수 있는 배우 말이죠. 야구처럼 영화도 모두가 함께 가는 경기니까요.”
그의 말대로일까. 4일 후 치러진 16일 ‘WBC 한국-일본 경기’는 봉태규의 말, 그대로 됐다. 8회 1사 2·3루의 결정적인 기회, 타석에 들어선 이종범은 천금 같은 2루타로 동료 2명을 홈인시켰다. 이종범의 황금 2루타처럼 봉태규도 영화 ‘방과후 옥상’으로 결정타를 날릴 수 있을까. 봉태규 본인도 결과가 무척 궁금한 듯하다.
“올해 벌써 영화만 3편이에요. ‘썬데이 서울’에 이어 ‘방과후 옥상’이 개봉하고, ‘가족의 탄생’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어요. 올해 영화 한두편은 더할 생각이고요. 자주 출전하다보면 득점기회도 그만큼 많지 않겠어요?”
▶프로필◀
▲생일:1981년 5월 19일
▲신체:키 175㎝, 체중 61㎏
▲학력:명지전문대학 연극영화과
▲데뷔작:2000년 영화 ‘눈물’, 데뷔작이 첫 주연작이었지만 관객이 적어 아쉬웠다고. 텅빈 극장에서 5명이서 보는 일도 많았지만 추억에 남는 작품이라고.
▲대표작:영화 ‘품행제로’ ‘바람난 가족’ ‘광식이동생 광태’, 드라마 ‘논스톱4’ ‘한강수타령’ 등, 올해 ‘썬데이서울’ ‘방과후 옥상’(개봉중)에 이어 ‘가족의 탄생’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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