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는 구름을 사랑할 줄 알았다.
이방인
말해다오. 그대는 누구를 가장 사랑하는가. 그대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여.
그대의 아버지인가, 어머니인가, 누이인가, 형제인가?
나에게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이도 형제도 없다네.
그대의 친구들인가?
내가 이해하지도 못하는 말을 사용하는구나.
그대의 조국인가?
나는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네.
아름다움인가?
그녀가 여신이고 불멸이라면 내 온 마음으로 사랑하겠네.
돈인가?
나는 그대가 신을 싫어하듯이 돈을 싫어한다네.
그러면 그대는 무엇을 사랑하는가, 그대 낯선 이방인이여?
나는 구름을 사랑한다네......지나가는 구름....저 위에....저 위에....저 예쁜 구름들!
비행기에서 구름을 보면 고요가 찾아든다. 저 밑에는 적과 동료가 있고, 우리의 공포나 비애가 얽힌 곳들이 있다. 그러나 그 모두가 지금은 아주 작다. 땅 위의 긁힌 자국들에 불과하다. 물론 이 오래된 원근법의 교훈은 전부터 잘 알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차가운 비행기 창에 얼굴을 갖다 대고 있을 때만큼 이것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가 타고 있는 것은 심오한 철학의 스승이며, 보들레르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제자이다.
열차야, 나를 너와 함께 데려가다오! 배야, 나를 여기서 몰래 빼내다오!
나를 멀리, 멀리 데려가다오. 이곳의 진흙은 우리 눈물로 만들어졌구나!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이레 2002 p67-70
철학의 스승, 보들레르의 제자 비행기를 4년만에 타 보았습니다.
위에 인용한 글은 <<'그는 오후내내 여행했다'라는 기만적인 문장 속에 숨어 있는 수많은 사건들 가운데 맨 처음 1분에 해당하는 이야기도 다 못한다........>>라는 구절이 마음에 들었던 알랭 드 보통의 여행에세이 중에 '여행을 위한 장소들에 관하여'라는 챕터의 '비행기' 부분입니다.
저도 비행기가 좋습니다.
여행을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이전까지의 여행들은 비용을 아끼며 최대한 많이 다니자라는 슬로건을 내건 여행들이어서 이리저리 비행기를 갈아타곤 했습니다.
혼자서 비행기를 타면 대개 창가자리를 주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비행기 한가운데의 정중앙, 구름을 내다볼 새도 없이 기내식만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2007년 10월 11일부터 11월 3일까지 마나슬루 트레킹을 하려고 네팔에 다녀왔어요.
큰스님 서장강의도 빼먹고 다녀왔으니 레포트에 맞먹는 여행기를 올려야겠다고 스스로 숙제를 주었는데 멋있는 레포트를 쓰고 싶은 마음에 차일피일 아예 숙제를 미루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미 준비가 잘 되어 한 번에 싹싹 올리는 여행기를 쓰려던 저의 욕심이 과했던 것 같습니다.
하던대로 모든 것을 우연에 맡기며....(ㅠ.ㅠ)
찍어온 사진을 올리는 김에 생각나는 대로 조금씩 사진을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위 사진은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공항 사진입니다.
저는 네팔 여행이 두번째인데 공항으로 들어가고 나오기는 처음이예요.
한국사람들이 산을 많이 사랑하나 봅니다.
네팔 직항 비행기가 오가거든요.
좌석은 거의 만원이었습니다.
햇빛 쏟아지는 저 공항에 기대감에 찬 여행객들이 하늘을 한 번 보며 모두 미소를 짓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공항은 낮은 건물이었는데 입국 출국 모두 1층에서만 이루어졌어요.
바람에 풀들이 눕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여행가기 전 큰스님 서장강의에서 들었어요.
'달나라로 도망가도, 먼저 가있는 그놈,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말이 너무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여행의 길잡이는 보들레르였거든요.
늘 '여기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여 언제나 쓰라렸습니다.
이번 저의 여행의 길잡이는 달나라에 가도 따라 오는 그 놈이구나, 올테면 와봐라.
'나는 없다' 였습니다.
큰스님께 빚을 진 여행이었어요.
덕분에 홀가분하고 구름처럼 가벼웠습니다.
....두꺼운 노트를 준비해갔으나 어느날 부터 작파하고 사진은 그곳 풍경을 염화실에
보여드리려고 열심히 찍었습니다. 그런데 사진은 변변치 않고 기억은 가물가물....~~
'게으름이여 올테면 오라. ....'
그러나 모든 발걸음은 한 번에 한 걸음.
제 게으름과 씨름하며 생각나는 대로 사진을 올려보겠습니다.
'염화실'을 염두고 두고 찍은 사진임을 멤버들 모두가 다 알 정도로 소문이 났습니다.
그러니 이 기록은 염화실 분들을 위한 제 여행의 선물입니다.
우리 일행은 여섯 명이었습니다.
6시간 20분 정도 비행끝에 공항에 도착을 하자 봉고차를 대기시키고 삼툭라마가 마중을 나와주었습니다. 그는 야크존(trek.pe.kr) 이라고 하는 트레킹 전문 사이트를 운영하는 대원스님과 다섯 번의 트레킹을 같이한 무스탕 남걀마을 출신의 가이드입니다. 무스탕 트레킹 이후에 에코무스탕이라는 여행사를 차려서 사장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은 그의 여행사가 주관하는 첫 캠핑 트레킹이 될 것입니다.
그가 꽃을 목에 걸어주었습니다. 꽃목걸이는 태어나서 처음 받는 선물입니다.
향기가 좋은 꽃이었습니다.
네팔의 거리는 9년만인데도 여전하였습니다. 햇빛이 넘실거리는 거리에는 마치 짓다만 건물같은
붉은 벽돌의 건물들이 조금 더 많아졌습니다.
플라스틱을 파는 가게도 늘었습니다. 매연도 늘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전통의상을 입고 여전히 영세한 좌판을 벌리고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풍경에 느긋하여져서 셔터누르기를 그만할 때쯤
타멜거리의 작고 깔끔한 호텔에 도착하였습니다.
타멜은 흔히 여행자들의 천국이라고 하는데, 여행에 관한 모든 것들이 집결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짐을 풀고 호텔 마당에서 네팔의 꼬마가 영어노래를 부르며 젊은 엄마와 춤추고 노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예쁘다고 하자 아이는 신이 나서 더욱 춤을 춥니다.
사진기 들이대는 일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어린이의 춤과 노래, 젊은 엄마의 기쁨은 그냥 마음에 담아두었습니다.
춤과 노래와 꽃과.... 갑자기 빛나는 햇빛처럼 마음을 느긋하게 해줍니다.
쌀쌀한 날씨에 계절을 알 수 없는 나무들, 무심히 피어있는 정원의 꽃, 낯선 네팔어,
간간히 들리는 영어소리, 짐을 들고 오가는 여행객들, 시선들....천천히 그 느낌들에 익숙해지자
여행을 왔다는 즐거움이 조심스럽게 살아나는 듯 했습니다.
저녁을 먹으러 한식집에 갔습니다. 그곳의 전기 사정은 여전히 나쁜지 한차례 정전.
주방에 촛불을 켜고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저녁식사 후 피씨방에 들러 한국모바일 투표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이제 한국에 대한 관심을 끊고 여행에 집중하기로 하였습니다. (계속)
첫댓글 어제도 눈이 내렸습니다. 깊은 겨울날...뜬금없는 여행기 올립니다. 아무때나 시도때도 없이 연재할 것인데...사진이 주이고, 글자들은 그냥 저의 수다입니다. 점점 글자들이 줄어들기를 저도 바라며 <기본앨범>란에서 꼬리글 올려주셨던 수경심님, 진공님, 묘하님 감사합니다^^
반가운 혜명화님^^ 고맙게 받을게요,도 못 보고 기내식만 기다리며...저도 창가자리 아니면 왠지 갑갑하게 느껴져요.부러워서 샘이 날려고 합니다.언제쯤 홀가분하게 여행 다닐 수 있을런지,,, 시도 때도 없는 연재 잘 보겠습니다.행복하세요
그러게요. 서울에 눈 온 담날인 오늘 같은 날 (한복은 못입어도^^) 우리 조계사에서 홀가분하게 만나 큰스님 법문 같이 들으면 좋을텐데요^^ 좋은 걸 두 개는 다 가질 수 없으니까요^^ 부산 잘 지키셔요. 저 얼른 서울 갔다와서 거운 이야기 전해드릴께요^^
ㅎㅎ 아침에 기본앨범에서 보고는 사람사는 이야기가 왜 여기에 있나 했더랍니다. 혜명화님 꼬리글을 보고 나니 갑자기 개량한복이라도 챙겨 입고 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네요. 추울텐데 ㅎㅎㅎ.
수경심님 오늘 쪼금 밖에 못뵈어서 섭섭해요. 우리는 글쎄 큰스님 숙소에 가서 쵸콜렛도 얻어먹고요, 차도 나눠 마시고요, 사진도 찍고요, 그리고 또노래도 불렀는데요...왜 먼저 가셨어요 ^^
우리 작은 아들이 수능은 마쳤는데 요즘은 논술강의 들으러 다니느라 바쁘답니다. 얼른 집에 돌아와서 11시 20분에 우리 동네 전철역으로 데리러 갔지요.
혜명화님, 긴 여행을 다녀 오셨군요...애써 준비하신 멋진 정말 고맙습니다...혜명화님과 함께 하는 네팔 여행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대해도 될까요
넵
오랫만에 만나는이 기대 만땅입니다. 홀가분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을 때 원없이 다니시고 원없이 나누어 주세요^^ 어쩌면 여행은 사람으로하여금 가장 인간적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마력이 있는듯 합니다. 이제 슬슬 같이 떠납니다. 너무 기다리지 않게 해 주세용^^
혜명화님 덕분에 네팔여행을 집에 편히 앉아서 하게 되어서 고맙습니다. 2탄도 많은 기대를 해 봅니다.ㅎㅎ
그냥 올려 주시는 대로 읽고 느끼고 ... 그리고 다음편을 기다리고 있을 뿐^^* 절대로 빨리 다음을 기다리고 있다는 어떠한 표시도 내지 않을 것임_()_
무지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라 저도 기대만땅이네요 ㅎㅎ... 미리 복습시켜 주셔서 감사해요~~
여행 선물에 미소 짓습니다..앉아서 네팔 여행을 하네요....^^*
고맙습니다... ^^*
혜명화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상상한 그대로였어요. 네팔여행, 혜명화님 따라서 열심히 가 볼께요. 이뿐 혜명화님
예뿐 혜명화님 한동안 뜸하시더니 여행 다녀오셨군요...방가 방가 앉아서 네팔 여행을 하네요....^^*
이 공간엔 慧明華님과 수경심님이 그래도 활동을 많이 해야 밝아 집니다!
주인공 따라서 그 여행기도 너무 밝고 곱습니다. 걸음은 좀 늦지만 열심히 따라 갈께요^^*.
음^^ 좋은 방, 제일 창가자리에 제가 앉았네요^^ 이 방의 탄생을 합니다.그리고 감사드립니다.
방을 하나 여는 주인공이 되셨네요. 이 공간에 함께 있음에 감사합니다.
창가자리에 앉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고새로운 만남이 있을것 같아요...慧明華님 반갑습니다.^^*
慧明華님,작은 방 방주가 되심을합니다. 지혜롭고 좋은 글로 늘장엄해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염화실에 새로운방이 차려졌어요.날로 발전하는 염화실 축하드립니다.항상 일목요연하게 꼭집어 정리해주셔서 저같은 초보자에게 쉽게 접근할 수있게 해주셨는데 저번에는 기다려도 안올라오더라고요 이렇게 멋진여행 다녀오셨군요 여행이야기 기다리겠습니다.
혜명화님, 어랜만에 뵙지만, 좋은 사진과 글! 역시 아름다운 분이십니다. 계속될 글과 사진이 기대됩니다. _()()()_
혜명화님 좋은 곳을 무사히 잘 다녀 오셨네요.이렇듯 글을 올리실때는 그때의 감회가 새록새록 하시겠습니다.잊지 않으시고 여행하신 후기를 염화실 식구들과도 함께 해주시니 참 좋습니다.네팔여행 마나슬루 트레킹 영혼의 땅 저도 이곳에서 함께 시작 해봅니다.^^*
꽃물님 아니 慧明華님 나 좋아라 하는 모습 보이지요? ㅎㅎ 큰 박수로 맞이합니다.ㅉㅉㅉ
즐거운 여행의흔적 ,좋은 추억 담고 오셧군요.......()
혜명화 법우님의 인내로 우리는 길고 긴 네팔여행을 시작합니다. 시간제한 없고, 인원제한 없고, 경비전혀없고, 지참물 없고, 없고, 없고 없고, 다만 없는 마음만 있으면 충분한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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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을 쭈우욱 빼고 아무것도 없다의 여행기에 주목 합니다 ,,ㅋㅋ
혜명화님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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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_()()()_
하도 혜명화님의 네팔 여행기가 멋지다고 해서 눈이 아픈 것도 무릎쓰고 읽으러 왔습니다. 같이 여행을 하는 것 같습니다. 부처님의 지혜를 가슴에 안고 떠날 줄 아는 여행은 얼마나 좋을까요? 저도 예전에 혼자 북미대륙을 몇개월동안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답이 없었던 그때 돌아온 그 순간 남아있었던 것은 '생존'이라는 두 글자 뿐이었는데 말이죠.....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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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 친구들과 트레킹을 다녀올까 합니다. 자료를 찾아 멀리 돌았는데 가장 좋은 자료가 가까이 있었네요. 慧明華 님을 따라서 마나슬루를 한바퀴 돌아보겠습니다. -()()()-