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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번 꼬박꼬박 칫솔질을 하는데 왜 잇몸은 붓고 피가 나는 걸까. 이런 증상이 병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200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이런 증상으로 매년 치과병원을 찾는 환자는 670만 명에 이른다. 진료건수는 1400만 건을 넘었다. 이 병이 바로 잇몸병이라 불리는 치주병이다. 치주병은 치아와 잇몸 사이의 경계 부분에 세균이 번식해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심하면 치아뿌리까지 세균이 침투해 잇몸의 뼈를 녹이기도 한다.》
치주병, 잇몸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치주병을 노인병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젊은 환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보건복지가족부의 구강보건실태 조사결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19세 이상 성인의 70%가 치주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흔한 질환인 셈이다. 동아일보는 임상예방치과학회와 함께 ‘치주병을 예방하는 4단계 습관’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 캠페인은 ‘CJ라이온 덴터시스템’이 후원한다.
○ 치주병은 침묵의 병
치주병은 종종 풍치라고도 불린다. 풍치는 심각한 상황이 되기 전까지 별 증상이 없다. 통증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치과의사들은 치주병을 ‘침묵의 병’이라고 부른다.
치아 주변에 달라붙어 있는 침이나 음식물이 병의 시작이다. 여기에 세균이 쌓이면 플라크가 만들어진다. 세균이 쌓이지 않더라도 돌덩이처럼 단단해져 치석이 된다. 플라크와 치석이 많아지면 잇몸과 치아가 벌어진다. 그 틈(치아낭)에는 칫솔이 잘 닿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치주병은 악화되기 시작한다.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다. 잇몸이 손상된 후라 입안 세균에 의해 2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더 심한 경우 이 세균은 순환계를 따라 다른 조직과 기관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치과 질환으로 시작했지만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심장병, 고혈압, 폐렴 등 다른 전신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치주병이 단순히 치아를 잃는 선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이런 점 때문에 ‘침묵의 병’은 미리 막아야 하는 것이다.
○ 뇌중풍으로도 이어진다?
치주병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 조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저체중 아이를 낳을 확률도 높아진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치주염을 가진 임산부가 저체중 아이를 조산할 위험은 건강한 치아를 가진 임산부보다 7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로 인한 조산확률이 3배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척 높은 수치다. 이와 반대로, 치주질환을 치료했을 때 조산 비율도 떨어진다는 일본의 연구도 있다.
아직 치주병이 이런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치주병을 유발하는 세균이 이동해 생식기를 감염시키거나 자궁을 수축시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학자는 “심각한 지경까지 악화된 치주병 환자를 빼면 치주병이 꼭 조산을 유발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치주병 환자가 정상인보다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6배 정도 높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 치주병을 유발하는 세균이 증가하면 백혈구가 증가하는데, 이때 사이토카인이란 신경전달물질이 많아지면서 인슐린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이미 당뇨병에 걸린 환자들도 치은염과 같은 병이 자주 생긴다. 이미 면역체계가 떨어진 상태에서 끈적거리는 혈액이 잇몸에 있는 말초혈관까지 원활하게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치주병은 뇌중풍이나 심장질환도 유발할 수 있다. 치주질환이 있는 사람의 경우 치주질환이 없는 사람보다 치명적인 심장발작이 발생할 확률은 1.5∼2배, 뇌중풍은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인 양치질로는 프라그 60%만 제거돼 치간치솔-가글 함께
○ 양치질 후 가글로 마무리해야 안심
치주질환이 진행되면 치아와 잇몸 사이의 치아낭은 더욱 깊어진다. 치아를 지지하는 뼈와 조직을 파괴하는 세균이 그 치아낭을 채운다. 이 지경에 이르면 즉시 병원을 가야 한다. 따라서 평소 관리를 잘해 치주질환을 예방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하루에 3번, 밥을 먹은 후 3분 이내, 3분간 양치질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만약 치아 구석구석까지 확실히 양치질을 할 수 있다면 추가 조치는 없어도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치질을 하면서 많은 부분을 닦지 않고 넘어간다. 이 때문에 치과의사들은 “일반 양치질로는 입 안에 있는 프라그의 60% 정도밖에 제거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양치질을 할 때는 치약을 충분히 묻히도록 한다. 왼쪽에서 오른쪽, 또는 오른쪽에서 왼쪽 등 양치질 순서를 정해놓으면 놓치고 가는 부위가 줄어든다. 혀에 붙어있는 세균막인 치태도 제거해 주는 게 좋다. 특히 잠을 자고 일어난 후 양치질을 더욱 잘해야 한다. 잠을 잘 때 침이 원활하게 분비되지 않아 입 안의 세균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반 칫솔로는 치아 사이를 닦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추가로 치아 사이를 세밀하게 닦을 수 있는 치간 칫솔이나 치실을 사용하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가글액을 사용해 입 안을 씻어내면 더욱 좋다. 요즘 판매 중인 가글액 가운데는 항균 기능이 추가된 것도 많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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